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2일자 안종범 업무수첩에 VIP (대통령) 지시 사항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1. 이재오 김성태 간신히 되었다, 200-300표 차이, 공천받아도 X(그림 1).’ 2012년 19대 총선 당시 두 사람이 간신히 당선되었다는 취지의 말로 보인다. 실제로 200~300표 차이는 아니었지만, 두 사람 모두 신승한 것은 맞다. 이재오 의원은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를 상대로 1459표(1.14%포인트), 김성태 의원은 김효석 민주통합당 후보를 상대로 869표(0.71%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그런 까닭에 다가올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공천을 줘도 당선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읽힌다.
2016년 4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 인사였던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이 칼을 휘둘렀다. 안종범 업무수첩을 보면, 총선 9개월 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천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왜 하필 두 정치인을 콕 찍어 언급했을까. 2015년 7월1일 이재오·김성태 두 의원의 발언을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당시 두 의원은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박 전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는 말로 유승민 원내대표를 공격하며 새누리당 내분이 가열된 때였다.
2015년 6월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했다.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자’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당장 새누리당이 시끄러워졌다. 같은 날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물었다. ‘국회법 개정안 재의 불가 및 유승민 재신임’으로 당론이 결정됐지만 여진은 계속됐다.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공세를 취하면서 당내 갈등이 심해졌다.
이재오 당시 의원은 2015년 7월1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한 후 “민주 정당의 길을 가야지 사당화의 길을 가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의 측근인 김성태 의원도 같은 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승민 흔들기를 그만하라며 “새누리당 내에서 더 이상 국민들에게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친이계 겨냥 ‘기획수사’ 사실이었나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를 겨냥한 말도 안종범 업무수첩에 나온다. 2015년 6월30일자 ‘추경 대면 보고’라고 쓰인 안종범 업무수첩에는 ‘김 대표 빨리 정리했으면, 5인+친이(그림 2)’라고 쓰여 있다. 여기서 ‘김 대표’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다. 이 발언의 발언자는 불분명하지만, 내용은 당내 갈등 상황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리해달라는 뜻으로 읽힌다. 당시 비박계로 불리는 새누리당 내 중도 성향 의원들과 친이계가 박 전 대통령의 ‘유승민 몰아내기’에 반발했을 때다.
당내에서 비박계 대표 인사이자 친이계 좌장 구실을 했던 이재오 의원에 대한 언급은 또 나온다. 앞서 2015년 3월1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1. 이재오 자원외교, 해당 국가 찾아서 대응(그림 3)’이라고 지시했다. 박근혜 정부가 자원외교 수사에 박차를 가할 때였다. 친이계는 이 수사가 이명박 정부를 겨누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재오 의원은 2015년 3월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수사할 대상을 정해놓고 있다. 특정 정권 사람을 제물로 삼아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술수나 꼼수가 돼선 안 된다”라고 썼다. 당시 청와대는 기획수사설을 부인했지만, 안종범 업무수첩에 적힌 내용을 보면 수사가 친이계를 겨냥했다는 의심을 뒷받침해준다. 2015년 4월9일 성완종 전 회장의 자살로 자원외교 수사는 사실상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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