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용 지음
글항아리 펴냄
어쩌다 유명한 맛집에 가서는 ‘이런 심심한 맛을 왜 그렇게 좋아하지(주로 담백한 맛의 음식들이다)’ 하며 속으로 투덜대는 ‘맛알못(맛을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의 제목은 왠지 훅 다가왔다. 그래, 알고나 먹자. 내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자라고 어떤 유통 과정을 거쳐 내 입으로 들어오는지는 알아두어야지 싶었달까.

약력에 따르면 저자는 ‘밥을 팔아 밥을 버는 사람’이다. 한때는 막일꾼이었고, 화물트럭 운전사였고, 인쇄로 밥을 먹던 사람이다. 그리고 ‘농사꾼의 자식’이라고 했다. 식당에서 일했던 경험과 평생 농사만 지어온 어머니와 나눈 대화를 곁들여 된장, 고추장, 소금, 젓갈, 생강, 잡곡, 콩 등 음식 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런 일화와 경험이 엮여 있어서 맛에 무덤덤한 내가 읽기에도, 젠체하지 않는 ‘글맛’이 좋았다.


몇 가지 팁은 옮겨 적어두었다. 1. 수산물 시장에 가서 양념한 젓갈에 꽂힌다 싶으면 물어본다. “이거 양념 안 한 것도 있어요?” 있다고 하면 얼추 그 집에서 직접 담근 젓갈이다. 또 양념한 젓갈은 금세 냉장고에서 발효된다. 오래된 시장을 돌아다니다 가자미액젓을 만나면 주저 말고 한 통 사두라. 만들기도 어렵고, 구하기도 어렵다. 김치를 담그거나 국, 찌개 끓일 때 넣으면 훌륭한 조미료가 된다. 2. 생고기 살 돈은 없고 냉동육 살 정도만 돈이 있다면 반드시 고기를 덩어리로 구입하라. 냉동 덩어리 고기를 신문지에 돌돌 말아 냉장고에 한나절 두면 해동된다. 비닐에 넣어두고 해동하면 물이 흥건해져 냄새와 맛이 나빠진다. 3. 무·배·마늘·양파 1에 생강 0.2의 비율로 믹서에 넣고 갈아보자. 훌륭한 맛을 내는 ‘대체 조미료’다.

귀찮아 끼니를 거르기도 하고 남은 음식 버리는 이도 제 손으로 음식을 만들면 아까워서 끝까지 먹게 된다. 페이지를 넘기다 어느새 ‘채소와 고기를 사다 볶아볼까’ 하는 충동이 일었다. ‘맛알못’이 이 정도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이 ‘음식 재료·문화 박물지’ 덕분이다. 맛이야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