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 편집국에 연례행사가 있다. 교육생 선발이다. 한때 인턴 기자로 불렸다. 2006년부터 선발 과정에 관여했다. 선발 공고를 내면 지원서가 수북이 쌓인다. 지원 서류 양식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 지원자는 이력서, 자기소개서, 기사 기획안 등을 자유롭게 작성해 제출한다. 공채 기자 선발 때도 그렇듯, 토익 등 영어 점수를 따로 요구하지 않는다. 구글 메일로 지원 서류를 받는데 간혹 오해도 있다. 지원자가 수신 확인을 하면 ‘읽지 않음’ 표시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매년 늘 이런 항의전화를 받는다. 여기서 다시 강조한다. 지원서는 한 장도 빼놓지 않고 다 본다.

지원 서류를 볼 때 나만의 방식이 있다. 먼저 자기소개서를 읽고 기사 기획안을 본 다음 이력서를 맨 나중에 본다. 대학 서열이나 지방 학생에 대한 편견을 배제하기 위해서다. 몇 년간 지원서를 읽다 보니 ‘패턴’이 엿보였다. 몇 년 전에는 유독 외환위기의 아픔을 토로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았다. 1997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시절 갑자기 아버지가 직장을 잃었고, 다니던 학원을 끊었고, 이사를 가거나, 지방에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맡겨졌다는 사연이었다. 한둘이 아니었다. 내게는 취업 공고가 나지 않았던 해로 기억되는 1997년이 그들에겐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긴 해로 기억되었다.


매년 지방대 학생 지원자가 줄어드는 점도 눈에 띈다. 정확한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데, 줄고 있는 건 분명히 맞다. 마지막으로 이력서를 확인하면 대부분 서울 소재 대학에 다녔거나 졸업한 학생이었다. 어학연수, 해외봉사 활동 등 화려한 스펙보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눈여겨보는데도 지방대 학생 격감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가 보다.

그 이유를 이번 주 커버스토리 기사에서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은 변진경 기자가 지난 3주간 ‘지방 청년으로 산다는 것’을 취재했다. 변 기자는 지난 제493·494호에서 굶고 때우고 견디는 청년 ‘흙밥’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학교 식당에서 500원짜리 공깃밥과 단무지를 반찬 삼아 먹었다는 대학생, 밥과 쌈장과 올리브 통조림만으로 한 달을 버텼다는 자취생, 냉동실에 얼려둔 삼각김밥 3개를 너무 배가 고파 녹이지도 않은 채 부숴 먹었다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 청년들의 사연을 읽으며, “이거 실화냐”고 묻기도 했다.

이번에도 변 기자는 청년 문제를 서울 중심으로 접근하는 데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지방에 지역구를 둔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당 의원들에게 이번 커버스토리를 ‘강추’한다. 청년 실업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일자리 추경을 반대하는 ‘의원님들’에게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줄 것이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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