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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 공약에서 후보 철학 보인다

2017년 04월 25일(화) 제502호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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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후보들이 내세운 보육·아동 분야 공약은
공통적으로 ‘보육은 국가의 몫’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아동수당이 전면에 등장한 것도 특징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국가의 책임입니다.’ ‘국가가 출산부터 보육을 책임지겠습니다.’ 슬로건만으로는 후보나 정당을 구분하기 어렵다. 제19대 대선 후보들이 내세운 보육·아동 분야 공약은 공통적으로 ‘보육은 국가의 몫’이라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제1공약으로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를 강조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비롯해 ‘슈퍼우먼 방지법’을 내세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나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중앙정부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단설 유치원 설립 자제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뒤늦게 병설유치원을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공공성 강화라는 보육정책의 방향을 확인했다.

이번 대선에서 전면에 등장한 보육 공약이 있다. 아동수당이다. 2012년 대선 당시에도 문재인 후보가 지금보다 제한적 범위(0~5세 양육수당을 아동수당으로 전환해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고 중장기적으로 만 12세 미만 아동에게까지 확대)에서 제안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시사IN 자료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시작된 아동수당은 아이를 양육하고 교육하는 데 드는 비용을 보조하기 위해 국가가 가정에 지급하는 돈이다. 부양 자녀가 있는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양육 책임을 국가나 사회가 나누어 진다는 의미다. 아동인권 보장, 사회 통합, 여성인권 향상, 소득재분배의 효과를 가진 제도라 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도입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터키·멕시코·한국을 제외한 31개 나라가 운영 중이다.

대선 후보들의 아동수당 공약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보육을 바라보는 철학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도입에는 대체로 찬성하지만, 아동 연령·가구 소득에 따라 지급 대상이 다르다. 문재인 후보는 0세부터 5세 아동에게 보편적으로 월 10만원을 지급하고 재정을 고려해 대상과 금액을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홍준표 후보는 초·중·고생 중 소득 하위 50% 이하에 선별적으로 15만원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안철수 후보도 0~11세 아동 가운데 소득 하위 기준 80%를 대상으로 월 1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연령의 범위가 문 후보보다 넓지만 선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유승민 후보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자녀 1명당 월 10만원씩, 심상정 후보는 0~11세 아동에게 10만원씩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아동수당 공약 가운데 뚜렷한 차이는 안철수와 홍준표 후보에게서 나타난다. 아동수당을 실시하는 대부분의 나라가 16~18세까지 소득과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데 비해 두 후보는 선별적으로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영국·프랑스 정도가 선별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이들 나라는 다른 복지 인프라가 풍부하다.

당장 시민사회단체는 아동수당의 취지와 어긋난다며 두 후보의 공약을 비판했다.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아동의 보편적 권리 실현이라는 성격이 훼손되는 데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는 데서 행정력이 동원되어 낭비가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역시 “노인수당의 경우 하위 70~80%만 대상으로 해도 보편적 복지로 볼 수 있다. 노인들이 생애 동안 축적한 소득이 있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다르다”라고 말했다.

양육수당과의 양립 문제도 있다. 현재 취학 전 만 84개월 미만 가정양육 아동을 대상으로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12개월 미만은 월 20만원, 24개월 미만은 월 15만원, 월 36개월 미만 및 36개월 이상 취학 전은 각각 월 1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 후보들이 양육수당을 그대로 둔 채 아동수당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유승민 후보는 양육수당을 2배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두 개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영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아이를 키우는 데 노동과 비용 두 가지가 필요하다. 육아 관련 지원책도 마찬가지다. 노동은 보육서비스의 형태로 지원한다. 양육수당은 보육시설에 맡기지 않는 대신 지급하는 것이라서 엄밀하게 말하면 노동의 보완 형태다. 양육수당을 늘리면 양육자가 노동시장에 나가는 대신 가정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가급적 줄이자는 공감대가 있다. 유승민 후보의 공약대로 하면 노동시장에 있던 사람조차 일을 그만두게 된다”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아동수당의 수준을 높이면서 양육수당이 통합되는 구조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안철수·홍준표는 ‘선별적 지급’ 공약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아동수당을 검토하는 데에는 ‘저출산 위기’라는 배경이 있다. 제도 자체가 아동복지 차원에서 탄생한 만큼 출산율 증가와 직접적 연관성은 없지만 긍정적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서유럽 국가들이 1990년대 이후 둘째나 셋째에게 더 많은 수당을 주는 방향으로 바뀐 게 그 예다. 지난해 ‘더미래연구소’가 주최한 ‘대선 핵심 어젠다 연속토론회’에 참석한 백선희 서울신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정부가 아동 빈곤 완화에 초점을 둔다면 빈곤 가구를 중심으로 지원하면 되고, 출산율 제고에 초점을 둔다면 둘째 자녀부터 지원하거나 출생 순위가 늦을수록 더 많은 지원을 하면 된다”라고 밝혔다. 한국의 상황에 맞게 아동수당을 면밀히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2012년에도 아동수당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해 10월 한 단체가 진행하는 캠페인 모습.

대선 후보들의 셈법대로라면 아동수당을 도입하는 데 적어도 연간 2조원 이상이 들어간다.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까지 감안하면 예산 투입은 더 증가한다. 하지만 후보들은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김진석 교수(사회복지학)는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계획이 없다면 ‘증세 없는 복지 확대’라는 박근혜 정부의 허구를 되풀이할 위험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그나마 문재인 후보가 국민연금기금의 사회투자를 제시했고, 심상정 후보 역시 공약별로 소요 재원을 제시하고 증세를 언급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도 “일부 후보가 조세 정의를 얘기하면서 세금 탈루를 줄이면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증세와 투명성 확보는 같이 가야 한다. 조세 투명성이 하루아침에 좋아질 리는 없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를 공약으로 걸었다. 당시에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매년 증가할 거라고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세입이 적어 매해 보육료 대란을 겪었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현재 지방정부는 보육재정으로 지방채를 발행해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보육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처음으로 전면에 등장한 아동수당 공약이 현실화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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