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란, 민주사회의 시민에게 몇 번 주어지지 않는 가장 온건하고도 기본적인 의사표시 방법이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선물처럼 다가온 봄날 투표는 기회다. 아버지 일을 겪으면서 ‘정권교체가 되어야, 아버지 일도 해결이 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정치인들은 일반 시민과 달리 장기적인 안목의 소유자이니 그런 말씀을 했던 것일까? 아버지는 다쳐서 의식이 돌아오지도 않고 병원에 누워계신 지 몇 개월째이고 경찰들은 승승장구하는데 기다리라니. 이 말을 처음 들은 시점이 지난해 총선이 끝난 4월인데, 너무나도 까마득했다. 원래 일정이라면 대선은 올해 12월이고, 새 대통령의 취임식은 또 해를 넘긴 내년 2월이었다. 국가폭력 피해자 가족들에게 기다리라는 말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그런데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정말 아무런 힘이 없구나 싶어 무력감을 절절히 느꼈다. 박근혜씨가 내려갔고, 정권교체 시기도 당겨졌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지난 가을과 겨울 동안 촛불로 박근혜씨를 끌어내렸다. 국가적 위기에 온 국민이 나서야 했지만, 생업이 있는 국민들은 주말밖에 시간이 없었다. 주말에도 시간을 내지 못하는 이도 많았을 것이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촛불을 들었고, 청와대 앞길까지 행진도 했다. 그러고 나서도 헌법재판소가 탄핵 소추안 인용 결정을 내릴 때까지 또 피를 말리며 기다렸다. 탄핵 인용 결정이 되고 박근혜씨가 구속되어 축배도 들었다. 모두가 나서서 망가진 나라를 겨우 국가 꼴로 만들고 제도적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도록 정상화해놓았다. 박근혜 탄핵이라는 결과만 놓고 본다면 해피엔딩이지만, 되돌아보면 너무나도 힘겹고 긴 시간이었다.
투표를 잘하면 이런 고생을 안 해도 될까? 솔직히 확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새로운 문제는 계속 터질 것이고, 새 행정부가 해결해야 할 일은 점점 늘어갈 것이다. ‘투표를 잘하면’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5000만명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박근혜 같은 대통령을 뽑으면 나라 꼴이 나빠지는 방향으로 고속 주행한다는 점은 다들 학습했다고 생각한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대표자를 뽑는 투표는 아주 간단한 행위이지만 그 의미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이미 재외국민 투표가 시작되었다. 외국에 살고 있는 동생은 재외국민 투표 인증샷을 보내왔다. 대여섯 시간씩 차를 타고 가서 투표했다는 교포분들의 이야기도 들린다. 투표일이 갑자기 정해지는 바람에 투표 당일 쉬지 못하고 사전 투표를 해야 하는 주변 친구들도 있다. 어디서 하건, 언제 하건, 다 똑같은 무게의 한 표일 것이다. 다들 신중하고 현명한 선택을 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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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투표를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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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미니즘에 투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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