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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장 북한에 지어주자

2017년 08월 04일(금) 제515호
남문희 기자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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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았다. 군사회담 날짜를 7월21일로 제안한 게 무리였던 것 같다. 지난 7월19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미국과 중국의 ‘포괄적 경제대화’가 열렸다. 북한의 화성 14호 발사에 대해 미국이 중국더러 대북 석유 공급을 중단하거나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받거나 양자택일하라고 해왔는데, 그 결판을 내는 회담이었다. 북한으로서는 비무장지대 확성기 방송 중단을 논의할 남북군사회담보다 미·중 포괄적 경제대화가 더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오는 추석 때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해 8월1일 열자고 제안한 남북적십자회담도 불투명하다.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외신 인터뷰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앞서 탈북 여종업원 12명과 북송을 요구하는 김련희씨를 즉각 송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외 조건이다. 북한 내부 사정 때문에 선뜻 회담장에 나올 수 없다고 한다. 이산가족 상봉을 하려면 지방에서 이산가족들을 불러 한 달간 먹이고 입히고 교육해서 내보내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든다. 북쪽의 실무부서인 아태평화위원회는 과거 금강산 관광사업 수익으로 상봉 비용을 마련했다. 지금은 금강산 관광 중단 등으로 이마저 용이하지 않다고 한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시사IN 신선영

대북 사업가 김한신 ㈜G-한신 사장(55)은 북한의 내부 사정을 배려해야 이산가족 상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이름하여 ‘나의 살던 고향 단지조성 사업(실향민 단지조성 사업)’을 2013년부터 남북 당국에 제안하고 있다. 북한이 대외 경제특구로 개발하고자 하는 신의주나 원산 등에 이산가족을 위한 숙박·요양·치료 단지를 짓고 남북 이산가족이 만나게 하자는 것이다. 북한은 토지를 제공하고 남쪽이 관련 시설을 지어 민간에 분양하거나 수익을 나누면 된다. 그는 “70·80대가 대부분인 이산가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여생이나마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 그것을 수용할 정도는 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2013년 베이징에 나와 있던 조선투자개발연합회(현 대외경제성) 측을 통해 이 같은 구상을 북한 쪽에 간접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2013년에는 신의주가 실향민 단지 조성지대로 유망했는데, 지금은 원산·칠보산·백두산을 연결하는 국제관광특구가 개발되고 있어서 접근성을 고려할 때 그쪽이 훨씬 낫다”라고 주장했다. 금강산 관광과 연계할 수도 있고 설악산이나 평창의 동계올림픽 시설과 원산의 마식령스키장 연계 관광도 가능하다.

김씨는 1998년 북한 내륙지역의 식품가공·자원개발·건설 등의 분야에 뛰어들어 사업을 하던 중 이명박 정부의 5·24 조치로 힘든 시기를 보내왔다. 그에 따르면 1080여 개 업체 중 앞으로 사업 재개가 가능한 곳은 30여 군데뿐이다.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주장은 꿈같은 얘기로 들릴 수 있다. 북핵 문제가 풀릴 기미가 보여도 북한의 사정을 헤아리는 해법이 제시되지 않으면 아이디어로만 그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들어 있다. 생사 확인과 상봉 정례화, 교류의 제도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종전의 이벤트성 만남 말고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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