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이야기가 좀 복잡해진다. 1980년대의 마돈나는 섹스어필을 무기로 삼은 당대의 다른 여가수들과 별다를 바 없었다. 1984년 〈처녀처럼(Like a Virgin)〉으로 성공한 이후 마돈나는 독자적인 노선을 타기 시작했다.
곡명부터 도발적이었던 〈물질적인 여자(Material Girl)〉로 시작된 논란은 1986년 〈아빠 설교하지 마세요(Papa Don’t Preach)〉로 10대의 성 문제를 정면으로 얘기하며 그 깊이를 더했고, 마침내 1989년 〈기도하는 사람처럼(Like a Prayer)〉에서 신을 찬미하는 것인지 성의 쾌락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가사로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마돈나는 새로운 노래를 들고나올 때마다 논란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인지도를 넓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개신교 단체들은 마돈나가 보여주는 ‘음란한 모습’이 10대 아이들을 망친다고 난리였고, 〈기도하는 사람처럼〉 뮤직비디오에 흑인 예수를 등장시켜 교황청으로부터 ‘신성모독’이라는 항의를 들었으며, 페미니스트 단체들은 ‘돈이 많은 남자가 좋다’고 노래하는 마돈나가 여성의 성 상품화를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마돈나가 화제를 만들어 돈을 버는 사람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마돈나를 그저 상업성이 뛰어난 가수로만 치부하기에 그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마돈나는 분명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었고, 음반이 나올 때마다 여론이 들끓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더 새로운, 더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 나갔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돈나는 자신을 팔기 위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고, 이는 언제나 철저하게 계산된 테두리 안에서 생긴 일이었다. 단발성 화제로 끝나지 않고 시대의 경계를 부수는 매우 극단적인 단계까지 갔으며, 동시에 무게감 있는 질문을 던지는 형태였다.
마돈나가 어느 지점까지 성공을 위해 논란을 만들었으며, 반대로 어느 정도까지 자신의 인생철학을 표현했는가는 알 수 없다. 다만 가수들 중에 마돈나만큼 끝까지 밀어붙여 스스로를 판 사람이 없다는 건 확실하다. 많은 가수들이 마돈나를 흉내 내고 같은 반열에 올라서려고 애썼다. 지금까지 성공한 가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제2의 마돈나’란 말을 들었던 가수는 많지만 누구도 마돈나의 전부를 계승할 수는 없었다. 단지 마돈나가 보여준 자극적인 외형만을 흉내 내다가 스러져갈 뿐이었다.
‘인생의 주도권을 놓치지 말고 가장 원하는 방법으로 살아라’
마돈나와 시대를 같이했던 이들 역시 모두 그녀의 영향을 받았다. 마돈나를 싫어했던 사람들조차도 이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마돈나는 단 한 번도 자신을 롤모델로 삼으라 한 적이 없다. 내 삶의 방식을 따르라고 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시대를 선도하는 이가 되기 위해 노력한 적도 없다. 마돈나는 매 순간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고, 그러기 위해 최고의 방법을 찾았을 뿐이다. 본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가장 큰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마돈나는 그저 우리에게 ‘네 인생의 주도권을 놓치지 말고 네가 가장 원하는 방법으로 살라’고 말해왔다. 이 말을 던지는 마돈나는 친절하지도 않고 우리와 같은 라인에 서 있지도 않다. 마돈나는 이미 저 멀리 높은 곳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어디 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듯이 말이다.
이 여제의 행보를 당신이라면 따라갈 수 있을까. 글쎄, 그러거나 말거나 마돈나는 자신의 삶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 채 여전히 멋지게 걸어가고 있다. 마치 매 순간 처음이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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