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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키’라는 새로운 장르

2017년 05월 06일(토) 제502호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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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킹매드니스>에는 장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에너지가 존재한다. ‘뭔가 들어맞지 않아’ 흥미로운 앨범이다.

이런 유의 앨범을 대체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 것일까. ‘장르’라는 도구의 무력함을 느끼게 하는 이런 음반 앞에서 비평가는 대개 당혹감과 즐거움 사이를 왕복한다.

타이틀부터 도발적인 김오키의 <퍼킹매드니스(fuckingmadness)>는 ‘뭔가가 들어맞지 않아’ 흥미로운 앨범이다. 우선 장르라는 그릇에 담을 수 없어서 들어맞지 않고, 제목과 곡 분위기가 서로 상반되니 들어맞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양립 불가능한 것들이 양립 가능해질 때’ 걸작이 탄생한다고 믿어왔다. 이런 측면에서 <퍼킹매드니스>는 단언컨대 걸작이다. 김오키는 이 음반에서 역설을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심지어 그는 별명마저도 역설적이다. ‘아방가르드 스타.’

ⓒ김오키 블로그 갈무리
김오키는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신만의 사운드를 뽑아낸다.

이제부터는 첫 곡 ‘Fuc Ma Dreams’를 먼저 듣고 읽어주기 바란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낭만적인 플루트 연주에 이어 랩이 등장하고 그 뒤를 마치 루프처럼 연주되는 피아노와 드럼이 받쳐준다. 이후 랩이 퇴장하면, 이런 식의 연주가 한동안 지속된다. 그러고는 서서히 진행되는 페이드아웃. 곡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아뿔싸, 색소폰이 바통을 이어받아 연주를 길게 늘려나간다.

자, 이제부터는 폭발의 시간이다. 다시 드럼이 에너지를 발산하고 색소폰 소리가 덩치를 불려 듣는 이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곡이 끝을 맺는 건 이런 식의 구성이 한 번 더 반복되고 나서다. 이런 걸 해외에서는 보통 ‘프리 재즈’라고 부르는데, 글쎄 그보다는 그냥 ‘김오키류(流)’라고 칭하는 게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그는 협화음과 불협화음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신만의 ‘퍼킹매드니스’한 사운드트랙을 뽑아 올리는 아티스트다. 가사는 한 줄도 없는 이 연주곡을 제목 때문에 라디오에서 소개할 수 없다는 게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 ‘Memory of Ugly Luv’로 넘어갈 시간이다. 해석하자면, ‘추한 사랑의 기억’. 그런데 곡 전개는 이보다 더 낭만적일 수 없다. ‘Banjai kankoku’ 역시 마찬가지다. 아는 사람은 알고 있지만, 그는 공연을 통해 지속적으로 친일파에게 ‘빅엿’을 먹여온 경력의 소유자다. ‘만세 한국’이라는 제목을 일본어로 쓴 이 곡은 그런 지향을 역시나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아예 대놓고 이 곡에다 일본의 요나누키 음계(7음계 가운데 ‘파’와 ‘시’가 빠진 일본식 5음 음계)를 차용했다. 70년 넘게 친일파가 판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이 음계로 풍자한 것이다. 곡 분위기? 평화롭기 그지없다. 왜냐고? 친일파는 대대손손 잘 먹고 잘 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정리한다. 재즈와 힙합을 중심으로 운동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이 앨범에는 장르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에너지 같은 게 존재한다. 그리고 그 에너지의 또 다른 이름은 광기와 유머다. 나는 이게 김오키라는 뮤지션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그야말로 살벌하게 음악하는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아마도 음악으로 거창한 무언가를 일궈내겠다는 욕심이 거의 전무한 까닭일 것이다. 그는 현실이라는 연표 위에 굵직한 존재감을 남기겠다는 야심보다 그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음악을 하는 작곡가요, 연주자다. 그의 음악 안에서 각개의 요소들이 지닌 비개연성은 장르라는 국경을 초월해 활짝 열려 있다. 상상력의 첫 번째 의무가 위반하는 것에 있다면, 여기 그야말로 상상력 덩어리인 음반이 있다. 김오키의 <퍼킹매드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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