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3~14일, 국민의당은 강원도 고성 국회연수원에서 워크숍을 열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철 원내대표를 비롯해 의원 30여 명과 지역위원장 210여 명이 모였다. 안철수 전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선 패배 이후 당을 재정비하고 당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 일정도 논의되었다. 국민의당은 박지원 전 대표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남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도부를 맡고 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개회식 인사말에서 “당이 어수선하고 침체된 분위기이다. 사기도 저하되고 앞날도 불안하다”라고 당이 처한 어려움을 인정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도 “문재인 정부가 고공지지율 행진을 하다 보니 지역위원장들이 국민의당의 존재감이 사라질까 봐 걱정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6월 셋째 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7%였다.

이날 김태일 혁신위원장은 당 혁신에 대해 특강을 진행했다. 국민의당은 6월 초 대선평가위원회와 혁신위원회를 꾸렸다.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김태일 위원장은 열린우리당 대구시당위원장을 맡은 바 있으며 민주당 개혁특위에서도 활동했다.

ⓒ연합뉴스6월13~14일 국민의당 워크숍에서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의 정체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삼각형 꼭짓점 만들기(트라이앵글레이션)’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양 끝이 진보-보수인 직선상 중간, 중재자 위치에 서면 국민의당은 쫄딱 망한다. 왼쪽으로 가까이 가면 ‘2중대’, 오른쪽으로 가면 적폐 세력의 일부라고 한다. 가운데에 서면 기회주의자가 된다. 진보-보수와 다른 꼭짓점을 찍고 거기에 포지셔닝해야 한다.” 당의 존립에 대해 위기의식이 팽배한 만큼 참가자들은 김 위원장의 진단을 경청했다. “중재자는 보조에 머물 뿐이다. 캐스팅보트는 소극적인 역할을 자처하는 거다. 중재자가 되려 하지 말고 정국을 주도해야 한다”라는 발언에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반면 국민의당과 호남의 관계에 대한 그의 조언은 논쟁으로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당에는 호남이라는 지역성과 안철수가 표방하는 개혁성이라는 정체성 두 개가 있다. 호남 없는 개혁은 공허하고 개혁 없는 호남은 맹목이다. 호남 지역성과 개혁성을 어떻게 결합할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두환 서울 금천지역위원장은 “우리를 호남에만 가두어둔다면 이 당은 집권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우일식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지역위원장도 “국민의당이 호남 도지사, 호남 시장을 위한 당이 아닌데 호남 논의만 한다. 당 지도부는 지금 비상사태를 즐기는 건지 비상사태를 끝내려 하는 건지 계획을 제시해달라”고 주장했다.

호남 없는 개혁은 공허, 개혁 없는 호남은 맹목

‘정체성 딜레마’는 국민의당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숙제다. 지역구 국회의원 27석 중 23석이 호남 지역으로 호남계가 대세인 반면, 지역위원장은 대부분 20대 총선을 앞두고 임명되어 안철수계로 분류된다. 원내와 원외의 정치 노선이 갈린다. 실제로 특강 이후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당의 정체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노선 투쟁에서 어느 쪽이 지배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전당대회, 더 나아가 내년 지방선거의 결과까지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 원외 지역위원장의 말이다. “지금 핵심적인 질문은 두 가지다. ‘이 당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해야 이기는가?’ 이 당의 본질은 ‘새 정치’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지난 총선 때 신생 정당에 국민들이 성원을 보내준 건 영호남을 기반으로 한 적대적 공생관계 구조를 깨고 상식적인 정치를 하라는 뜻이었다.”

6월13일 저녁에 이어 6월14일 오전에도 지역위원장들은 토론을 벌였지만 워크숍은 별도의 결의문 채택 없이 끝났다. 국민의당은 8월 중 전당대회를 열 예정이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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