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21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SNS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같은 당 소속 표창원 의원과 함께 찍힌 사진이었다. 옷차림이 대비되었다. 박주민 의원의 별명은 ‘거지갑’. 겉모습에 개의치 않고 현장을 찾아다닌다고 해서 지지자들이 그에게 붙인 애칭이다. 이날, 박 의원은 SNS에 표 의원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신사와?’라고 적었다. 누리꾼들 반응이 좋았다. 두어 달 후 두 의원은 ‘신사와 거지’라는 이름으로 팟캐스트를 함께했다.

표창원·박주민 두 의원은 2015년 12월과 2016년 1월에 정치권에 들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두 사람을 영입했다. 표창원 의원은 경찰대 교수로 재직할 때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의 수사를 공개적으로 촉구했고, 이로 인해 교수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박주민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 밀양 송전탑 피해 주민, 쌍용차 해고 노동자 등을 지원했던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독자와 함께하는 ‘〈시사IN〉 인터뷰 쇼 시즌 2’의 첫 번째 인터뷰이로 두 의원이 나섰다. 독자들의 질문을 사전에 받고 〈시사IN〉 기자들이 대신 묻는 방식이다. 주진우·차형석 기자가 ‘질문 배달부’ 구실을 맡았다. 두 의원이 법조·경찰 출신인 만큼 검찰·경찰 개혁에 대한 질문이 주로 나왔다. 두 의원의 의정 활동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6월20일 서울 홍대 앞 하나투어브이홀에서 열린 〈시사IN〉 인터뷰 쇼 내용을 정리했다.


경찰대 교수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검찰·경찰 개혁에 대한 생각이 남다를 것 같다.

표창원:검찰 개혁을 원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짚어보자. 지난 정부 때 우병우 전 민정수석, 진경준 전 검사장, 김학의 전 법무차관,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등이 물의를 빚었다. 김광준 전 검사는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았다. 그런데 검찰은 제 식구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주변에 김기춘 전 실장, 황교안 전 총리가 있었는데 다 검사 출신이다. 검찰에 대해 국민들이 화가 났다. 검찰은 산 권력에는 약하고 죽은 권력에는 강했다. 검찰에 대해 분노가 확 일어났다가 살아 있는 권력이 검찰을 이용하면 그런 분노가 수그러들곤 했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검찰 개혁이 왜 필요한지 국민 한 명 한 명에게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검찰이 모든 권한을 가졌기 때문에 우리 삶 전반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런 문제를 시민들이 알고 있어야 검찰 개혁이 중단 없이 진행될 수 있다.

박주민:검찰 개혁 방안으로 내세운 게 큰 틀에서 두 가지다.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하고 공수처가 검찰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검찰·경찰과 수사권 조정을 통해서 견제와 균형을 잡는 게 또 다른 축이다. 그 외에도 검찰 기소권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 중이다. 피의자의 방어권을 강화하기 위해 (수사 절차에서도 국선 변호를 받을 수 있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수사권을 넘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검찰로선 견디기 어려워했다.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심이 있기 때문에 검찰이 계속 반대해왔다.

 

 

ⓒ시사IN 윤무영박주민·표창원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세 번째)은 ‘신사와 거지’라는 이름의 팟캐스트를 함께 진행했다.


정치 검사에 대한 인적 청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들이 많다.

표창원:인적 혁신과 제도 혁신이 있다. 인적 혁신 없이는 혁신이 불가능하다. 나는 경찰 개혁에 관심이 많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때 경찰 개혁을 돕는 대통령 직속 자치경찰추진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때 경찰 쪽 대표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경찰 혁신과 개혁의 실패를 지켜보았다. 왜 그런가 했더니, 결국 사람이더라. 사람이 제도 변화를 싫어하면 방법이 없더라. 대통령이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정권 초에 힘 있을 때 밀어붙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사람에 대한 혁신적 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제도 개혁 방향에 동의하고 뜻을 맞출 때 혁신이 가능하다. 지금 그 작업 중이라고 본다.

박주민:문재인 대통령은 바둑을 좋아한다. 대통령이 쓴 책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바둑에서 가장 중요한 게 복기라고. 한번 둔 바둑을 다시 두면서(복기) 실패한 원인이 뭔지 새기는 거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5년에 대해 수차례 복기했다. 실패를 딛고 정부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지 구상했다. 민주당과 정치세력만 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과 진보 단체도 함께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아쉽고 서툴렀던 대목을 반복하지 말자. 검찰 개혁이 오래 걸릴 수 있고, 시민들이 보기에 답답할 수 있지만 실패하지 않고 꾸준히 개혁해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

경찰에 수사권을 넘길 경우 지금 경찰 준비가 되어 있나 하는 독자들 물음이 많았다.

표창원:오늘 경찰 쪽을 만났는데 ‘수사권 조정’ 이야기를 하길래 “그런 이야기 말고 깜짝 놀랄 수준으로 혁신해달라”고 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는 ‘누가 더 잘해, 누가 더 예뻐’의 차원이 아니다. 권력의 집중과 분산의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뜻이다. 최근 경찰이 외부 인사를 영입해 경찰개혁위원회를 만들었더라. 경찰에 가장 비판적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등이 활동한다. 한번 지켜보자.

 

 

 

ⓒ시사IN 윤무영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 버티면 야당들도 협치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주민:참여정부 때는 검찰,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마다 ‘과거사위원회’를 만들었다. 과거에 각 기관이 잘못했던 것을 조사하고 그 잘못에 대해 사과했다. 돌이켜보면 제도를 개선하는 게 아니었다. 지금은 제도개선 위원회를 만든다. 이게 차이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훌륭했지만 검찰이나 국정원을 대할 때 제도 개선보다는 ‘내가 권력기관을 칼로 안 쓰겠다. 그러면 스스로 알아서 개선하겠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면 바로 서겠지’라고 접근했던 것 같다. 지금은 제도를 개혁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복기의 결과다.


두 의원의 말은 ‘검찰 개혁, 경찰 개혁이 단기간에 승부를 볼 일이 아니다’라는 것 같은데.

박주민:많은 분들이 정권이 바뀌었으니 검찰 개혁을 빨리 해내라고 한다. 이해한다. 왜냐하면 그분들은 9년을 기다린 것이니까. 하지만 지금 정권을 잡은 지 두 달도 채 안 되었다는 점을 감안해달라. 아직 장관 인사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불안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박주민:정부가 그런 우려에 대해 당연히 신경을 써야 한다. 누가 봐도 능력 있고 개혁 의지가 충만하고 공격에 잘 버티는, 끈기와 지구력이 있는 사람이 일을 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라면 인사의 5대 원칙에서 약간 흠이 있더라도, 개혁 대상 기관의 수장에 대해서는 인사를 강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협치라는 게 야당하고 야합하라는 게 아니다. 국민이 바라는 협치는 오히려 지지율 높은 여당이 일 잘하도록 야당이 협조하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표창원:인사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인사청문회의 본질을 보자. 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대법원장은 국회 인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장관 등 국무위원은 국회 인준을 꼭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 검증을 보고 국민이 판단한다. 그 결과가 여론에 나타난다. 그 여론에 따라 대통령이 인사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그다음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인사권자가 책임을 지면 된다. 이전에도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지만 장관 30여 명이 임명되었다. 가령 지금 이철성 경찰청장 같은 경우 후보자 시절에 과거 음주사고가 드러났다. 사고 당시에 경찰 신분을 속여 징계를 회피했다. 그게 당시에 드러났다면 경찰청장 후보 자리에도 못 오를 일이었다. 그런데도 경찰청장이 되었다. 야당이 임명에 반대했지만 국회 파행으로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그 이후에 인사권자가 정치적 책임을 지는 거다. 만약 그 후보자가 장관이 되어서 업무를 잘 못하면 ‘거 봐라, 우리가 문제 제기했는데도 강행하더니 결국 이렇게 되었구나’ 비판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강경화, 김상조 등을 임명한 것은 정상적 인사인 것이다.

인사 문제로 야당이 국회 상임위를 보이콧하면 어떻게 하나(독자 질문)?

ⓒ시사IN 윤무영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꿈꾸었던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서 기대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박주민:의회에 들어오니 답답한 게 있다. 국회 안에서 합리적 대화를 통한 설득이 정말 어렵더라. 그나마 국회에서 단결된 모습을 보여준 게 탄핵소추안 표결이었다. 국민이 그런 지형을 만들어준 것이다. 촛불을 드니까 새누리당이 두 개로 쪼개졌다. 지금 상임위 파행 등을 두고 여당이 야당을 상대로 대화와 협상을 하지만 그거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들이 이런 이야기를 바깥에서 해주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표창원:야당은 철저히 ‘합리적’이다. 긍정이 아니라 이해타산에 밝은 분들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하지만 내년 지방선거까지 보면 지금 야당의 적은 지지율로는 계속 그럴 수 있을까. 역풍을 두려워할 것이다. 국민들이 야당의 보이콧을 ‘비난을 위한 비난’으로 판단하면 선거에서 참패할 것이다. 이런 공포감을 느끼게 되면 야당이 협치를 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국민 지지와 함께하고 국민과 함께 버티다 보면 야당들이 협치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표창원 의원이 SNS에 법무부 장관 후보를 추천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청와대와 물밑 교감이 있나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표창원:노회찬 의원, 이재명 시장, 박주민 의원 등 여섯 분을 추천한다는 글을 올렸다. 어제 자유한국당 의원 몇 분이 내게 진지하게 물어보더라. 그 후보자 리스트가 청와대에 있는 거냐고(웃음). 전혀 아니다. 물론 의도는 있었다. 사퇴한 안경환 후보자에 대한 공격이 너무 괘씸했다. 그래서 그러면 (기존 검찰을 비호하는 세력들이) 공포에 떨어봐라 하고 올린 거다(웃음). 43년 전의 이혼 소송 기록을 어떻게 얻었는지, 그걸 자랑이라고 떠들고 있으니. 그럼 다음 후보자가 누가 될지 상상해보라는 뜻에서 리스트를 제공한 거다.

박주민:그런데 노회찬 의원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면 ‘표 의원님 대박 나는 거다’(방청석 웃음).

정권교체로 여당 의원이 되었는데 야당 의원일 때와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인가?(방청객 질문)

표창원:야당 의원 때는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편한 측면이 있었다. 하고픈 대로 이야기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여당이 되니까 왠지 모르게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인사청문회도 마찬가지다.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된 느낌. 뭔가 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 아직까지는 조금 남아 있다.

박주민:아직 익숙하지 않다. 라디오 인터뷰 때도 ‘저희 야당은…’이라고 실수하고(웃음). 그래도 뭔가 과거에 꿈꾸었던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서 기대감이 있다. 또 달라진 점을 꼽자면, 경찰들이다. 변호사 때 집회에서 경찰에게 뭐라고 그러면 경찰들이 ‘저거 치워’ 이랬다. 나를 모르는 줄 알았는데, 상황 보고에 ‘박변 항의 중’이라고 되어 있더라. 누군지 알면서도 ‘저거 치워’ 한 거다. 야당 의원 때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여당 의원이 되니까 내가 다가가면 (경찰 대오가) 홍해 갈라지듯 갈라지더라(방청객 박수). 야당에서 여당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국민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달라는 뜻으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어긋남 없이 걸어가도록 하겠다. 때론 여당이기 때문에 더 욕먹을 수도 있고 혼날 수 있지만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만 보고 가겠다(인터뷰 쇼 동영상은 〈시사IN〉 페이스북 facebook.com/sisain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자명 주진우·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ac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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