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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멕시코에서 세계청소년축구대회(20세 이하)가 열렸다. 당시 한국 팀 상황은 열악했다. 박종환 감독은 선수들을 위해 직접 밥을 지었고, 교민들이 준비한 김치로 끼니를 해결했다. 믿을 건 ‘헝그리 정신’뿐이었다. 한 걸음 더 뛰어서 모자란 기술을 커버했다. 고질적인 문전 처리 미숙도 투지로 버텼다. 결국 악조건을 극복하고 한국은 4강에 진출했다. 한국 축구팀의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북한이 1966년 월드컵에서 이룬 8강 신화에 주눅이 든 상태였다.

한국 청소년대표팀이 34년 전의 멕시코 신화 재현에 도전한다. 이제 투지와 정신력만 내세우지 않는다. ‘천재’라 불리는 이승우(19·사진·바르셀로나 후베닐A)의 기술 축구 덕분이다. 한국 축구의 ‘역대급 재능’ 이승우는 축구 선수인 형을 따라 다니다 선수의 길을 걷게 되었다. 박지성 선수의 은사인 김희태 전 명지대 감독은 “축구 신동이 나왔다고 할 정도로 이승우의 재능은 최고다. 지성이는 노력파였고, 승우는 공을 갖고 노는 감각이 처음부터 남달랐다”라고 말했다. 김 전 감독에 따르면 이승우를 대성하게 만든 것은 남에게 지기 싫어해 밤늦게까지 혼자 공을 차는 악바리 근성이었다고 한다.

이승우는 14세에 세계 최고의 클럽인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발탁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2014년 일본 16세 이하 대표팀과의 경기에서는 60m 드리블로 일본 수비수를 농락하고 골을 터뜨렸다. 마치 메시를 보는 듯했다. 16세 이하 아시아 대회에서 이승우는 5골·5도움을 올리며 한국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도 차지했다.

이승우는 한국에 일찍이 없던 캐릭터다. 자신감이 지나쳐 당돌하기까지 하다. 머리카락을 노란색·회색·핑크색으로 물들이고 화려한 개인기를 뽐낸다. 경기가 안 풀릴 때는 화를 내기도 한다. 건방지다는 팬들의 비난에 이승우는 “당돌한 모습이 사라지면 오히려 재미없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한다.

지난해 이승우는 영국 축구 권위지 〈포포투〉가 선정한 ‘가장 흥미로운 19세 이하 축구 선수’ 2위에 뽑혔다. 〈포포투〉는 “진정한 의미에서 한국 최초의 월드클래스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그를 소개했다. 바르셀로나 구단이 이승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을 정도로 스타성도 뛰어나다.

5월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개막된다. 이날 한국은 기니와 개막전을 치른다. ‘한국 축구의 미래’ 이승우의 쇼타임이 시작된다.

기자명 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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