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현씨(20·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기계공학과)는 강원도 동해시 산골마을에서 자랐다. 도시 아이들이 학원에 갈 때 개구리를 잡으며 놀았다. 그에게도 꿈이 있었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로봇 슈트를 멋지게 만들고 싶었다. 그즈음 2013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미국 대학 한인학생회와 함께하는 리더십 포럼-2013 〈시사IN〉 청소년 공감 콘서트’에 참여했다. 이 강연이 그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모의고사 대신 SAT(미국 대학입학시험)를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황씨는 ‘선샤인(sunshine)’을 ‘순신’이라고 읽을 정도로 영어를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버스를 기다리는 순간에도 영어 단어를 외우며 유학을 준비했다. 결국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에 입학했다. 지금은 인공근육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6월12일 황씨는 이번에 ‘미국 대학 한인학생회와 함께하는 리더십 포럼-2017 〈시사IN〉 청소년 공감 콘서트(리더십 포럼)’ 강사로 나섰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은 마치 거대한 나무를 도끼로 찍어내는 것 같았다”라며 “꿈이 있다면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말했다.

 

ⓒ시사IN 신선영6월12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시사IN〉 리더십 포럼에서 게스트로 나온 고산씨(한국인 최초 우주인 후보)가 강연을 하고 있다.


리더십 포럼은 2010년부터 〈시사IN〉이 사회 환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해온 진로 교육 강좌다. 입시나 환경에 짓눌려 꿈을 꾸지 못하는 고등학생을 위해 무료로 마련했다. 올해로 8회를 맞은 〈시사IN〉 리더십 포럼은 충북 청주시(6월8일), 전북 전주시(6월9일), 서울(6월12일)에서 각각 200명 안팎의 고교생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리더십 포럼은 게스트 특강, 공감 콘서트, 멘토·멘티 만남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6월12일 연세대에서 열린 리더십 포럼에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에서 창업 컨설턴트로 변신한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가 특강을 했다. 고 대표는 “오늘 온 학생들이 막연하게라도 자신이 생각지 못했던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충분히 잘하고 있어, 괜찮아”

 

 

 

(왼쪽부터)최윤희(컬럼비아대 지속가능경영학 석사과정 유니세프 연구원), 황종현(펜실베이니아주립대 기계공학 학사과정), 정나현(MIT 도시환경공학 박사과정), 조성준(프린스턴대 전산생물학·생명공학 박사과정), 박찬모(하버드대 심리학 박사과정), 임성원(스탠퍼드대 생명공학 박사과정)

강사이자 멘토로 하버드·MIT·컬럼비아·프린스턴·스탠퍼드·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등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한인 유학생 6명이 나섰다. 이들은 고교생들에게 “나도 여러분과 똑같은 고민을 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성공담이라기보다 실패담이었다. 정나현씨(31·MIT 도시환경공학 박사과정)는 대학에서 게임에 빠져 6년을 보냈다. 다시 공부를 하고 싶어도 게임을 끊을 수가 없었다. ‘PC방이 없는 나라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정씨는 “늦게 유학을 결심해 지금도 나보다 5∼7살 어린 동료들과 함께 공부한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 10년 늦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성준씨(29·프린스턴 대학 전산생물학·생명공학 박사과정)는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의 해외 발령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갑작스럽게 떠난 유학이라 말도 잘 통하지 않아 괴로운 학창 시절을 보냈다.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학교에 가지 못해 정학을 당하기도 했다. 희한하게도 그렇게 바닥으로 내려오자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괜찮아질 것’이라는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순탄치 않은 유학 생활이었지만 한번 실패한 경험이 오히려 그를 두렵지 않게 했다고 한다. 조씨는 “그때의 내 자신이 앞에 앉아 있다는 생각으로 여러분께 얘기해주고 싶다. 여러분들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괜찮다고”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시사IN〉 리더십 포럼에는 전북 지역 고등학생 200여 명이 참석했다.

임성원씨(34·스탠퍼드 대학 생명공학 박사과정)의 중학교 1학년 때 꿈은 게임 제작자였다. 막상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니 이 길이 아닌가 싶었다. 이때 ‘직업’보다는 ‘가치관’이 진정한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 생명공학자로서 벤처기업을 창업한 그는 “‘꿈이 없다’는 건 거짓말이다. 여러분 안에 있는 멋있는 꿈을 아직 못 찾았을 뿐이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면 꼭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윤희씨(27·컬럼비아 대학 지속가능경영학 석사과정)는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왼쪽 귀마저 중이염에 걸려 한동안 학교를 가지 못하고 유급했다. 그때 오히려 호기심과 관찰력을 키웠다. 전화위복이었다. 심심해서 가본 유엔 본부 투어를 계기로 지금은 유니세프 연구원으로 일한다. 최씨는 “내가 그때 그렇게 막 살지 않았더라면, 한번 해보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겉핥기라도 좋으니 자신감 있게 뭐든 하고 싶은 것을 해보길 권한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신선영공감 콘서트가 끝난 후 진행된 멘토·멘티 만남에서 강사와 학생들은 질의응답과 선물 증정 시간을 가졌다.

박찬모씨(40·하버드 대학 심리학과 박사과정)도 학창 시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 시달렸다. 하지만 박씨는 이를 장애라고 여기지 않았다. 결국 ADHD를 극복한 박씨는 “세상이 나에게 준 선물은 나 자신밖에 없다. 열심히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리더십 포럼의 하이라이트는 강사 한 명과 학생 20~30명이 만나는 멘토·멘티 만남이다. 멘토·멘티 시간에 강사와 학생들은 고민을 나누며 공감했다. 일회성 만남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멘토들과 학생들은 이메일, 페이스북 계정 등을 주고받았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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