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아흔이 넘어도 불같은 어머니 엘리자베스와 혼자서 못하는 일이 더 많은 아버지 조지, 그리고 그들의 딸인 라즈 채스트가 헤어지는 과정을 꼼꼼하게 담아낸 만화 에세이 〈우리 딴 얘기 좀 하면 안 돼?〉의 한 장면이다. 부모의 죽음은 언젠가는 현실이 된다. 나이 든 부모를 홀로 책임져야 한다는 불안감, 병구완으로 바닥나는 통장 잔고가 불러일으키는 막막함 등이 구체적인 이야기를 통해 담백하게 묘사된다. 특유의 따뜻한 유머 역시 잃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오랜 세월 치매를 앓아온 할머니와 이별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부모와의 헤어짐은 용서와 화해, 사랑만 이야기할 만큼 아름답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거나 앞둔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출간되고 두 번째 맞는 가정의 달이다. 부모와 관계를 잘 풀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라즈 채스트와 함께 웃고 울며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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