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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디젤차를 믿지 않는다

2017년 05월 01일(월) 제503호
파리·이유경 통신원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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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환경부는 1월16일부터 대기오염 타개책으로 배출가스 표시 등급제인 ‘크리테르’를 시행했다. 5등급인 디젤차는 낮 시간에 파리 시내로 들어올 수 없다.


지난해 12월 파리 시민들은 ‘대기오염이 10년 만에 최대치’라는 뉴스를 접했다. 파리의 대기오염 감시 기구 ‘에어파리프(Airparif)’는 미세먼지(PM10) 농도가 경계 기준치인 80㎍/㎥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파리 시는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나흘간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영하고, 차량 2부제를 한 달에 여섯 번이나 시행했다.

이런 와중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 르노자동차가 ‘디젤 게이트’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재정경제부 산하 ‘경쟁·소비·부정방지본부(DGCCRF)’는 “르노가 디젤엔진에 질소산화물 배출 수치를 조작하는 장치를 부착했다”라고 발표했다. DGCCRF 발표에 따르면 이 조작은 지난 25년간 계속됐다. 1997년 르노를 떠난 엔지니어가 1990년 생산한 ‘1세대’ 디젤 자동차부터 배출가스량을 조작했다고 증언한 것이다. DGCCRF는 르노 주요 임원들이 이러한 사실을 묵인해왔다고 발표했다. 매연 저감 효과는 높지만 값이 비싼 SCR 장치(선택적 촉매 환원 저감 장치)를 뒤늦게야 적용했다는 것도 의혹을 증폭시켰다. 결국 지난 1월14일 프랑스 검찰은 르노 공장을 압수수색했다. 르노 측은 “배출가스를 조작한 일이 없고, 프랑스법이나 유럽연합법 기준을 어기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Y. Lefebvre/ EMAS
프랑스 환경부는 1월16일부터 배출가스 표시 등급제인 크리테르를 시행했다.

프랑스의 대기오염 타개책은 자연스럽게 디젤 자동차로 모아졌다. 특히 파리 시장 안 이달고는 2020년까지 파리에서 디젤 자동차를 ‘박멸’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가장 큰 변화는 환경 등급 스티커의 의무화이다. 프랑스 환경부는 지난 1월16일부터 크리테르(Crit’air:배출가스 표시 등급제. ‘기준’을 의미하는 Critère와 발음이 같다)라는 제도를 시행했다. 파리 시내를 다니는 모든 차는 자동차 종류와 노후 정도에 따라 색깔이 다른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전기 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따로 숫자가 없는 초록색 스티커를 단다. 2011년 이후 생산된 가솔린 자동차(유럽연합이 정한 자동차 유해가스 배출 기준인 ‘유로 5’와 ‘유로 6’에 해당)는 보라색 1등급을 받는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생산된 가솔린 자동차(유로 4에 해당)와 2011년 이후 생산된 디젤 자동차는 노란색 2등급이다. 이후 3등급은 주황색, 4등급은 갈색, 5등급은 회색 스티커를 부착했다. 1997~2000년에 생산된 디젤차(5등급)는 주중에는 아침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파리에 들어올 수 없다(1997년 이전에 생산된 디젤차는 2015년부터 이미 파리 도심 주행이 금지되었다). 등급 기준에 따른 통행 정책을 위반한 일반 차량은 65유로, 대형 차량은 135유로 벌금을 물게 된다. 등급 분류에 따른 자동차 유입 억제 제도는 2018~2020년까지 그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는 시민 불만은 높았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던 차량 2부제를 크리테르 제도가 대신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에어파리프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수도권인 일드프랑스 지역의 5등급 차량 유입 금지는 질소산화물(NOx) 5%, 미세먼지(PM10) 3~4%를 줄이는 효과를 낳았다. 프랑스의 다른 도시들인 리옹과 그르노블도 크리테르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크리테르 제도를 비롯한 반(反)디젤 차량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면서 2012년 이후 프랑스 내 디젤차 점유율은 꾸준히 줄고 있다.

이 크리테르 제도는 국제적으로도 주목받는다. 지난 3월29일 파리 시청에서 서울과 런던, 파리 시장의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기질 혁명(Airvolution)’이라는 슬로건 아래 C40 세계도시 기후정상회의 의장과 부의장을 맡고 있는 세 도시의 시장들은 국제적으로 동일한 자동차 환경 등급 기준을 마련할 것을 선언했다. 자동차 배출가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예방하고자 하는 노력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당국은 디젤차의 대체재로 친환경 교통수단 확산에 주력 중이다. 파리 시민들은 공용 자전거 벨리브(Velib), 공용 자동차 오토리브(Autolib)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대중교통 환경도 바꿨다. 파리교통공사(RATP)는 지하철 내 공기정화기 설치 등 공기 오염도 개선에 나섰다. 파리교통공사는 지난 1월부터 무인 전기버스도 시험 운행 중이다. 파리 시는 단순히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생활환경 전반을 바꾸고 있다. 센 강변 일부 도로를 폐쇄하고 공원으로 조성했다. 최대 도심인 샹젤리제 거리는 지난해 5월부터 매월 첫 번째 일요일을 ‘차 없는 날’로 지정해 차량 통행을 금지했다.

ⓒAFP PHOTO
프랑스 중도 신생 정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맞잡은 두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프랑스 대선에서도 환경문제는 주요 화두였다. 5월7일 결선투표에 중도 신생 정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가 올랐다. 1958년 제5공화국 출범 이후 대선 결선투표에 공화당과 사회당 출신 후보가 오르지 못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23일 1차 투표에서 마크롱 후보가 24.0%, 르펜 후보가 21.3%를 각각 얻었다.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은 20.01%, 급진 좌파인 ‘프랑스 앙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은 19.58%, 집권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은 6.36%를 득표했다.

마크롱과 르펜의 득표율 격차는 2.7%포인트에 불과했지만 결선투표에서는 마크롱 후보의 당선이 점쳐진다. 탈락한 공화당 피용과 사회당 아몽 후보 등 좌·우파 진영이 모두 극우파 르펜 당선을 막기 위해 마크롱 지지 선언을 했다. 1차 투표 직후 여론조사에서도 마크롱 후보가 크게 앞섰다. 여론조사기관 엘라베(Elabe)에 따르면, 마크롱 후보가 64% 지지를 받아, 35%에 그친 르펜 후보를 29%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당선 유력한 마크롱 후보도 디젤 억제 공약

앞서 있는 마크롱 후보의 환경 공약을 살펴보면, 그는 좌파 후보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예를 들면 좌파 후보들은 2025년까지 디젤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마크롱 후보는 디젤에 사용되는 재정을 가솔린으로 확대해 디젤 이용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밝혔다.

후보들 사이 의견이 가장 갈린 원자력발전소 정책을 두고도 마크롱 후보는 좌우 사이 ‘제3의 공약’을 발표했다. 원자력발전소는 프랑스 전력량의 4분의 3을 담당하고 있다. 원자력산업 관련 일자리도 22만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환경을 중시한 좌파 아몽 후보는 40년 이상 된 원자력발전소부터 폐로(廢爐)하기 시작해 2025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50%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멜랑숑 후보도 2022년까지 23개 원자력발전소를 없애고, 2039년까지 58개를 폐로하겠다고 공약했다. 반대로 일자리를 중시한 우파 피용 후보는 프랑스 원자력안전청(ASN)의 허가 아래 원자력발전소의 사용 기간을 오히려 40년에서 최대 60년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좌·우파 후보들이 정반대 공약을 발표한 것이다. 마크롱 후보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비슷한 견해로 원자력을 점차 줄이면서 재생 에너지를 늘리는 ‘복합형’ 에너지 사용을 주장했다. 마크롱 후보는 2022년까지 풍력·태양 에너지를 2배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 의지를 밝혔다. 반면 국민전선의 르펜 후보는 ‘프랑스 산업에 도움이 될 만한 조건’을 우선시하며, 상대적으로 재생 에너지 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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