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18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45차 공판

검찰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 녹취록을 서증조사(증거를 재판정에 드러내고 정리하는 과정)했다. 해당 재판의 피고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7월27일 각각 징역 3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법정 내 실물화상기에 제시된 증거를 매우 꼼꼼히 읽었다.


검찰
:2017년 4월17일 소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제3회 공판조서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증인신문했다. 김종덕 전 장관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로 ‘건전문화생태계 진흥 세부실행 계획’을 작성하고, ‘건전 콘텐츠 활성화 TF’ 구성을 보고했다. 문화예술계에 자금을 지원할 때 친정부적인 콘텐츠를 선발하고 반정부적인 콘텐츠는 배제하겠다는 취지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이 보고를 듣고 매우 흡족해한 뒤 보고 내용대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친정부 영화를 ‘건전 콘텐츠’라고 말하는 관행이 생겼다고 한다. 2015년 1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김종덕 전 장관과 김종 전 차관을 불러 다짜고짜 “건전 콘텐츠 관리를 잘해라. 영화 제작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이 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진 나라인데, 잘못된 영화로 인해 젊은 사람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 8월21일 박근혜 등 뇌물 혐의 46차 공판

이규혁 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동계영재센터) 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동계영재센터가 삼성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6억2800만원을 후원받는 과정에 최순실씨와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신문했다. 특히 최순실씨의 조카이자 동계영재센터를 운영했던 장시호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규혁 증인에 대한 검찰·특검 신문

검찰:2015년 9월23일 새벽 3시쯤 장시호씨가 증인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다. ‘나 오늘 미스 사표 내고 지금껏 이야기하다 왔어. 이번에 느꼈어. 이러다 오빠까지 문제 되겠어. 사단법인에서 벌써부터 돈을 삼성에서 스폰받기로 했다고 벌써 소문 돌아. 그 이야기가 돌아서 벌써 미스 귀에 들어가서 떠벌리고 다닌다고 나 귓방망이 맞고 울고불고 매달렸는데 회의장 가서 때려치라는 소리 듣고 아 서럽다 생각 들더라. 삼은 없던 걸로 하자셔. 우리 돈 주다간 삼이 조사받겠어.’ 여기서 ‘미스’란 누구를 뜻하나?

이규혁:미스터 김, 즉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을 말한다.

검찰
:‘우리 돈 주다간 삼성이 조사받겠다’라는 메시지는 동계영재센터가 삼성에서 후원받는 과정이 불법적이고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라 밖으로 알려지면 검찰 수사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인가?

이규혁:그때 당시에는 동계영재센터 직원이 서류 작업 따위가 미흡해 삼성이라는 큰 기업을 상대로 할 때 실수가 있으면 조사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검찰:누가 조사받을 수 있다는 건가?

이규혁:저는 동계영재센터가 조사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했다.

검찰:‘우리 돈 주다간 삼이 조사받겠어’라는 말은 삼성이 조사받는다는 뜻 아닌가?

이규혁:네. (침묵) 하도 오래된 얘기라 정확하게 기억을 못하겠다.

검찰:증인은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해당 메시지에 대해 “장시호가 저에게 삼성에서 후원받는 문제에 대해 소문이 나는 바람에 삼성이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내용이다”라고 진술했나?

이규혁:그렇다.

검찰:장시호씨를 때린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했나?

이규혁:김종 전 차관에게 혼났다고 생각했다.

검찰
:메시지를 보면 두 사람의 관계가 아주 일방적으로 한쪽이 우위인 것으로 보인다. 김종 전 차관은 나이도 있는데 저렇게 장시호씨를 때렸다고 생각했나?

이규혁:그냥 크게 혼났다고만 생각했지 진짜 맞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림 우연식이규혁 전 동계영재센터 이사(맨 오른쪽)는 “장시호씨의 발언들 중 김종 전 차관 말고도 다른 배후가 있을 것 같다는 암시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규혁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최순실 변호인:2015년 9월 장시호씨와 증인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삼도 연락이 안 온다’ ‘걱정이 태산’ ‘삼은 없던 걸로 하자셔’라고 한다. 당시 단순하게 후원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나, 아니면 삼성이 후원 자체를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나?

이규혁:정확하게 생각이 안 난다. 장시호씨가 삼성이 안 할 수도 있다고 했던 것 같다.

최순실 변호인:증인이 2015년 9월15일 장시호씨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파란색 집’ ‘큰집’이라는 표현을 쓴다. 청와대를 뜻하는 말이라고 받아들였나?

이규혁:저는 김종 전 차관을 통해 삼성에서 후원을 받겠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최순실 변호인:김종 전 차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인데, 어떻게 곧바로 청와대와 연결되나?

이규혁:저는 그런 건 잘 모른다. 김종 전 차관도 공무원이고, 올림픽은 국가적 행사니까 청와대 얘기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최순실 변호인:특검에서 조사를 받을 때 장시호씨의 배후에 김종 전 차관 이외에도 대통령과 가까운 누군가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근거를 가지고 한 말인가?

이규혁:그냥 제 느낌이었다. 장시호씨의 발언들 중 김종 전 차관 말고도 다른 배후가 있을 것 같다는 암시가 있었다. 당시에는 반신반의했고, 이 친구가 좀 ‘센 척’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최순실 변호인: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한 건 아니죠?

이규혁:네.

박근혜 변호인:장시호씨가 구체적으로 ‘청와대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말한 적은 없나? 자신의 이모가 대통령과 친한 사람이라든지, 비서관과 친밀하다든지, 어떤 얘기를 했을 것 같은데?

이규혁:구체적인 얘기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정황상 그렇게 느꼈다.

■ 8월22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47차 공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직원이었던 김○○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는 동계영재센터 자금 관리를 담당했다.


김○○ 증인에 대한 검찰·특검 신문

ⓒ연합뉴스장시호씨는 이규혁 전 동계영재센터 이사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파란색 집’ ‘큰집’ 같은 표현을 썼다.
검찰:증인은 2015년 8월 장시호씨의 지시로 동계스포츠 올림픽 대비 선수 양성 해외 전지훈련 예산 및 계획서를 작성했나?

김○○:그렇다.

검찰:2015년 9월25일 장시호씨 지시로 삼성전자 본사에 가서 이영국 상무 및 실무자들과 미팅을 했나?

김○○:그렇다.

검찰:그 자리에서 삼성이 동계영재센터를 후원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나?

김○○:구체적인 금액을 얘기한 것은 아니고, 저희가 앞으로 할 일의 취지를 설명하고 해외 전지훈련의 경우 어느 정도는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검찰:그날 오후 삼성에서 후원계약서 초안을 보냈는데, 증인은 미팅이 잘 끝났다고 판단해 낮술을 마시고 일찍 귀가했고 다음 날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돼 이를 곧바로 확인하지 못했죠?

김○○:네.

검찰:삼성이 보낸 후원계약서 초안에는 후원 금액과 지원 기간이 모두 공란으로 되어 있었나?

김○○:제 기억으론 그렇다. 확실하게 말씀은 못 드리겠다.

검찰:그 후 10월2일까지 삼성전자 쪽 실무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후원 관련 서류 작업을 마무리했나?

김○○:그렇다.

검찰:2015년 7월23일, 장시호씨가 증인을 서울 청담동 최순실씨 집으로 불러 급한 일이라며 다음 날 아침까지 사업소개서를 만들라고 지시했나?

김○○:그렇다. 사업소개서가 아니라 회사소개서다.

검찰:장시호씨가 그날 유독 다음 날 아침까지 만들어야 한다며 증인을 채근했나?

김○○:그렇다. 기존 회사소개서를 장시호씨와 최순실씨의 지시대로 내용과 이미지를 모두 바꿨다.

검찰:최순실씨는 당시 큰 틀을 정해주고 본인 방으로 들어갔다가, 다음 날 아침 6~7시쯤 거실에 나와 증인과 장시호씨에게 ‘너희는 뭘 이렇게 일을 늦게 하냐’며 핀잔을 줬나?

김○○:그렇다.

검찰:‘빨리빨리 해라. 늦어도 9시까진 마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나?

김○○:그건 장시호씨가 한 말이다.

검찰:컬러프린터가 잘 안 돼서 문서 제작 업체에 파일을 전송하고 퀵으로 받았죠?

김○○:네.

검찰:제본된 문서를 확인한 최순실씨가 박재혁 동계영재센터 회장, 이규혁 이사의 명함을 만들어 위에 붙이라고 지시해 다시 문서 제본 업체에 증인의 명함을 스캔해서 보낸 뒤 급히 명함을 만들어 부착했죠?

김○○:네.

검찰:그 후 최순실씨가 시간이 늦었다고 하며 회사소개서를 받아 나갔죠?

김○○:네.

검찰:2016년 2월15일 아침, 장시호씨가 급하게 자신의 아파트로 증인을 불러 ‘꿈나무 드림팀 창단계획안’ 문서를 수정한 뒤 출력하라고 했나?

김○○:그렇다.

검찰:증인이 특검에서 조사를 받을 때 컴퓨터 파일 속성 보기 기능을 이용해 이 문서를 마지막으로 출력한 일시가 2월15일 아침 9시55분이라는 것을 확인했죠?

김○○:네.

검찰:장시호씨가 문서를 누구에게 줘야 한다고 얘기했나?

김○○:최순실씨 드린다고 했다.

검찰:특검에서 조사받을 때는 ‘최순실씨에게 준다고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라고 진술했는데?

김○○:그날 저 혼자 있었던 게 아니라 동계영재센터 직원이 한 명 더 있었다. 문서를 출력해간 뒤, 나중에 장시호씨가 저희들에게 ‘제목이 잘못 출력돼서 최순실씨에게 욕을 먹었다’고 말한 것을 직원과 함께 들었다.

김○○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박근혜 변호인:증인은 특검에서 조사를 받을 때, 삼성전자가 2015년 9월25일에 보내준 후원계약서를 열어보려 하자 폰트가 없어 새로 다운받았다고 했다.

김○○:특검 컴퓨터에 해당 폰트가 없었다.

박근혜 변호인:공란으로 되어 있는 후원 금액 부분을 장시호씨의 지시로 채웠다면, 글씨체가 달라야 한다. 그런데 글씨체가 같다. 이미 후원 금액이 기재되어서 온 것으로 보인다. 맞나?

검찰:변호인, 윈도 운영체제에서 글씨체는 윈도 폰트에 다운로드된다. MS 워드라는 프로그램에 다운로드되는 게 아니다. 글씨체가 바뀌지 않는다.

박근혜 변호인:어쨌든 증인은 후원 금액 부분이 공란이었는지 아닌지 정확하게 기억을 못하겠다는 건가?

김○○:그렇다.

박근혜 변호인:장시호씨로부터 최순실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적이 있나?

김○○:그렇다. 얘기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박근혜 변호인:어떻게 얘기했나?

김○○:그냥 안다는 식으로. 자세하게 얘기하지 않았다.



■ 8월24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48차 공판

지난 공판에 이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 녹취록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이 서증조사에 대한 의견을 진술했다.


박근혜 변호인:특정 예술단체를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을 언론에서 ‘블랙리스트’라고 이름 지은 것부터 적절한지 의문이다.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인 피고인이 블랙리스트 지원 배제 과정에 관여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검은 정무수석실에서 만들어진 ‘건전콘텐츠 활성화 TF’ 문건과 문화체육관광부가 만든 ‘건전문화생태계 진흥 세부실행 계획’ 문건이 블랙리스트 사건의 시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두 문건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 영화 〈다이빙벨〉과 같이 허위 정보를 다루는 작품에 대해 고심한 것은 블랙리스트 사건과 궤를 같이할 수 없다. 블랙리스트 지원 배제 지시를 거부한 문화체육관광부 직원들을 인사 배제했다는 혐의는 정당한 인사권 행사다. 이런 부분이 형사재판을 받는다면 앞으로 사직서 받는 공무원들은 모두 형사재판을 하게 된다.

기자명 신한슬 기자 다른기사 보기 hs51@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