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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군대는 필요 없다

2017년 05월 06일(토) 제502호
최태섭 (문화평론가)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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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안보 위협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평소에는 별다른 외교적 이점을 안겨주지 않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는 트럼프 정부의 눈에 띈 탓이다. 그 덕분에 5월9일 대선을 향해 달려가는 대선 주자들은 연일 자신과 군의 친화성을 과시하기에 바쁘다.

이렇게 너도나도 안보를 외치는 동안 군 내부에서는 그야말로 ‘인간 사냥’이 진행 중이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올해 초 육군참모총장은 군대 내 동성애자들을 색출해 처벌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한국은 동성애자라고 해서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아니다. 군 역시 공식적으로는 부대관리훈령을 통해 동성애자 병사들에 대한 차별과 식별 활동 및 사생활 침해, 입증 요구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군인권센터가 밝힌 증거 자료들에 따르면, 군 수사관들은 동성애자로 식별된 군인에게 다른 동성애자들을 제보할 것을 강요하는 한편, 성관계에 대해 캐묻고, 아우팅 협박을 했으며, 게이데이팅 앱에 위장 잠입해 색출하려고 했다. 급기야 얼마 후 전역이 예정되어 있고 변호사와 함께 수사기관에 출석하기로 한 대위를 구속 수감했다. 이를 막기 위한 시민 3만7000여 명의 서명이 진행된 직후의 일이다.

이는 정말 심각한 수준의 인권유린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백번 양보해서 입대시켰으면 그냥 놔두고, 그게 정 싫다면 처음부터 군대에 오지 않도록 해주기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정켈 그림

군은 정훈교육 때마다 북한의 인권 실태를 고발하며, 그것을 남한 체제 우월성의 증거라고 주장한다. 이번 사태를 볼 때 군이 북한과 경쟁하고 싶어 하는 것은 바로 그 인권유린인 듯하다.

군인 출신 대통령 세 명이 30년 넘게 통치했던 한국 사회는 ‘문민정부’를 기점으로 군부 정치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군부독재가 있었던 나라 중 군부를 현실정치에서 몰아낸 나라는 드물다. 이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중요한 성과다. 군대 역시 민주화의 길을 걸었다.

예비역이라면 ‘그래봤자 군대’라는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으리라.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의 본질을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해 쓸모없고 세세한 규칙을 만드는 조직이 바로 대한민국의 군대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군에서 민주주의나 인권 같은 개념은 아직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장병 인권을 보장해주겠다며 하달된 지시들이 아무런 변화도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 병사들의 스트레스만 가중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쓸모없는 명령들만 쭉정이처럼 흩날리는 동안 아무도 군이 거대한 ‘종교재판정’이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군인이 상급자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은 군의 정확한 작전 수행과 군기 확립을 위한 것이지, 상급자의 반인권적 지시에 찬동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이토록 전격적인 ‘동성애자 사냥’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군이 지휘관의 비위나 맞추고 눈치나 보는 조직이라는 증거나 다름없다. 불과 얼마 전에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대통령을 파면하고 구속시켰는데, 사리 분별 못하는 윗분들과 그 하수인의 행렬이 아직도 너무 길다.

때가 되면 돌아오는 안보 타령과 사건 사고 소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화국을 지키는 집단이 바로 군대’라는 본령에 충실하도록 시민의 힘으로 군대를 재조직해야만 한다. 문제를 은폐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감옥에 보내고, 동성애자를 색출해서 잡아 가두고, 여군을 성차별하고, 혼혈인들을 인종차별하는 군대는 결코 그런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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