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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감옥 수감자들

2017년 05월 08일(월) 제504호
고제규 편집국장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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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역 7번 출구 인도에 대형 매트리스가 설치되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바로 앞 10층 건물에 현수막이 나부꼈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재개정, 노동3권 완전 쟁취.’ 서로 다른 사업장 소속 노동자 6명이 ‘하늘 감옥’에 스스로 갇혔다. 5월4일 현재 하늘 감옥에서 삭발을 하고 단식을 하며 21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하늘 감옥에 갇혔던 이인근 콜텍지회 지회장이 지난 5월5일 건강악화로 내려왔다).

이들이 내건 슬로건은 얼핏 보면 센 구호다.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최상위 10%가 하위 10%보다 4.79배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미국의 5.01배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영국(3.56배), 스페인(3.08배), 가까운 일본(2.94배)도 한국보다 낮다. 한국은 ‘불평등 선진국’이다. 상층 노동자와 하층 노동자 어느 쪽에 진입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그나마 하층 노동자들이 기댈 곳이 노동조합(노조)인데,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0% 안팎이다. 노조가 와해된 한국의 미래는 미국일지도 모른다. 전미광원노조의 변호사 토머스 게이건이 분석하듯 미국에서 노조가 사라지자 소송이 증가했다. 기업은 노동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했고, 소송 비용도 상승했다(<피고가 된 사람들>, 2016). 하늘 감옥에 오른 김경래 동양시멘트지부장과 그 동료들은 현재 회사가 낸 5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비정규직 조합원을 배제한 기아차 사례에서 보듯 노동계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양보는 사회 격차 해소를 위해 필요조건이다. <시사IN>이 지난 제495호에서 ‘함께 살자’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이유다. 전문가들과 학계가 내놓은 산별교섭 강화와 의무화, 단체교섭 효력 확대, 연대임금 기금, 노동시간 단축 등 여러 대안도 담았다. 이런 대안은 하늘 감옥에 갇힌 이들이 현수막에 담은 슬로건과 무관치 않다.

제127주년 노동절 날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6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희생자 모두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이다. 며칠 전 문재인 후보와 유승민 후보가 조문했다. 아빠를 잃은 어린아이가 문 후보에게 안겨 펑펑 울었다. 어린이날을 나흘 앞두고 아이는 아빠를 잃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아줄 아빠가 사라졌다. 아이가 느꼈을 그 황망함에 문 후보도 아이를 안고 울었다. 유승민 후보도 유가족들의 손을 잡고 함께 울었다. 비정규직 문제만은 보수와 진보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한다. 그래서 그 어린아이가 청소년이 되었을 때 아빠를 죽음으로 내몬 ‘노동의 양극화’나 ‘비정규직’ 따위 단어가 사라지기를 바란다.

광화문역 7번 출구 앞에 놓인 매트리스에는 ‘세이프티 에어쿠션’이라고 쓰여 있다. 세이프티(safety), 그러니까 안전은 이제 지상의 사람들이 마련해야 한다. 저들을 석방시킬 수 있는 이들도 우리 자신이다. 광화문을 지날 때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시라. 그곳에 우리가 석방시켜야 할 노동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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