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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창업가 터널 굴착도 해낼까?

2017년 07월 07일(금) 제511호
김응창 (SK텔레콤 디바이스&시큐리티 랩 매니저)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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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트웨어에서 우주개발까지 긴 성공 이력을 가진 일론 머스크가 교통체증 해소를 위한 터널굴착기 개발을 시작했다. 자신의 땅에 진짜 터널을 만들어 시험주행도 마쳤다.

“교통체증은 영혼을 파괴한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 말을 남긴 건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다. 그는 한탄으로 그치지 않았다. 꽉 막힌 도로를 개선하기 위해 머스크는 ‘터널굴착기를 만들어 땅을 파겠다’고 트위터에서 선언했다. 몇 달 만에 자신의 땅에 진짜 터널을 만들어 시험주행을 마쳤다. 일론 머스크의 새 프로젝트는 그렇게 태어났다.

머스크가 올해 4월 공개한 동영상에서 미래를 엿볼 수 있다. 동영상에서 운전자는 승용차에 오른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간다. 자동차는 썰매 같은 장치에 실리고, 이 썰매가 레일을 따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면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 도로로 올라온다. 머스크는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회사 ‘보링컴퍼니’를 설립했다.

ⓒAP Photo
일론 머스크는 터널 굴착 사업을 위해 ‘보링컴퍼니’를 설립했다.

즉흥으로 회사를 세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오랫동안 구상한 내용이라고 한다. 그는 도로가 2차원(평면)으로는 한계에 이르렀으니, 3차원(입체)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면에서 입체로의 진화는 최근 기술 발전에서 자주 등장한다. 반도체 기술도 용량 한계에 다다르자 3차원으로 확장 중이다. 머스크가 공중보다 땅속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지만 설득력 있다. 머리 위에 뭔가 날아다니면 시끄럽고 불안하다. 땅속과 달리 공중은 날씨 같은 외부 요인에도 영향을 받는다. 머스크는 지하에 30층으로 겹겹이 지나가는 도로를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믿는다.


땅속으로 도로를 확장하는 데 걸림돌이 없는 건 아니다. 터널을 뚫는 게 어렵고, 비용도 문제다. 머스크는 ‘달팽이와의 경주’에서 이기면 해결된다고 믿는다. 부드러운 흙을 기준으로 달팽이의 땅 파는 속도가 인간의 기술이 집약된 터널굴착기보다 14배나 빠르다고 한다. 2015년 완공된 서울 지하철 9호선 2단계 공사는 4.5㎞ 구간을 연장하는 데 6년3개월이 걸렸다. 길이와 시간을 단순 계산하면 ‘시속 9㎝’ 이하의 속도라고 할 수 있다. 토목 강국 한국의 터널 굴착 속도가 달팽이보다 빠르다고 할 수 없다. 머스크는 현재 터널 굴착의 속도를 10배 이상 개선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았다. 일단 터널 지름을 반으로 줄이면 단면적은 4분의 1로 줄어든다(생산성 4배 증가). 현재의 터널굴착기는 땅을 판 뒤에 지지대를 설치하지만 머스크는 이를 동시에 할 수 있다고(생산성 2배 증가) 강조한다. 또 굴착기의 성능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면 생산성을 다시 2~5배 증가시킬 수 있다. 모두 곱하면 16~40배니까, 최소한 10배는 개선하지 않겠느냐는 계산이다. 머스크가 설립한 보링컴퍼니는 홈페이지에서 “다른 산업들에 비하면 건설의 생산성은 지난 50년간 정체되어 있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건설 전문가들 사이에선 머스크의 아이디어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즉,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터널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이미 실행 중이라는 것이다. ‘지하철’이 그렇다. 머스크의 ‘(자동차 싣는) 썰매’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이동시킬 수 있다. 또 터널 굴착은 지질조사에 따라 계획을 세워야 하고, 아무리 조사를 완벽하게 해도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 지하에는 기존 터널뿐 아니라 배관·통신설비 따위가 사방에 있으며 지상처럼 정리된 지도도 없다. 잘못 뚫은 터널은 싱크홀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건설 전문가도 아닌 사람의 구상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일론 머스크이기 때문이다. 외국의 한 건설 전문가는 “머스크의 과거 기록을 보면, 누가 그의 실패에 돈을 걸겠나”라고 댓글을 달았다. 그가 여태까지 해낸 일도 ‘땅굴 프로젝트’처럼 처음에는 허황되어 보였다.

ⓒ보링컴퍼니 제공
보링컴퍼니가 만든 안내 동영상에 나오는 터널 프로젝트 장면.

머스크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연쇄 창업가’다. 소프트웨어에서 우주개발까지 긴 성공 기록을 가지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살던 1984년 열두 살에 독학으로 코딩을 익혀 게임을 만들었고, 이를 약 40만원에 잡지사에 팔았다. 스물네 살에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 물리학과에 박사과정으로 입학했지만 이틀 만에 때려치우고 동생과 소프트웨어 회사를 차렸다. 1999년 이 첫 번째 회사를 팔아 260억원을 손에 쥐었고, 다시 차린 회사를 2002년에 또 팔아 2000억원을 벌었다. 바로 온라인 결제 업체 ‘페이팔’이다.


머스크는 페이팔 매각 이후, 화성 식민지화가 꿈이라며 우주개발 회사인 ‘스페이스X’를 창업했다. 그가 우주여행 비용을 낮추기 위해 ‘재활용 로켓’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도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로켓은 발사 이후 바다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는 일회용이었다. 그는 결국 목표를 이뤘다. 올해 3월 회수한 로켓의 재활용에 성공했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성공도 빼놓을 수 없는 기록이다.

단지 엉뚱한 상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


그렇다고 머스크의 모든 구상이 현실화한 건 아니었다. 몇 년 전 교통을 혁신하겠다면서 내놓았던 ‘하이퍼루프’는 현재 시들해진 것 같다. 하이퍼루프는 진공관 안에서 움직이는 전철로, 비행기보다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머스크는 말했다. 직접 만들어 실험도 하고 경진대회도 열었다. 하지만 지금은 “취미활동이었다”라며 스스로 상용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번 ‘땅굴 프로젝트’도 자신의 시간 중 2~3%만 쓰고 있다니 새로운 취미일지 모른다.

하지만 도로와 교통의 미래에 대한 대담한 상상력이 필요한 건 확실해 보인다. 자율주행 기술 발전과 공유경제 확산 때문이다. 미래에는 버스를 타는 것보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빌리는 것이 저렴할 수 있다. 그만큼 더 많은 자동차가 도로에 나올 것이라고 머스크는 예상한다.

머스크식 ‘파괴적 혁신’이 이런 우려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머스크 계획의 핵심은 ‘실리콘밸리 방식으로 연구개발(R&D)’해서 ‘IT에서처럼 혁신’을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CEO가 트위터로 계획을 세우고, 재치 있는 회사명을 짓고(‘보링컴퍼니’의 Boring은 ‘구멍을 뚫다’와 ‘지루하다’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제품 버전마다 멋진 코드명을 붙이고(터널굴착기는 시·연극에서 이름을 따올 예정이고 첫 코드명은 ‘고도’다), 화려한 동영상을 공유하는 것은 모두 실리콘밸리에서 익숙한 방식이다. 관심을 끌어 투자금도 모으고, 그 돈으로 많은 연구원을 투입해 뭔가 새로운 걸 만들면 결국 새로운 시장이 생긴다. 머스크의 구상을 단지 엉뚱한 상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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