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은 서울교육대학교(서울교대) 캠퍼스에 인적이 뜸했다. 8월9일, 정문에 서울교대 교수협의회 이름으로 현수막이 걸렸다. ‘서울특별시 교원수급정책의 정상화를 강력히 촉구한다.’ 본관에서 학생회관으로 이어지는 길 곳곳에 학생들의 성명서도 눈에 띄었다. ‘2018학년도 서울지역 임용 티오는 105명입니다. 이 숫자는 단순한 임용 티오(정원) 감축이 아닌 교원수급정책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105’가 빨간색으로 강조되었다.

8월3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11월11일 초등 임용고시를 앞두고 선발 인원을 사전 예고하면서 전국 교육대학교(교대) 학생들이 충격에 빠졌다. 올해 뽑는 초등 교원 인원은 전국 3321명. 지난해 5549명보다 40% 줄어든 숫자다. 서울시교육청은 작년 813명에서 105명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연합뉴스서울교대 곳곳에는 초등 교사 임용 축소 계획을 비판하는 학생들의 성명서가 부착돼 있다.

교정에서 만난 서울교대 학생들은 말을 아꼈다. 개인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게 부적절한 것 같다며 여러 차례 인터뷰를 거절했다. 8월4일 서울교대와 이화여자대학교 초등교육과 학생 700여 명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벌인 기자회견으로 여론의 비판이 쏟아진 직후였다. 그날 학생들은 ‘교대는 초등 교원을 양성하는 특수 목적 국립대이기에 적어도 졸업생만큼의 선발 인원이 보장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피켓 중 ‘엄마 미안, 나 백수야’ 같은 문구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높은 경쟁률로 구직난을 겪고 있는 다른 취업 준비생들의 여건을 고려했을 때 특권의식이란 비판이 나왔다. 다른 지역 교대생마저 서울의 임용 개선만 주장하는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고 서울교대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강원도나 충청도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지원자가 부족하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서울교대 SNS 익명게시판에 “죽어도 시골은 싫다”라는 요지의 글이 올라오면서 여론은 더 악화되었다. 8월10일 결국 서울교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사과했다.

서울교대 도서관 앞에서 만난 한 14학번 학생은 11월 임용고시를 앞두고 공부하던 중이었다. 시험공부에만 신경 써도 모자랄 시기에 이런 일이 생겨서 당황스럽다며 어렵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선발 인원을 줄여야 하는 데에는 공감한다. 적체된 임용 대기자가 많다. 다만 이런 문제가 하루 이틀의 일도 아니고 정부가 수급 조절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험 100일 전에 극단적으로 줄여버려 당황스럽다. 서서히 줄이기만 했어도 이렇게 막막하진 않았을 것 같다.” 교육청과 교육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데서 오는 답답함도 호소했다. “근본적으로 정책의 실패인데 전 정권의 잘못이라고만 하니 누구한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서울교대 때문에 ‘1교실 2교사제’ 같은 설익은 정책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 괴롭다고도 했다.

선발 인원 감축에서 시작된 논란이 ‘1교실 2교사제’와 맞물려 더 복잡해졌다. ‘1교실 2교사제’는 학습 눈높이가 다른 학생들을 고려해 교실에 담임 외 보조교사를 추가로 배치하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도입을 공약했다. 8월4일 서울교대와 이화여대 학생들과의 면담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문재인 정부 공약인 1교실 2교사 수업제가 조금은 희망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이를 하려면 교원 1만5000명을 증원해야 하는데 이 방안을 포함해 어떤 해결 방안이 있는지 고민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은 교사의 교육관 충돌, 학생 지도 혼선, 비정규 강사 양산 등을 근거로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이번 발표 이전부터 교대생들이 주장해온 초등학교 ‘영어회화 전문강사·스포츠 전문강사의 정규직 전환 반대’ 목소리까지 섞여 단일한 목소리를 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교대련이 향후 대응 기조를 정하는 과정에서 이 사안을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설왕설래했다. 자칫 선발 인원 확보 때문에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한편, 이번 기회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권누리 교대련 집행위원장은 “문제 인식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의견이 다르다. 다만 여론에서 말하는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의 측면에서 정책 수립을 요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근본 원인은 교원 수요예측 실패”

예비 교원들은 임용 절벽의 본질이 수급정책의 실패에 있다며 분개했다. 미리 조절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장 시험 전 지역 선택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들의 혼란이 가장 크다. 대구교대에 다니는 정규명씨(25)는 애초 5월에 예고되어야 하는 선발 인원이 3개월 연기되었을 때부터 불안감을 느꼈다. 집이 경기도라 경기도 임용고시를 고려하고 있었는데 선발 인원이 반토막 나(작년 1676명→올해 868명) 막막해졌다. 정씨는 “교대생들의 경우 한번 정한 지역에 계속 머무르게 되는 상황이라 신중할 수밖에 없다. 미달 지역과 수요가 몰리는 지역의 편차는 계속된 문제이고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계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수요예측에 실패한 게 근본적 원인인데 여론이 교대생에 대한 비난으로만 쏠려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교대생들에 이어 사범대학교 학생들도 중등 교사 선발 인원을 증원해달라는 요구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 사서·영양 등 특수직 교사들의 선발 인원을 늘리고 국어·영어·수학 과목 인원은 줄인 데 대한 반발도 있다. 영어과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이 아무개씨(25)는 “초등 교사가 되는 교대 입학 정원은 국가가 통제하지만, 중등 교원은 사범대 외에도 교직 이수 등을 통해 교사가 되는 길이 열려 있는데 그에 비해 티오는 많이 부족하다. 사범대에선 늘 겪어온 일인데 보도가 잘 안 됐다”라고 말했다.

이번 임용 절벽 사태를 통과하며 교대생을 포함한 예비 교사들은 교사에 대한 대중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용 불안의 시대, 교사를 ‘교육의 중요한 주체’가 아닌 직업적 안정성을 확보한 ‘기득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서울교대 졸업생 최 아무개씨(24)는 최근 논란에서 ‘편한 직업’으로서의 교사만 부각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직업의 안정성만 생각하기에는 적성에 많이 좌우된다. 5분 집중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동기를 유발하고, 지식을 전달하고 이런 것들이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이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실제 교사가 되는 과정이 쉽지도 않고 편한 직업도 아니다. 밖의 시선까지 곱지 않아 교사들이 내상을 입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흥구8월11일 서울역 광장에서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전국교육대학생 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8월11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열린교육여건 개선과 공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전국교육대학생 총궐기’ 대회에 전국 교대생과 교대 교수 등 50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1수업 2교사제 졸속 도입 등 단기적 대책 철회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 수립 △OECD 평균 수준으로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주장했다. 이들에겐 당장 맞닥뜨린 임용 절벽의 현실에, 등 돌린 여론을 되돌려야 하는 과제까지 겹쳤다. 교육부는 9월14일 최종 선발 정원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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