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필주군처럼 선한 학생이 적응할 수 없는 곳이 군대 사회라면, 이는 결코 한 개인의 부적응 문제로 치부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과연 앞으로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국방의 의무는 신성한 것이고, 누구나 수행해야 할 의무이니 안심하고 건강하게 다녀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홍익대 국어국문학과 송민호 교수는 제자의 죽음 앞에 눈물을 훔쳤다.

고 일병의 발인이 있던 7월24일, 고인이 다니던 홍익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친구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그는 국문과 학생회에서 활동하며 학내 입학금 반환 문제부터 박근혜 국정 농단 사태까지 목소리를 내곤 했다. 지난겨울에는 광장에 나가 촛불을 들었다. 지금도 국어국문학과 잡기장(사진)에는 ‘소주맥주필주~ 술 먹자~’라고 적힌 메모가 남아 있다.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술을 먼저 권하곤 해서 친구들은 그에게 개인적 얘기까지 털어놓았다. 그의 고시원 옆방에 살았던 한 학생은 “깍두기 한 접시면 소주 두 병을 뚝딱할 수 있다고. 안주로 뚝딱이라고. 지금도 ‘깍뚝딱’ 하러 가자고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

국문과 학생들이 자주 가던 단골 술집 주인은 그를 ‘항상 밝게 웃던 학생’으로 기억했다. 고 일병은 첫 휴가를 받은 첫날(7월7일)에도 이곳을 찾았다. 그녀는 “필주가 손 하트 하는 법을 알려줘서 내가 센스 있는 이모가 될 수 있었는데…”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고 일병의 친구들과 가족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진상 규명도 좋지만, 더 이상 이런 일이 안 생겼으면 좋겠어요. 필주도 그걸 바란다고 생각해요. 필주를 잊지 말아주세요.” 그의 꿈은 그룹사운드 멤버, 배우, 소설가였다.

기자명 조소진 (〈시사IN〉 교육생)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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