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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의 대리전, 그만하자

2017년 07월 17일(월) 제513호
김소희 (학부모·칼럼니스트)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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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고·자사고 폐지를 놓고 논쟁이 치열하다. 정책 입안자들은 현재 외고·자사고 등에 다니는 학생들이 불이익을 보지는 않게 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지나친 친절이다.

“외고까지 다녔는데 원하는 대학 못 갔다고 죽고 싶다 그런대.” “애가?” “아니, 애 말고 그 부모가.” 지인의 근황을 나누던 중 오간 얘기이다. 아이가 대학을 성에 안 차게 갔다고 벌써 2년째 그 부모가 ‘죽을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다. 아이는 중간에 ‘반수’도 해보았으나 더 ‘레벨’ 좋은 대학에 갈 자신이 없다면서 로스쿨을 준비하겠다고 했단다. 대체 그 부모는 누구의 인생을 사는 것인가.

외고·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 교육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해당 학교 재학생과 학부모들이 불이익을 걱정한다는 보도가 많았다. 어떤 여론조사 전문가는 일반고 전환에 대해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반대 목소리는 이해 당사자들이 내는 것이어서 ‘강도’가 다르다는 해석을 덧붙인다. 글쎄. 전체 고등학교 수의 4% 남짓인 해당 학교의 학부모와 아이를, 그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하는 학부모를 아무리 후하게 꼽아봐도 지금의 반대 목소리는 과대 대표되고 있다. 큰 혼란 없고 불이익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학부모의 한 명으로서 얘기하고 싶다.

우리 좀 솔직해지자. 유명 대학 갈 수 있는 기득권이 흔들리는 게 싫다고 해도 된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공부만 해온 애 인생이 억울하고 부모가 들인 시간과 돈과 노력이 얼마인데…, 항변할 만하다. 인정한다. 특목고·자사고, 아무나 보낼 수 없다. 어쩌면 그것만으로 부모인 당신도 낯나고 아이도 충분히 성취했다. 거기까지.

일반고로 전환되면 동문이 없어진다?

ⓒ김보경 그림

정책 입안자들은 현재 외고·자사고 등에 다니는 학생들이 불이익을 보지는 않게 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지나친 친절이다. 이미 우리에게는 돋보기로도 모자라 현미경으로 아이들의 출신 학교와 성적을 구별하는 대학이 있다. 지금과 같은 대학 서열과 입시 제도에서라면 일반고로 전환된 뒤라도 입학 연도에 따라 충분히 ‘다른 대접’을 받을 것이다.


특목고·자사고 제도는 실패했다. 어떤 목적을 성취했고 어떤 다양성을 길러왔나. 애초 취지는 실종되고 포장만 그럴듯한 입시 기관이 되었다. 이들 학교로 진학하는 이유는 대학에 잘 가기 위해서다. 학교 관계자들도 설명회에서 대놓고 얘기한다. 유명 대학 진학률이 얼마라고.

일반고로 전환되면 “동문이 없어진다”는 주장도 민망하기 그지없다. 공부 잘해서 들어온 자기 학년 말고 뺑뺑이로 들어온 후배들과는 동문이고 싶지 않다는 소리 아닌가. 시대착오적인 부모 세대의 연줄·패거리 심보이다. 아이들끼리는 졸업 뒤 연락은커녕 나눌 추억도, 기억도 없는데 학부모끼리만 ‘서로 좋아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처질까 봐’ 교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수의 일반 학부모도 이해 당사자이다. 소수의 고등학교 때문에 중학교로, 초등학교로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이 ‘쳐’내려와, 내 자식이 응당 누려야 할 배움의 즐거움, 또래 교류의 즐거움을 침해받기 때문이다. 영재학교에서 먼저, 특목고와 자사고에서 차례로 쏙쏙 아이들을 뽑아간 뒤 ‘남은 아이들’이라는 느낌을 고작 열다섯 살 아이들의 교실에서 갖게 되는 건 또 어떤가.

부동산으로 뭘 어찌 해보겠다는 꿈, 실패했다. 후유증이 엄청나다. 대학 간판으로 뭘 어찌 해보겠다는 꿈 또한 빨리 깨야 한다. 부동산 업계보다 사교육 업계가 더 강력해서 가까스로 신화를 떠받쳐주고 있을 뿐이다. 이미 입시는 아이들의 경쟁이 아니다. 부모의 대리전이다. 떼로 줄지어 한 방향으로 내달리다 절벽에서 떨어져죽는 나그네쥐를 키우는 게 아니라면, 경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교육의 영역에서는 공리주의가 옳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그 틀에서 대학 입시까지 아울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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