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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선 결과가 삶에 직접 영향을 준 사람들이 있다. 출구조사가 발표된 5월9일 저녁,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문재인 당선이네. 망했네. 공무원 준비해야지”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다른 회원이 “다른 사람이 당선됐으면 뭐 준비하려고 했는데?”라고 물었다. 글쓴이는 “이민”이라고 답했다.

비슷한 시각,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현재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여성들이 자주 가는 한 ‘맘카페’에 대선 며칠 전 적힌 글을 퍼왔다. “시어른들 모시고 가족모임 왔는데, 시아버님이 ‘문재인 대통령 되면 미국 이민 가실 거래요.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표정관리가 안 되네요ㅋㅋ”라는 내용이었다. 다른 회원들은 “겹경사인 거죠?” “감정이입 되네요” “시어머님도 함께죠?”라고 댓글을 적었다. 디시인사이드 회원들의 반응은 더 거칠었다. “영감탱이 미국행” “시부모 안 모시고 자식 유학 보내기도 쉽고 개이득이네”라는 반응이 나왔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사진)의 작은며느리는 마냥 웃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시아버지가 신혼집에 머무르기로 해서다. 홍 후보의 차남 정현씨는 대선 열흘 전인 4월29일 화촉을 밝혔다. 선거 유세로 결혼식에 불참한 홍 후보는 미리 녹화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영상편지’에서 홍 후보는 “다복하게 손주 한 다섯 명 낳아라, 아버지가 다 키워준다”라는 ‘덕담’을 건넸다. 복선이었을까? 낙선한 홍 전 후보는 5월12일 출국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차남 내외의 집으로 향했다. 그의 며느리는 지금쯤 ‘하늘이 정해놓은’ 대로 ‘나이롱맨’ 몫의 설거지까지 도맡아 하며 ‘친근’한 애칭을 중얼거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영감쟁이…, 영감탱이…”라는. 홍 전 후보는 한 달가량 미국에 머무른다고 알려졌다.

홍준표 전 후보는 본인 SNS에 “세상이 나를 다시 부를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세상이 다시 부르지 않는다면 미국에 눌러앉아 트럼프 치세를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5월11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제임스 코미 FBI 국장에게 충성 맹세를 요구했다”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코미 국장은 이를 거절했고, ‘항상 진실로 대하겠다’라고만 답했다. 5월9일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같은 날 나온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케인스가 창안한 ‘마중물 효과(prime the pump)’를 며칠 전 본인이 생각해냈다고 주장했다. 〈디 애틀랜틱〉은 이를 두고 “대통령은 본인이 말하는 바에 대해 거의 모르고, 알아가는 데에 흥미도 없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4년 덕분인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풍경이다.

기자명 이상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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