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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소수자다

2017년 05월 01일(월) 제502호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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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자의 인권은 곧 다수자의 인권이며 모든 사람의 인권이다. ‘다수’ 그 자체가 권력이 되는 선거 기간에 소수자의 소외는 더 심각해진다.

선거철이 되면 소수자는 더 외롭고 참담해진다. 다수결에 의한 선거제에서 후보들이 다수의 표심을 좇는 반면 소수자의 존재나 요구사항은 묵살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다수결 제도에 문제의식을 느끼면서 그래도 혹시나 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공약 포털을 찾아 훑어보았다. 결론은 한마디로 ‘역시나’다.

소수자의 인권이 10대 공약 사항에 들어간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유일했다. 포괄적 방식의 차별금지법 제정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의 권리를 보장하는 동반자등록법 제정, 인권교육 강화, 성소수자 차별 금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에 대한 혐오범죄 처벌 강화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나머지 후보들에게서 인권 관련 공약은 실종됐다. “설거지 빨래는 하늘이 정해준 여자의 일” “동성애, 난 그런 것 싫다”라는 발언을 공공연히 해대는 홍준표 후보야 처음부터 내놓았다 치자. 삶을 바꾸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혁신하겠다는 구호를 외치는 후보의 공약에서도 ‘소수자의 인권’은커녕 ‘인권’이란 단어 자체를 찾아보기 어렵다.

원래 소수자는 수적으로 소수(小數)인 사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회적·경제적 힘이 없고 차별대우를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래서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도 소수자로 분류되며 그 밖에 노인·아동·장애인·이주자 등도 소수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선거 국면에서 소수자는 그야말로 수적인 소수자를 의미하는 듯하다.

문재인·안철수 두 유력 후보가 이례적으로 10대 공약 중 ‘성평등 대한민국’을 내놓은 것이나 모든 후보가 청년·노인·보육·비정규직 등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공약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데 이는 당락을 가를 ‘다수’의 표심 때문이다. 수적으로 소수인 양심적 병역거부자, 성적 소수자, 이주자 등에 대한 공약을 유력 후보에게서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선거운동 기간 중 터져 나온 동성애자 군인 색출 및 처벌과 같은 야만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정의당 외에 다른 모든 정당과 후보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인권은 누구에게나 지켜져야 하지만 특히 소수자에게는 필수불가결하다. 단 한 사람의 인권도 지구만큼 무겁고 소중한 것이 인권의 속성이다. 몇 년 전 서울시청 로비에 걸렸던 “인권은 성소수자에게 생명과도 같다”라는 플래카드 속의 절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역 앞에서 거리 유세를 마친 후 성신여대 성 소수자 모임 회원을 만나 격려하고 있다. 2017.4.27


제도적 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다수와 소수자는 중심과 주변으로 나뉜다. 다수가 정치적 권리를 획득하고 확장해가는 동안 소수자는 다수의 무관심과 편견 속에서 일상의 차별과 혐오에 직면하며 낙인찍히고 배제된다. ‘다수’ 그 자체가 권력이 되는 선거 기간에 소수자의 소외는 더 심각해지는 것이다.

소수자 인권은 한 사회의 인권 상황을 측정하는 잣대


한 사회가 얼마나 인간다운 사회인가는 소수자의 인권이 얼마나 그 사회의 중심에 놓이느냐에 달려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초대 헌법재판관을 지낸 알비 삭스는 “거리에 노숙자가 뒹굴면 사회 전체가 다 함께 비참해진다”라고 말했다. 소수자의 인권은 한 사회의 인권 상황을 측정하는 잣대인 것이다.

소수자의 인권은 소수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누구나 아동기나 노인기를 거친다. 이 땅에서 한 발자국만 나서면 이방인이 되고, 수많은 위험요소에 직면하는 현대사회에서 비장애인 또한 잠재적 장애인일 뿐이다. 알고 보면 우리 모두는 소수자이다. 소수자의 인권은 곧 다수자의 인권이며 모든 사람의 인권이다.

얼마 전 개최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됐던 모든 영화를 대선 후보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만, 그중 한 장면만 소개한다. 다큐멘터리 영화에 출연한 태성씨는 독립해서 살고 싶어 한다. 누나가 태성씨를 “큰 짐덩어리”라며 구박하기 때문이다. 기초생활급여를 받기만 한다면 당장이라도 독립하고 싶지만 그는 수급자가 될 수 없다. 일흔이 훨씬 넘은 부모가 부양자라는 비현실적 제도 때문이다. 사람을 짐 덩어리로 취급하는 참혹한 일이 번연히 방치되는 세상을 두고 새로운 대한민국이 될 수는 없다.

소수자를 직접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문제는 추상적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온다. 대선 후보들이 가슴을 열고 소수자들을 만나고 귀 기울이고 적극 대화하길 바란다. 소수자들의 비명이 도처에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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