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 관한 책과 자료만 읽을 것 같은 ‘학구파’ 이종태 기자가 알고 보니 추리소설 마니아였다. 옆에서 관찰해본 결과, 그는 틈나면 추리소설을 읽는(것 같)다. 나는 별로 내켜하지 않는, 썰고 자르고 피 튀기는 공포소설도 즐기는 듯하다. 그에게 장르소설 읽는 시간은 쉬는 시간이다. 선구안 좋은 안내자가 주변에 있으니 추천 받아 한 권 두 권 읽을 때마다 재미가 쏠쏠했다.

〈미스터리는 풀렸다!〉도 추리소설의 길로 인도하는 좋은 안내서다. 저자의 이 분야 독서량이 상당해 보인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의 지은이는 정녕 이 많은 추리소설을 다 읽었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책에는 ‘깨알 같고 비밀스러운 추리소설 산책’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깨알 같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정보가 많다. 가령 이런 것이다. 농구 선수 카림 압둘 자바, 축구 황제 펠레, 테니스 스타 나브라틸로바의 공통점은? 세 스포츠 스타는 각각의 공저자와 함께 추리소설을 발표한 적이 있단다. 이게 ‘깨알 정보 1’이라면 ‘깨알 정보 2’는 ‘파리 경찰청장상’이다. 프랑스의 대표적 추리소설 신인상 공모전 중 하나란다. 1946년부터 시작된 이 공모전은 파리 경찰본부가 후원한다. 심사위원 중에는 경찰 관계자도 있다. 경찰 활동을 얼마나 정확히 묘사하는지도 중요하게 평가한다. ‘깨알 정보 3’은 ‘독살 통계’다. 이 책에 따르면,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장편 66편에서 모두 161명이 살해되는데, 독살이 나오는 작품은 34편으로 절반이 넘으며, 독살 희생자는 62명으로 40%에 가깝다. 지은이는 약 조제실에서 근무했던 애거사 크리스티의 실제 경험과 이런 통계를 엮는다. 한 분야를 끈기 있게 들여다보는 ‘사소한 저력’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는 중간, 흥미로워 보이는 작품에 밑줄을 그어두었다. 책 뒤에 실린 작품 목록도 요긴해 보인다. 땔감을 쌓아둔 느낌이다. 그래서 당분간 여름이고 겨울이고 심심할 땐 추리소설이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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