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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시대, 좋은 일자리 느나?

2017년 07월 31일(월) 제515호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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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위원회가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 6470원에서 내년 7530원으로 16.4% 올렸다. 사상 최고의 인상률이다. 최저임금 상승과 관련한 쟁점을 짚어봤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 6470원에서 내년 7530원으로 16.4% 올렸다. 1인당 월급(법정근로시간 월 209시간 기준)으로 따지면, 135만2230원에서 157만3770원으로 22만1540원 오르는 셈이다. 사상 최고의 인상률이다. 다음 2년 동안의 인상률도 15% 수준으로 유지하면 오는 2020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이 달성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된 쟁점을 짚어봤다.

■ 일자리가 줄어들 것인가


대체로 시장에서 상품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임금(노동력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그 수요(고용량) 역시 축소될 수 있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이 단기적으로 고용을 줄인다는 데에는 대다수 학자들이 동의한다. 2015년 12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최저임금 인상 고용영향 평가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0% 오르는 경우, 고용량이 0~1.1%(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기준)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 등이 쓴 논문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노동경제논집> 제39권 제2호, 2016년)은, 최저임금 1% 상승 시 고용이 약 0.14% 줄어드는 것으로 내다봤다.

ⓒ시사IN 이명익

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고용을 늘리기도 한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 향상 덕분에 소비지출이 많아지면 산업 생산 증대로 추가 고용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는 2015년의 최저임금 인상률(7.1%)이 적용되면, 단기적으로 일자리가 6만 개 줄어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취업자가 5만6000~6만4000명 정도 늘어나 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를 상쇄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노동연구원의 연구는 7% 수준의 완만한 최저임금 인상률을 전제한 것이다. 최저임금을 3년 연속 15% 이상 올리는 ‘급격한 큰 폭 인상’이 얼마나 고용을 줄이고(단기) 다시 늘릴지(장기)는, 미지의 세계다.


■ 미국 시애틀의 최저임금 인상 실험


다행히 한국보다 먼저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많이 올린 국가들의 실험을 참조할 수 있다. 친기업 정책만으로는 제대로 된 소득분배와 경제성장이 이뤄지지 않더라는 반성이 글로벌 차원에서 확산된 결과다.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시는 ‘최저임금 조례’ 제정으로 3단계에 걸쳐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다. 이전 9.47달러에서 2015년 4월에는 11달러로, 9개월 후(2016년 1월)에는 13달러로, 지난 1월에는 15달러로 인상했다. 2년여 만에 최저임금을 58.4% 올린 것이다. 사회·경제적 결과는 어땠을까? 지난 6월 말 두 가지 상반된 연구 보고서가 발표됐다.

먼저 워싱턴 대학 연구팀은, ‘시급 19달러 이하’의 ‘저소득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큰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저소득 노동자들의 시급이 3% 오르긴 했으나 노동시간은 9%나 줄었다는 것이다. 시급 19달러 이하 계층의 월급은 1인당 평균 125달러나 감소했다. 또한 ‘최저임금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할 때 일자리 5000여 개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했다.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결과였다. 빈곤층을 위해 시행한다는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이 오히려 저소득 노동자의 소득을 축소했다니, 그야말로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격언을 입증한 사례다. 한국의 보수 언론도 워싱턴 대학 연구팀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반면 UC 버클리 연구팀 보고서는, 최저임금 수령 노동자가 가장 많은 외식업체를 실증분석해서 워싱턴 대학 팀과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법정 최저임금이 10% 인상될 때마다 외식업계 전체 노동자의 임금은 1%씩 올랐다. 그러나 고용은 줄지 않았다. 특히 UC 버클리 연구팀을 주도한 마이클 라이크 교수는 지난 6월26일, 에드 머레이 시애틀 시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워싱턴 대학 연구팀이 ‘시급 19달러 이하’ 계층에 집착하는 바람에 엉뚱한 결과를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대학 보고서에 따르면, 시애틀의 ‘단독 사업장(Single-site Business)’ 부문에서는 ‘19달러 이하 일자리’가 6000개 줄었다(2014~2016년). 그러나 이 부문의 전체 일자리 수(모든 임금 수준)는 오히려 4만4000개나 늘어났다. 시급 19달러 이하의 저임금 노동자가 줄어든 대신 높은 급여의 일자리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시급 17달러를 받던 노동자가 20달러를 받게 되었다면, 자연스럽게 ‘19달러 이하’ 계층이 줄어든다. 긍정적 흐름이다. 그러나 워싱턴 대학 연구팀의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시급 19달러 이하 일자리마저 줄었다’라는 식으로 해석했다. 물론 시애틀의 일자리 환경이 크게 개선된 이유는, 이 지역 경제가 미국에서도 유난히 활황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워싱턴 대학 보고서는 ‘19달러 이하’ 일자리만 보다가 전체 노동시장의 흐름을 간과했을 가능성이 높다.

■ 산업 구조조정과 최저임금 인상

ⓒAP PHOTO
올해 1월 미국 시애틀 시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결정했다. 2년여 만에 58.4% 올린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모든 후보는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했다. 실현 시기가 조금 달랐을 뿐이다.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다른 수단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큰 폭 인상’이 민주적 의사 결집 과정을 통해 대안으로 채택된 것이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 불균형의 기반인 현재의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정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먼저 ‘최저임금 인상’은, 한국 경제의 고질병인 ‘자영업 비대 현상’을 개선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 1월 남윤미 한국은행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국내 자영업의 폐업률 결정요인 분석>에 따르면, 음식·숙박업을 창업한 개인이 5년 뒤까지 사업을 계속할 확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자영업 부문은 이미 ‘개미지옥’이다. 과잉경쟁으로 인해 서비스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저수익-저임금 상태가 불가피하다. 실패한 80%는 빈곤층으로 떨어진다. 남종석 부경대 연구교수는 “도소매, 음식업, 숙박업 등 한국의 서비스업은 ‘위장된 실업의 한 형태’이다”라고 말한다. 장기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 부문에 진입 장벽을 쌓는 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다. 자영업 비중을 줄이는 산업 구조조정이다.

정부는 이런 산업 구조조정을 순조롭게 촉진하고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없는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에게 초과 인상분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사회·경제적으로 정당한 정책 수단이다. ‘정부 돈으로 최저임금을 지급한다’라는 비아냥이야말로 부당한 공격이다. 부유층의 자본소득과 각종 지대(rent)를 노동소득으로 전환시키는 조치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한계 자영업 및 중소기업에서 퇴출되는 인력을 흡수할 수 있는 산업 육성 및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직업훈련 및 중개)’을 본격 추진해야 한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분배가 실현되려면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음식점 등 서비스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조업이나 공공부문 종사자들은 자영업 부문의 ‘개미지옥’ 덕분에 각종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서비스 물가가 인상되면, 제조업 및 공공부문 종사자들의 실질소득이 내려가게 된다는 이야기다. 남종석 부경대 연구교수는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들을 단순히 동정하기보다 예전보다 높은 서비스 물가를 용인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소득 격차를 줄여 정의로운 분배를 실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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