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하면 복지국가를 떠올린다. 그래서 성 소수자들 인권도 일찍이 보장되었을 것으로 여긴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1979년까지만 해도 스웨덴 정부는 동성애를 질병으로 분류했다. 문화예술인을 비롯한 성 소수자 인권운동가들이 나섰다. 이들은 정부의 보건 담당 시설을 점거하는 투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시민들도 연대 투쟁에 나섰다. 예를 들면 운동가들과 시민들은 직장에 전화를 걸어 “오늘 동성애 감정을 더 느껴요. 아프니 결근합니다”라며 동성애를 이유로 병가를 냈다. 병가 제도를 역이용한 것이다. 동성애가 병리학적으로 질병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차별에 저항한 연대 투쟁이었다.
스웨덴도 동성애 차별 역사가 깊다. 1608년 동성애를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었다. 두 남성 간에 성적인 관계를 하면 사형에 처한다는 내용이었다. 여성 간 성관계를 금지하는 법도 1864년에 제정되었다. 스웨덴은 1944년 공식적으로 동성애처벌법을 없앴다. 성 소수자(LGBTI) 그룹의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사회적인 차별과 냉대는 여전했다. 레네르헤드와 리드스트룀 등 스웨덴 학자들에 따르면 형법에서 처벌 조항은 사라졌지만 1950년대에 스웨덴 사회 전반에 동성애 혐오가 만연했다. 이때 시민단체 성평등 연합(RFSL)이 조직되었다. 성 소수자 권리를 위해 싸우는 이 단체의 활동가들은, 1970년대에는 인권 및 차별 문제까지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운동가들의 조직적인 의회 로비와 여론 형성에 힘입어 1973년 스웨덴 국회는 동성애 커플의 동거를 인정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어 1979년 질병 분류에서 동성애 항목을 없앴다. 스웨덴 정부는 또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성 소수자에 대한 제도적 차별이나 법적 차별 조항을 조사했다. 특별조사위원회는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커플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차별은 사라져야 한다”라고 보고했다. 1987년 특별조사위원회 작업이 열매를 맺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다. 동성애 동거 커플도 이성애 커플과 동등한 법적 지위를 부여받은 것이다. 1990년대 후반에는 스웨덴 국회가 차별금지법을 더욱 강하게 개정했다. 2003년에는 동성 커플도 합법적으로 아이를 입양할 수 있게 되었고, 2009년에는 동성혼도 합법화되었다.
트랜스젠더 인권은 최근에 주목받아
지난 30년간 성 소수자 인권이 개선되었지만 상대적으로 트랜스젠더 인권은 최근에야 주목받았다. 스웨덴은 1972년 젠더 정체성에 대한 변화를 법적으로 허락한 세계 최초의 국가다. 하지만 트랜스젠더의 권리는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이었다. 2008년에나 트랜스젠더 정체성이 개정된 차별금지법에 포함되었다. 2013년에는 법적으로 젠더를 바꾸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해야 한다는 조건도 사라졌다.
490개 유럽 성 소수자 단체의 연합 기구인 시민단체 ‘일가유럽(ILGA-Europe)’은 매년 유럽 49개국의 성 소수자 친화도를 조사해 레인보 유럽 보고서를 발표한다. 스웨덴은 2017 보고서에서 12위를 차지했다. 2016년 보고서 때는 6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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