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2015년 5월5일 어린이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대통령이 꿈’이라는 한 초등학생에게 한 말이다. 그로부터 2년여 뒤, 진실을 바라는 시민들의 간절함이 통했을까?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민정비서관실 공간을 재배치하다가 한 캐비닛에서 박근혜 정부 생산 문건을 발견했다. 300종에 달하는 문건 중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이런 자필 메모가 적혔다.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중략)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대응, 금산분리 원칙, 규제완화 지원.’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발가락 부상을 입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재판과 직결되는 내용이다. 7월14일 오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사진)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 사실을 담담히 전했다. 표정분석기는 그의 표정에 0.36%의 기쁨과 0.3%의 경멸이 들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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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청와대가 공개한 자필 메모에는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국·실장 전원 검증 대상. 문화부 4대 기금 집행부서 인사분석’ 등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도 있었다. 7월27일 선고를 앞둔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청소’에 실패한 대가를 함께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뿐 아니다. 2013년 1월 생산된 이명박 정부 시절 자료 1건도 발견되었다. 사무실 책상 서랍 뒤쪽에 들어 있었다고 한다. 서랍을 치우다 보면 흔히 경험하는 일이다.


난데없이 고구마 줄기처럼 박근혜 게이트 내용이 쏟아지자 ‘캐비닛을 땅에 묻어놨나?’ ‘순방 갔을 때 보물찾기 했나?’와 같은 경탄이 나왔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황교안 대통령 직무대행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막아냈는지 이해가 되고도 남지 않나”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다. 청와대 청소가 곧 적폐 청산이 되는 현실에 누리꾼들은 서둘러 자신의 하드디스크를 점검했다. ‘양쪽 발가락 다 아플 예정이라고 전해라’ ‘유라가 정보망이 빠르네. 이제 이해가 된다’ 등의 댓글도 달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예상을 깨고 출석해 증언을 쏟아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는 ‘잘했다’라는 격려가 이어졌다. 정씨와 어머니 최씨를 함께 변호하는 이경재 변호사는 “‘보쌈 증언’이다. 야밤에 가서 황급하게 젊은 여자를 데리고 나오고…”라며 특검의 강요 내지 회유로 정씨가 증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누리꾼은 ‘변호사의 언어를 쓰라’고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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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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