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란계 농가 80% 정도가 소속된 대한양계협회의 이홍재 회장은 8월17일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살충제 달걀 파동 이후 농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사실에 참담한 심경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8월23일 〈시사IN〉과 인터뷰에서 동물복지 환경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8월17일 이홍재 대한양계협회 회장이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살충제 달걀 파동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장형 사육 시스템을 벗어나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부인하지 않는다. 우리도 동물복지로 가야 한다는 방향에 동의한다. 지금 공장형 사육은 통일벼 같은 것이다. 오직 생산량에만 매달렸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 이미 기존 공장형 시설에 큰 투자를 한 대규모 농가 말고 소규모 농가 위주로 가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동물복지 농장으로 가야 한다는 방향에 동의하는 건가?

단, 농가의 소득 보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한 가지. 동물복지 농장이 마치 조류독감 같은 바이러스 질병에도 해법인 것처럼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건 아니다. 동물복지 농장을 통해 닭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겠지만, 조류독감을 피할 순 없다. 조류독감에는 오히려 폐쇄된 공장식 사육이 안전하다. 그건 따로 봐야 한다.

정부가 매년 1조원 가까운 돈을 살처분 보상금으로 쓰고 있다. 이런 비용을 사육 환경 변화를 꾀하는 데 쓰자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자급률이다. 단순하게 말해 친환경 동물복지의 경우 한 평(3.3㎡)당 30마리를 키울 수 있는 데 비해, 케이지 사육은 평당 100마리를 키운다. 친환경 동물복지는 기존 케이지 사육에 비해 자급률이 30% 수준밖에 안 된다. 이렇게 떨어진 자급률을 어떻게 회복할 거냐. 결국 점진적으로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사육 환경을 바꾸는 데 하림 같은 계열화 사업자들이 책임질 부분은 없나?

계열화의 목표는 생산성 극대화다. 동물복지나 친환경은 가치의 문제다. 서로 방향이 안 맞는다. 아마 그쪽이 필요한 건 동물복지라는 무늬일 것이다. 말로는 동물복지라지만, 파고 들어가면 지금 관행 사육과 별다를 것 없는 구조로 갈 수도 있다. 계열화 기업이 동물복지 부문을 책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양계산업에서 계속 큰 사고가 생기는 근원적 이유가 뭔가?

문제가 뭔지 모르고 있다가 사고가 터진 뒤에야 해결하려 나서기 때문이다. 동물복지가 달걀만의 문제일까? 축산은 물론이고 농업 전체의 문제다. 앞으로 채소에서 뭐라도 나오면 또 뜯어고치려 할 거다. 국가 차원에서 큰 틀을 세우고 10년, 20년 뒤에 나라 전체를 친환경 농업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점진적으로 바꿔가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도 진정 안전한 먹을거리를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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