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천장(bamboo ceiling)?’ 다소 생소한 용어지만, 미국 내 아시아계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의 벽을 일컫는 비유다.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에서 파생한 말이다. 소수계 우대 정책 때문에 미국 명문대 입학 전형에서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아시아계 학생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Bloomberg하버드 대학(사진) 등 아이비리그 대학은 다른 명문대에 비해 아시아계 입학 비율이 낮다.

‘아시아 세금(Asia Tax)’이란 말도 유행이다. 아시아계 학생이 다른 인종의 학생을 제치고 명문 대학에 입학하려면 더 많은 점수를 따야 한다는 의미다. 프린스턴 대학의 한 사회학 교수가 SAT 점수를 근거로 2009년 내놓은 저서에 따르면 아시아계 지원자는 백인보다 140점, 히스패닉보다 270점, 흑인보다 무려 450점을 더 받아야 명문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탁월한 성적과 특출한 과외 활동 등 화려한 ‘스펙’이 있는데도 하버드 대학 등 미국 명문 대학에 지원했다 실패한 아시아계 지원자가 적지 않다. 미국 명문 대학들이 아시아계 신입생 수를 일정 한도로 제한한 ‘쿼터제’, 즉 인원할당제를 몰래 시행 중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2014년 11월 ‘아시아계 지원자들을 차별하고 있다’라며 하버드 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 소송을 제기한 비영리단체 ‘공정입학을 위한 학생들(SFA)’의 시각이다.


실제로 입학 전형 때 아예 인종적 요인을 고려할 수 없도록 법제화한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캘리포니아 공대(정원 979명)의 아시아계 합격률이 1992년 25%에서 지난해 42%로 증가하면서 백인 학생 비율(29%)을 앞질렀다.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역시 지난해 가을 기준으로 아시아계 신입생이 42.3%로 백인(24.2%)을 압도했다. 아시아계 입학률이 20% 안팎에 머물러 있는 하버드·프린스턴·예일 등 아이비리그 대학이 인종 요인을 아예 배제할 때 자신들의 입학률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아시아계 학생들이 믿는 건 이런 이유에서인 것 같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8년 판결을 통해 ‘쿼터제’를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했다.

한편 아시아계 학생을 피해자로 단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아시아계 학생들이 흑인 및 히스패닉 학생만큼이나 지난 수십 년 동안 소수계 우대 정책의 큰 수혜자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주요 명문 대학의 아시아계 입학 비율을 보면 하버드에서 22.1%에 달한 데 이어 프린스턴(21.50%), 펜실베이니아 대학(20.1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다른 명문대도 마찬가지다. 이 대학들의 경우 공통적으로, 절반 이상의 신입생을 차지하는 백인을 제외하면 아시아계가 가장 많다.

기자명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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