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가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게임 이름은 ‘좋은 일을 찾아라’. 독립 민간연구소에서 왜 보드게임을 만들었을까?

시간은 1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은경 연구위원 (48·오른쪽)과 황세원 선임연구원(38)은 희망제작소 사회의제팀에서 함께 일했다. 두 사람의 관심사는 ‘좋은 일이란 무엇인가’였다. 일자리를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어떤 일자리가 좋은 것인지 기준이 없었다.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같은 기준 말고는 관련 연구도 적었다.

이은경 연구위원은 방송작가, 미디어학 연구자로 일하다 지금의 연구소로 왔고, 황세원 선임연구원은 이전에 언론사, 사회적 경제 지원조직에서 근무했다. 사람들은 여러 번 직업을 바꾸는데, 왜 그 직업을 선택할까. 두 사람의 궁금증이었다. 이들은 희망제작소에서 ‘좋은 일’에 대한 연구를 위해 취업준비생, 4060 세대 등과 함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워크숍을 반년 이상 진행했다. 그러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보드게임을 통해 일자리 선택의 우선순위를 알아보자.” 보드게임 제작자를 만나 의견을 나누었다. 테스트용 게임을 만들어 취업준비생, 비영리단체 종사자, 4060 세대 등으로 나누어 게임을 해보았는데 반응이 좋았다. 테스트를 거치며 게임 룰을 조정했다.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1년이 걸렸다.

ⓒ윤성희

게임은 ‘나에게 좋은 일’의 기준을 찾아보는 1부, ‘좋은 일이 많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구입하는 2부로 구성된다. 칩으로 ‘일 경험’을 구매한다. 집에서 가까운 직장, 재미있는 일, 시간이 자유로운 일, 임금이 높은 일 등 자기가 선호하는 카드를 모은다. 게임 과정에서 자신이 왜 그 카드를 골랐는지 게임 참여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게임 룰대로 진행하다 보면 퍼즐판에 특정한 색깔이 많아진다. 그 색깔을 통해 자신이 어떤 일을 좋은 일이라고 여기는지 알 수 있다. 2부에서는 좋은 일자리를 늘리려면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지 게임을 하며 깨닫게 된다. 게임은 3명이 할 수 있다. 진로를 모색하는 15세 이상 청소년 이상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게임을 해본 이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황세원 선임연구원은 “가까운 사람과 좋은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본 적 없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동안 일을 하면서 왜 힘들었는지 알게 되었다는 반응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이은경 연구위원은 “일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진로 교육, 기업 워크숍에 활용하기 좋다”라고 말했다(게임 구입 문의:02-2031-2195).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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