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가장 밀착해 취재한 미디어는 어디일까? MBC? KBS? TV조선? 8만여 명이 구독하는 극우 정치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였다. 〈신의 한수〉 제작진이 왼팔에 ‘근접’이라는 완장을 차고, 유세차에 올라 홍 후보를 캠코더에 담는 모습을 대선 기간 내내, 전국 각지에서 볼 수 있었다.

지난겨울 시청광장에 모여든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기존 언론은 믿을 수 없다. 유튜브에 진실이 있다”라며 〈신의 한수〉를 권했다. 자유한국당이 기댈 곳은 극단적 보수층이어서 이들이 대우받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모습일지 모른다. 하지만 의석 107석이나 되는 제1야당이 ‘문재인과 공산주의자의 공통점’ ‘국론통합 위한 종북세력 척결’ 같은 가짜 뉴스 제작자에게 최상급 취재 편의를 제공하는 장면은 어색하다.

2012년 대통령 선거가 트위터(SNS) 선거였다면, 2017년 대선은 ‘영상 클립(Clip)’ 선거였다고 미디어 분석가들은 평가할 것이다. 종전에는 값비싼 장비와 인력을 갖춰야 했던 영상 콘텐츠 제작이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해졌다. 영상 콘텐츠의 절대적 양도 늘었다. 정당이나 각 캠프도 스스로 미디어화에 성공했다.

문재인 캠프나 심상정 캠프의 기획 영상이 젊은 유권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모든 후보가 ‘페이스북 라이브’를 활용한 것도 마찬가지다. 후보가, 정당이 곧 미디어가 되었고 기존 언론은 이들과도 경쟁해야 했다.

미디어 수용자 패턴도 바뀌었다. 언론사는 패키지로 기사를 제공하지만, 수용자들은 이제 기사를 잘게 쪼개 입맛에 맞게 ‘조각모음’ 해본다. 페이스북·유튜브의 콘텐츠 노출 알고리즘까지 더해지면 이른바 ‘필터 버블(인터넷 필터가 비슷한 성향과 관심 있는 분야의 콘텐츠를 걸러주는 것)’ 효과가 극대화된다.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는 더 이상 ‘다양한 민심’을 볼 수 없는 시대다.

숙제다. 토론이 가능한 중간 지대가 좁아지면서 ‘공론장’ 구실을 자처해온 기존 언론의 설 자리도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뉴미디어 문법에 적응하면서도 언론의 공공성을 지킬 방법은 없을까? 답은 정해져 있다. 여전히 내가 할 일은 민주공화정에 반하는 모든 것을 고발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누군가의 ‘신의 한수’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