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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표이사’의 BW, 무엇이 문제인가?

2017년 04월 24일(월) 제502호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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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후보가 안랩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입한 조건을 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S BW를 매입할 때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사들였다.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대통령 후보 검증에서, 그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컴퓨터 보안업체 안랩이 주목받고 있다. 1999년 안랩이 당시 안철수 대표이사에게 넘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가 BW와 관련해 ‘주식회사 법인’의 대표이사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일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안 후보의 안랩 BW 의혹과 관련해 팩트를 체크했다.

‘주식회사 법인’이란?

안랩 BW 의혹을 이해하려면, 먼저 ‘주식회사 법인’의 개념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만약 당신이 자신의 돈으로 과일 가게를 설립·운영 중이라고 치자(개인 상점). 상점 금고 안의 돈은 모두 당신의 것이다. 아무 때나 그 돈을 꺼내 탐내던 옷이나 가전제품을 구입해도 좋다. 배가 허전하면 진열대 위의 사과(상점의 자산)를 집어 우적우적 씹어 먹어도 괜찮다. 상점 운영에 돈이 필요하면 당신 명의로 대출받아야 한다. 상점이 망하면, 대출금을 비롯한 모든 책임이 당신에게 떨어진다. 그 상점은 당신의 ‘소유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이 친구들과 함께 공동출자해서 ‘주식회사 법인’으로 가게를 열면, 완전히 사정이 달라진다. 그 법인은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다. 설사 친구들 가운데서 당신이 가장 많은 돈을 낸(최대 주주) 덕분에 경영자 자리를 차지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법인(法人)은 그 자체로 권리와 책임을 가진 ‘법률적 인간’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개인 상점’에서와 달리 당신은 법인에 쌓인 돈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경영자로서 법인을 운영한 대가(보수)를 받거나 주주로서 배당금을 배분받을 수 있을 뿐이다.

주식회사 법인에서는 최대 주주가 최고경영자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경영자는 법인의 운영 방향은 말할 것도 없고 자산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는 막중한 자리다. 문제는, 최고경영자가 주주로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인에 손해를 끼치는 방향으로 경영권을 휘두르는 경우다. 개인 상점이라면, ‘주인’이 금고의 돈을 빼내 그릇되게 사용해도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다. 어차피 자신의 손해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식회사 법인에서는 그렇지 않다. 경영자가 최대 주주로서의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다가 ‘타인’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여기서 타인이란, 법인과 다른 주주들이다. 재벌 일가의 경제 범죄는 대부분 이런 유형이다.

안철수 후보는 ‘공정성장론’이라는 슬로건 아래 재벌 비리 엄단을 주장해왔다. 현재 선거 국면에서 논점은, 안철수 후보의 안랩 대표이사 시절 BW 발행이 법인(안랩) 및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준 경제 범죄로 간주될 수 있는지 여부다.

안랩 BW의 발행 과정은 어땠나?


‘주식회사 법인’이지만 비상장 회사였던 안랩은 1999년 10월12일, 신주인수권부사채(BW:Bond with Warrant)를 발행한다.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결의된 사안이었다. BW는 일종의 회사채다. 주식회사 법인인 안랩이 ‘누군가’로부터 돈을 빌려 20년 뒤에 25억원(원금이자)을 갚는 조건이었다. ‘액면금액 25억원-만기 20년’으로 표현된다. 연간 금리는 10.5%(복리).


그런데 BW는 ‘덤’이 붙는 회사채(Bond)다. 안랩이라는 자금 수요자가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쳐서 갚는 것은 물론 ‘덤’까지 끼워준다”라며 자금 공급자를 유혹하는 형국이다. 그 덤이 바로 신주인수권(Warrant)이다. 신주인수권은, 해당 기업이 새로 발행할 주식(신주)을 정해진 가격으로 일정한 금액만큼 매입(인수)할 수 있는 권리다. 이를테면, 어떤 기업의 주식을 ‘1주당 1만원에 100만원까지 매입할 권리’를 얻었다고 치자. 이후 해당 기업의 주가가 2만원으로 형성될 때 권리를 행사하면, 100만원으로 100주를 살 수 있다. 그 100주를 주식시장에 내놓으면 곧바로 200만원이 들어온다. 수익이 무려 100만원이다.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은 회사의 신주인수권을 탐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신주인수권을 발행하는 경우, 원칙적으로는 모든 주주에게 기존 지분에 따라 배분하도록 되어 있다. 10% 지분을 가진 주주에게는 신주인수권의 10%를, 20% 주주에게는 20%를 준다는 이야기다. 안랩의 신주인수권은 좀 독특했다. 대표이사인 안철수에게만 몰아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가 주재하는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안이다.

안철수 대표이사가 1999년 10월 안랩의 BW를 매입한(=안랩에 빌려준) 실제 금액은 25억원이 아니라 3억3950만원이다. 3억3950만원을 연 10.5%(복리)로 불려나가면, 1년째에는 3억7515만원, 5년째는 5억5931만원, 10년째는 9억2143만원, 20년째에는 25억원이 된다. 즉, 안철수 대표이사는 20년 뒤에 안랩으로부터 25억원을 받을 권리를 3억3950만원(25억원의 현재 가치)에 산 것이다. 단, 안랩 측이 만기 이전이라도 안철수 대표이사에게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안랩의 당기순이익은 1998년 5억4000만원에서 1999년 32억원으로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였다. 마침 체르노빌 바이러스 등의 출현으로 컴퓨터 보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확산되고 있었다. IT 기업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로 코스닥 열풍이 불던 시대였다. 이런 상황에서 안랩이 4억원에 불과한 돈을 20년이나 되는 만기로, 신주인수권이란 덤까지 붙여가면서, 하필 대표이사로부터 빌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더욱이 안랩은 BW 발행 1년 만인 다음 해(2000년) 10월에 안철수 대표이사에게 빌린 돈을 전액 갚아버린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안랩이 운영자금이 모자라 BW를 발행한 것 같지는 않다.

그 이유는 짐작 가능하다. BW의 액면금액이 높아야 신주인수권의 규모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BW에서 회사채는 ‘배’이고, 신주인수권은 ‘배꼽(덤)’이다. 배꼽이 배보다 클 수는 없다. 그러나 같은 크기일 수는 있는 모양이다. 회사채의 액면금액과 같은 액수로 신주인수권을 안철수 대표이사에게 부여했다. 안철수 대표이사가 실제로 안랩에 빌려준 3억3950만원은, BW의 만기가 20년이어야 액면금액 25억원에 맞춰진다. 결과적으로 안철수 대표이사는 안랩이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1주당 5만원으로 25억원어치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연합뉴스
2009년 8월14일 이건희 회장은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으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비교 가능한 사건이 있다. 같은 해(1999년) 2월, 삼성SDS는 BW를 발행한 뒤 증권사들을 경유해서 이재용(현재 삼성전자 부회장) 남매에게 넘겼다. 이 BW의 액면금액은 230억원, 만기는 3년(연 금리 8%)이었다. 3년 뒤인 2002년 3월에, 해당 BW를 삼성SDS에 제시하면 230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덤인 신주인수권은, 삼성SDS 주식을 1주당 7150원으로 230억원어치(액면금액과 같다) 매입할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역시 배와 배꼽의 크기가 동일하다. 이재용 등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해서 이 회사의 최대 주주로 등극한다. 그러나 이후 ‘1주당 7150원’이라는 조건이 터무니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만다. 비슷한 시기, 삼성SDS 주식이 1주당 5만5000~5만6000원에 거래된 사례가 시민단체의 추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한마디로 삼성SDS의 BW는, 이재용 등이 적은 비용으로 이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한 장치였다는 설명이다. 만약 삼성SDS의 경영진이 제값을 받도록 신주인수권을 발행했다면, 회사 법인으로 훨씬 많은 돈이 들어왔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재벌 일가가 법인의 이익을 편취한 것이다. 대법원은 삼성SDS BW 발행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 및 삼성SDS 경영진의 유죄를 확정하면서 벌금 1100억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삼성SDS가 BW의 만기를 3년이 아니라 20년(안랩의 경우)으로 설정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기자가 계산해본 바에 따르면, 회사채 액면금액과 신주인수권 규모가 230억원이 아니라 851억원으로 껑충 뛰었을 것이다.

안철수 대표이사의 BW는 무엇이 문제인가?


이런 과정을 거쳐 안철수 대표이사는 1주당 5만원으로 25억원 상당의 안랩 신주를 매입할 권리를 갖게 된다. 다만 안랩은 BW 발행 이후 무상증자(수익금을 자본금에 편입시키고 그만큼의 주식을 추가 발행해서 주주들에게 배분) 및 액면분할(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을 액면가 500원짜리 10주로 쪼갬)로 주식의 수를 크게 늘렸다. 늘어난 주식 수에 비례해서 안철수 대표이사의 권리 역시 ‘주당 1710원으로 25억원 상당의 안랩 주식을 매입’하는 것으로 조정된다.

BW 발행 1년 만인 2000년 10월, 안랩은 안철수 대표이사에게 빌린 돈을 상환했다. 만기 20년 조건의 자금을 서둘러 갚아버린 것이다. 이로써 BW에서 액면금액 25억원짜리 회사채는 소멸되었다. 그러나 이 회사채 덕분에 발생한 신주인수권은 살아남았다. 안철수 대표이사는 안랩으로부터 상환받은 돈 외에 20억여 원을 추가 조달해서 모두 25억원을 만든다. 이 돈으로 신주인수권을 행사해서 146만1988주를 취득한다. 1년쯤 뒤인 2001년 9월13일 드디어 안랩이 코스닥 시장에 등록된다. 공모가는 2만3000원. 안철수 대표이사가 신주인수권으로 취득한 주식 수로 환산하면 모두 336억2600만원에 달한다. 25억원을 투자해서 2년여 만에 12.5배 정도의 수익(311억2600만원)을 얻은 셈이다.

1주에 5만원(무상증자 및 액면분할 이후 1710원)으로 설정된 신주인수권 행사 가격에 대해 저가 발행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어왔다. 삼성SDS의 BW처럼,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설정했다는 주장이다. 사실이라면 법인에 들어갈 돈이 경영자의 이익으로 이전된 배임 혐의가 짙다. 다만 비상장 기업(안랩의 경우 2001년 9월 이전)의 경우, 저가 발행 여부를 명확히 판정하기 힘들다. 행사 가격이 시세보다 현저히 낮아야 저가 발행이다. 비상장 기업의 주식은 코스닥 같은 공개 시장에서 대량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시세를 확정하기 어렵다. 다만 안랩의 주주 가운데 하나였던 나래이동통신이 1999년 10월~2000년 2월, 4개월 사이에 안랩 주식을 주당 3만원에 팔았다가 20만원에 사들인 사실이 있다. 또한 안철수 대표이사의 신주인수권 행사 가격이 1710원인 시기에 안랩 임직원들에게도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는데, 5000원이었다.


만약 안랩 BW의 만기가 20년이 아니라 3년(삼성SDS의 BW처럼)이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안철수 대표이사가 3년 뒤에 25억원의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려면 18억5291만원(3억3950만원이 아니라)을 안랩에 빌려줬어야 한다. 이 경우를 실제와 비교하면, 안랩 법인 처지에서는, 15억1341만원 상당의 자금(18억5291만원-3억3950만원)을 운용할 기회를 상실한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안철수 대표이사 이외의 다른 주주들도 피해자일 수 있다. 삼성SDS, 한국산업은행, 나래앤컴퍼니 등이 당시 안랩의 대주주다. 안랩 이사회에 출석한 이 회사들의 대표는 BW를 배정받을 권리를 포기했다. 지분에 비례해서 BW를 배정받을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결과적으로 안랩에 대한 이 회사들의 지분율이 크게 하락했고, 각각 수십억원 규모의 잠재적 손실을 입었다. 그 이유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안랩의 BW 발행 과정이 그리 깔끔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이에 따른 의혹에 안랩 측은 이미 ‘코스닥시장 등록을 위한 사업설명서’에서 “(BW는) 안철수 대표이사의 지분율이 낮아 코스닥 등록 이후 경영권 방어용으로 발행되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BW는 원칙적으로 기업이 자금을 좀 더 용이하게 조달하기 위한 ‘미끼’로 허용된 제도이지 경영권 확보 수단이 아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안철수 후보는 코스닥 상장 이후에도 27.6% 상당의 지분을 유지하는 데다 우호 지분도 많아서 경영권 상실의 위험이 없었다”라며 ‘BW는 경영권 방어가 아니라 재산 증식을 위한 수단’이라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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