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경전철이 5월26일 파산했다. 운영할수록 적자가 쌓여 더 이상 감당키 어렵다는 이유였다. 파산 주체인 민간 사업자 의정부경전철㈜은 2016년 12월 말 기준 누적적자가 3676억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당장 경전철의 운행을 중단하진 않지만, 경우에 따라 2000억원이 넘는 실시 협약 해지환급금을 시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처지다.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던 경전철의 장밋빛 미래는 2012년 7월 개통 이후 4년10개월 만에 파국으로 치달았다.

예상된 파산이었다. 파산 원인인 만성적자는 잘못된 수요예측에서 비롯됐다. 문제가 된 수요예측을 뽑아낸 쪽은 민간 사업자였다. 사업 협약 당시 의정부경전철의 2012년 예측 수요는 하루 평균 7만9049명. 그러나 막상 2012년 7월 개통 첫해, 하루 평균 이용객은 1만1258명에 불과했다. 지자체와 국책연구기관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민간 사업자가 설정한 수요예측을 의정부시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검토·확정했지만, ‘뻥튀기 숫자’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시사IN 조남진감사원은 2013년 전국 경전철 사업 감사에서 의정부경전철(사진)의 당초 수요예측이 엉터리 수식으로 산출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013년 전국 경전철 사업 감사에서 의정부경전철의 당초 수요예측이 엉터리 수식으로 산출됐다고 지적했다. 이용객이 경전철 역사에 접근하는 시간을 임의로 줄이거나(10분을 5분으로) 누락했다. 결국 경전철 수단분담률(이용자가 특정 교통수단을 선택하는 비율)은 9.6%로 산정되었는데, 실제 적정 수단분담률은 1.6~3.9%에 불과했다. 시내 통행량 산정에 쓰이는 자료도 2003년 국가교통데이터베이스(KTDB)를 활용해야 했지만, 정작 수요예측에 쓰인 자료는 1999년에 작성된 의정부시의 가구통행실태조사 결과였다. 결국 잘못된 자료를 바탕으로 예상 통행량이 21.3~31.3%나 부풀려졌다.

부정확한 예측 수요는 곧장 민간 사업자에게 자충수로 돌아왔다. 의정부경전철㈜과 의정부시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협약을 맺어 사업을 진행했다. 의정부시가 민간 사업자의 수익이 일정 조건에 미달할 경우, 차액을 보전해주는 협약이다. 그런데 다른 민자 사업과 달리 의정부경전철에는 ‘예외 조항’이 하나 있었다. 승객이 당초 예측한 수요의 50%를 넘기지 않을 경우, 의정부시가 차액을 보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이었다. 개장 첫해 이용객은 예측치의 14%에 불과했다. 의정부시는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니, 파국이 눈에 보이는 와중에도 경전철은 멈추지 않았다. 뒤늦게 시에서 경로 무임승차제를 실시하고, 수도권 환승할인제가 적용되면서 하루 평균 3만여 명 수준으로 이용객이 늘었지만, 그래도 예측 수요의 50%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개통 초반부터 파산 위기가 뒤따르자, 결국 운영사 측은 ‘사업 재구조화’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경전철 파산은 의정부시로서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서로의 ‘안’은 격차가 너무 컸다. 민간 사업자인 의정부경전철㈜은 의정부시에 20년간 매년 150억~164억원을 달라고 요청했다. 사업을 포기했을 시 받는 환급금과 기타 비용을 20년으로 분할한 금액이다. 하지만 의정부시가 내민 협상안은 연 50억 남짓이었다. 2015년 11월 착수한 사업 재구조화는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고 올 1월 파산 신청으로 이어졌다.

경전철 예측 수요, 왜 자꾸 부풀려졌을까

수요예측 실패가 지자체와 민간 사업자에게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비슷한 시기에 추진된 다른 민자 사업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측 수요가 부풀려지는 것은 지자체와 민간 사업자 간 협약의 형태 때문이다. 2000년대에 추진된 경전철 사업의 경우, 대개 예측 수요에 미달하는 만큼을 보전해주는 MRG 형태로 지자체와 민간 사업자 간 협약을 맺었다. 임기 중 사업성과가 필요한 지자체(혹은 정치인)와 사업은 벌이되 리스크는 줄이고 싶은 민간자본의 이해관계가 결합된 형태다. 예측 수요가 크면 클수록 민간 사업자가 보전받는 수익이 크기 때문에 부풀려지는 경향이 생겼다. 그나마 2009년부터 민자 사업을 추진할 때 MRG 협약이 전면 금지되었지만, ‘민자 사업’ ‘경전철’이라는 말이 낯설었던 이전 시기에 사업을 벌인 의정부, 용인, 부산·김해는 대표적인 민자 사업 실패 사례로 손꼽히게 됐다.

ⓒ시사IN 조남진2013년 4월 개통한 용인경전철(위)도 하루 평균 이용객이 예측 수요에 못 미치고 있다.

2013년 4월 개통한 용인경전철은 사업 협약 당시(2004년) 하루 평균 16만1000여 명이 이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사업 재검토 과정에서 예측 수요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왔고, 2010년 경기개발연구원에 수요 예상 재산출을 의뢰했다. 이때 경기개발연구원이 산출한 예상 이용객은 2013년 기준 하루 평균 3만2000여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3년 4월 개통 직후 실제 이용객은 하루 평균 1만여 명에 못 미쳤다(〈시사IN〉 제321호 ‘저 기차들, 기가 차네’ 기사 참조). 지난 4월에야 하루 평균 이용객이 2만9000여 명을 넘겼지만, 2010년 당시 경기개발연구원이 산출한 2015년 예측 수요(하루 평균 4만9000여 명)에도 아직 도달하지 못한 실정이다. 


2011년 9월에 개통한 전국 1호 경전철, 부산-김해 경전철도 마찬가지다. 협약 당시 하루 평균 17만60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해 실제 하루 평균 이용객은 5만여 명에 그쳤다. MRG 협약으로 부산시와 김해시가 운영사에 보전해준 비용은 2016년까지 총 2124억원(부산시 798억원, 김해시 1326억원)에 달했다. 그나마 부산·김해, 용인 모두 올 3월에야 MRG 협약을 ‘비용 보전 방식’으로 전환해 숨통이 틔었다. 예상 수요가 아닌, 실제 소요 비용을 기준으로 차액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지자체에 전가되는 과도한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서울지하철 9호선처럼 ‘사업 재구조화’를 벌인 결과다.

공공인프라(SOC·사회간접자본)에 참여한 민간 사업자가 파산에 이른 것은 의정부경전철이 처음이다. 보통 지자체와 민간 사업자 간 접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의정부경전철은 민간 사업자가 끝내 ‘손절매’를 선택한 사례다. 당초 협약대로라면, 파산 후 협약 해지로 인해 발생하는 지급금(의정부시가 민간 사업자에게 줘야 할 배상금, 기존 민간 투자비용에서 감가상각을 제외한 금액) 규모는 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당초 의정부경전철 구축에 들어간 총사업비는 6767억원. 이 중 민간자본은 3800억여 원이었다.

민간 사업자가 원하는 만큼 쉽고 빠르게 손절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의정부시는 어디까지나 협약을 해지했을 때 주는 돈이라고 주장한다. 30년간 운영키로 계약한 당사자가 4년 만에 투자금만 회수해서 발을 빼는 건 일종의 ‘먹튀’라는 것이다. ‘파산으로 인한 협약 해지’가 처음이라, 해지 시 지급금 문제는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어찌됐든 사고는 민간자본과 실적에 눈이 먼 정치인이 저질렀지만, 책임은 시민들이 져야 할 판이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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