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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공약 누가 정답일까

2017년 04월 26일(수) 제502호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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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식은 같고 해결 방법은 제각각이다. 대선 후보들의 교육 공약을 점검했다. 교육 공약을 살필 때는 노동·일자리·인권 공약까지 확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한”(문재인),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가 자녀의 교육 수준을 결정짓는”(홍준표), “초·중·고 12년 내내 입시 교육만 받고 있는”(안철수), “누구 하나 만족하는 사람이 없는”(유승민), “극단적인 엘리트주의가 황폐화시킨”(심상정)….

제19대 대통령 후보들이 표현한 지금 우리 사회 교육의 모습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현실 인식은 같지만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 관해서는 후보들의 생각이 각기 다르다. 어떻게 다른지, <시사IN>이 후보들의 교육 공약을 정리해보았다.

ⓒ연합뉴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초·중·고교 맞춤형 공약으로 공교육 내실화를 꾀한다. 3월22일 문 후보가 서울 대영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 교육부 없앤다? 고친다?


이제껏 대한민국 교육의 모든 정책을 기획·시행·평가했던 교육부는 앞으로 그 기능과 역할이 대폭 축소될 확률이 높다. 문재인·안철수·유승민·심상정(기호순) 후보는 교육부 중심의 현행 교육행정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교육 백년대계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별도로 설치하고 교육부 등 정부 부처에는 정책의 집행과 감독 기능 일부만 남기자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 방안에서 차이가 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장기적 교육 의제를 논의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약속했다. 교육 전문가와 시민사회 인사들이 모여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독립 기구이다. 그곳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를 배치했다. 시급한 교육개혁을 추진하면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준비한다는 구상이다(34쪽 기사 참조). 정부 부처로서 교육부는 존속은 하지만 교육기관 지원·감독 기능 중심으로 재구성된다. 초·중등 교육 업무는 각 시도 교육청에 완전히 넘긴다. 사실상 ‘기능 축소’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유 후보는 교육 기획 기능을 수행하는 ‘미래교육위원회’를 신설하고 교육부는 교육 복지·평생학습 업무 중심으로 기능을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치는 교육정책을 방지하기 위해 미래교육위원회 위원의 임기는 10년으로 정해놓았다. 심상정 후보는 사회적 합의에 기초해 20년 이상 일관된 방향으로 교육을 진화시켜온 핀란드 사례를 들며 교육 혁신의 장기 비전을 논의할 ‘교육미래위원회’ 신설을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좀 더 세다. 문재인·유승민·심상정 후보의 교육부 축소·재편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교육부 해체’를 주장했다. “현재 교육부는 교육통제부이다. 돈 쥐고 있다고 말 잘 듣는 곳에 돈을 주는 형태로 끌고 가니 자율성과 창의성을 말살한다. 우리나라 발목을 잡는 교육통제부는 폐지하는 것이 맞다(4월7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초청 간담회 안철수 후보 발언).” ‘있는 것 잘 고쳐서 쓰면 되지 않느냐’라는 의견에 대해, 안 후보 측은 ‘새 내용’은 반드시 ‘새 시스템’에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안 후보의 다른 교육 공약인 학제 개편을 주장하는 논리와도 같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내놓은 학제개편안은 관심과 비판을 동시에 받는다. 4월12일 고려대에서 열린 강연회에 참석한 안 후보가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 학교생활만 열심히 하면 대학 갈 수 있을까


교육개혁 정책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대학 입시 제도이다. 대학 입시 제도는 현재 초·중·고교 모든 공교육의 내용과 형식을 규정하는 ‘블랙홀’이다. 몇 가지만 손을 본다고 풀릴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새 정부는 당장 오는 7월에 2021년 수능개편안을 발표해야 한다. 긴 안목으로 개혁해야 하면서도 동시에 장기 플랜만 짜고 있을 수는 없는 분야가 바로 대학 입시 제도이다.

유력 대선 후보들의 대입 제도 개편 공약은 공통적으로 ‘제도 단순화’와 ‘학교생활 중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문재인 후보는 대학 입시를 학생부 교과 전형(내신), 학생부 종합 전형(학교생활기록부), 수능 전형 세 가지로 단순화하겠다고 밝혔다. 논술 전형, 영어·수학·과학 과목 특기자 전형 등은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소’로 판단해 폐지할 방침이다. 학생부 종합 전형에 반영돼온 소논문·에세이·추천서·면접 등도 기회균등 전형 등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대입에 반영하지 못하게 했다.

안철수 후보가 구상하는 교육개혁안에 따르면 수능은 자격고사로 그 위상이 약해지고 대학은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자율진로탐색기록부’를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게 된다. 자율진로탐색기록부는 “현재의 학교생활기록부와는 다르며, ‘학생 자신의 학습 이력 및 진로 상담 내용을 담은 공적 기록’으로, 석차나 서열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을 이끌어낸다”는 것이 안 후보 측 설명이다. 이를 기본으로 대학에 각 대학 특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할 자율을 주되, 대학은 입학 사정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입학 공정성을 훼손할 경우 엄중한 처벌을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안 후보 측은 이 모든 대입 전형 개편이 ‘5-5-2 학제개편’과 병행되며, 그것이 완성되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대입 경쟁과 서열화, 사교육 지옥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승민 후보도 학교생활기록부에 의한 평가 방식을 대입 전형에서 제대로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심상정 후보는 대입 전형을 간소화하는 동시에 기회균등 전형을 50%까지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학생과 학부모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은 대입 제도다. 새 정부는 당장 오는 7월 2021년 수능개편안을 발표해야 한다. 위는 수능 시험을 보고 있는 학생들.

■ ‘교실 혁명’ 가능할까


학교생활기록부가 힘을 쓰려면 초·중등 공교육이 내실화되어야 한다. 각 후보는 초·중·고등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약들을 내놓았다. 문재인 후보는 일대일 맞춤형 성장발달 시스템(초), 자유학기제 확대(중), 1수업 2교사제(초·중), 고교학점제(고) 등을 약속했다. 이 가운데 고교학점제는 교사가 수업을 개설하고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는 식으로, 대학의 교육과정과 유사하게 고교 수업을 운영하는 제도이다.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도 이와 유사한 수강신청제 도입을 공약했다.

진학 교육 중심이던 현행 고등학교 교육에서 직업교육을 살리는 방안도 주요하게 제안됐다. 심상정 후보는 자신의 교육정책을 ‘노동 있는 교육개혁’으로 정의하고 여기에 집중했다. 임기 내에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일반고 직업반 등 직업계고 비중을 현 19%에서 OECD 평균 47% 수준으로 확대하고, 핀란드 직업학교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교육 내용의 질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안철수 후보도 5-5-2 학제개편 가운데 마지막 2년을 진로탐색학교와 직업학교로 나누고 그 가운데 직업학교에서 지금의 한국폴리텍대학 수준의 직업 전문교육을 시키겠다고 밝혔다.

■ 뿌리 깊은 학교 서열화, 누가 바꿔낼까


서열화된 대학 체제를 어떻게 바꿔낼 수 있는지도 우리나라 교육개혁의 관건이다.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공통적으로 그 해답을 ‘대학 통합 네트워크’에서 찾았다. 특히 문 후보는 그 시작점을 지역 국립대 육성으로 잡았다. 지역 국립대들을 상향 평준화해 국립대 연합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이와 동시에 공영형 사립대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 측은 훗날 국립·사립대가 공동선발·공동학위 수여가 가능할 정도로 울타리가 없어지면 자연스레 서열도 사라질 것이라 전망한다.

서열화의 병폐는 대학만의 사안이 아니다. 대입 못지않은 고입 경쟁에 중학생들을 혹사시키는 게 바로 현재의 고교 서열화 구조이다. 그 꼭대기에 본래의 설립 목적을 벗어나 입시 명문고로 변질된 자사고·특목고·국제고가 있다. 이들 고교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은 기호 1~5번 대선 후보 가운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네 후보가 모두 내걸었다.

■ 5-5-2 학제개편, 혁명일까 망상일까

안철수 후보가 지난 2월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처음 밝힌 5-5-2 학제개편안은 대선 후보 교육 공약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았지만 비판 또한 가장 뜨겁다. 지금의 ‘초등학교 6년-중학교 3년-고등학교 3년’의 교육과정을 ‘초등학교 5년-중등학교 5년-미래학교 2년’으로 바꾼다는 것이 개편안의 골자다.

A라는 아이를 예로 들어보자. 학제개편안이 완성되면 A는 지금처럼 만 6세가 아닌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초등학교 5년을 보낸 뒤 들어가는 중등학교는 지금의 중·고등학교를 합친 개념이다. 각각 3년이 통합 5년으로 되었다. 이때까지가 기초 학습능력과 시민으로서의 자질 등을 배우는 보통교육 기간이다.

ⓒ윤성희
4월19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최한 ‘대선 후보 교육 공약 현장평가’가 열렸다.

중등학교 졸업 후 A는 학점제로 운영되는 고등교육기관인 ‘미래학교’로 진학한다. 두 갈래 길이 있다. 대학으로 진학해 계속 공부를 하고 싶다면 진로탐색형 미래학교로, 일찌감치 직업훈련을 받고 직장에 다니고 싶으면 직업형 미래학교로 간다. 대학은 진로탐색형 미래학교에서 2년 뒤 곧바로 진학할 수도, 직업형 미래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해 일하던 중에 재직자 전형으로 진학할 수도 있다.

엄청난 변화다. 초·중·고 학교 시설은 물론이고 교원 양성·임용제도, 수업 내용과 평가 방법, 대학의 입시 제도와 위상 등 현행 교육 환경 모든 부분을 뿌리째 흔드는 정책이다. 안철수 후보 측에서 예측한 소요 예산만 8조원이다. 제도 전환 사이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를 지금처럼 ‘한번 삐끗하면 낙오되는’ 경쟁 사회에서 양해해줄 학생과 학부모는 없다.

‘두 학년 통합 진학’에 대한 우려가 대표적이다. 안 후보의 학제개편안에 따르면 제도 시행 첫해는 두 출생연도 아이들이 한꺼번에 초등학교 1학년으로 진학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학령기 학부모들 사이에 퍼졌다. 이 세대는 내내 콩나물시루 교실에서 공부하다 입시·취업 경쟁까지 같이 치르는 ‘암흑의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예비 학부모들을 공포에 빠트렸다. 안 후보는 4월19일 KBS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그런 일은 없다”라며 한 해 입학 아동을 15개월씩 끊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논란은 오히려 더 커졌다.

쏟아지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 측은 “학제를 개편하지 않고서는 어떤 개혁 정책을 갖고 와도 대입 경쟁 교육으로 수렴되는 지금의 교육 현실을 타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안 후보 측은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향후 10년 계획을 합의해 점진적으로 추진하면 학제개편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35쪽 기사 참조).

■ 교육 ‘사다리’를 넘어

홍준표 후보가 속한 자유한국당은 4월12일 교육 공약을 발표하면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 계층 이동이 역동적인 사회를 회복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를 놓겠다”라고 약속했다. 이 말에는 다음과 같은 전제가 깔려 있다. ‘용이 되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다, 아래에서 위로 계층 상승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은 그것의 수단이다.’

용이 되지 않아도, 위로 올라가지 않아도 각자의 능력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에서 교육이 가지는 의미는 분명 다르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지향한다면 후보들의 교육 공약을 살필 때 노동·일자리·인권 공약까지 확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 ‘좋은 대학’과 ‘좋은 일자리’의 범주를 더 넓힐 수 있는 ‘근본’ 교육 공약은 비단 교육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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