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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인증을 왜 반납하려 할까?

2017년 09월 06일(수) 제520호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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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농축산물 인증제도에 대한 문제가 다양하게 제기된다. 부실 인증과 인증심사 비용 문제도 논란거리다. 인증 기준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충북 옥천군 읍내에서 약 7㎞ 떨어진 삼기농장. 친환경 인증을 받은 유정란을 생산하는 곳이다. 8월22일, 민가와 한참 떨어진 외딴 농가의 입구에는 파란색 소독액이 담긴 통이 놓여 있었다. 농가 출입자는 모두 다리에 방역용 비닐을 두르고 소독액을 묻힌 뒤 들어가야 했다. 5개 동에서 닭 1만5000여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고 있었다. 평사형(축사 안에 풀어서 키우는 방식)으로 닭을 키우는 농장이다.

ⓒ시사IN 조남진
아이쿱생협에 유정란을 공급하고 있는 충북 옥천의 삼기농장은 닭을 축사 안에 풀어서 키운다.

35년째 양계업에 종사하는 임형섭 삼기농장 대표는 5년 전 유정란 생산을 시작했다. 그 전에는 대기업에 닭을 납품했는데 친환경 유정란 시장의 경쟁력을 보고 방향을 바꿨다. 방역 때문에 외지인의 출입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AI(조류독감)가 잠잠해지자 ‘살충제 달걀’ 파동이 닥쳤다. 특히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에서도 피프로닐, 비페트린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어 소비자들을 비롯해 생산 농가의 충격이 컸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친환경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은 모두 780개로 이 중 68개 농장의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삼기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은 ‘무항생제’ 표시가 찍혀 나간다. 달걀의 경우 친환경 인증에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무항생제 축산물’과 ‘유기 축산물’이다. 무항생제 축산물은 항생제를 쓰지 않은 사료를 먹고, 일정 기간 항생제를 맞지 않은 닭이 낳은 달걀이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유기 축산물 인증을 받으려면 항생제나 성장호르몬을 사용하면 안 되고,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 재배한 사료를 닭에게 먹여야 한다. 까다로운 유기 축산물 마크 인증을 받은 전국 산란계 농장은 15곳뿐이다.

ⓒ시사IN 조남진
8월22일 아이쿱생협 한국친환경유기인증센터에서 시료를 이용해 잔류 농약 등 성분 검사를 하고 있다.

임 대표가 친환경 인증기관으로부터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은 건 5년 전이다.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생산에서부터 섭취까지 식품의 안전성과 건전성·품질을 관리하는 위생관리 시스템)도 함께 받았다. 임씨는 항생제 대신 닭에게 미생물 생균제를 많이 먹였다. 4년 전부터는 아이쿱생협과 거래하면서 관리 항목이 강화되었다. 아이쿱은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법률로 정한 친환경 인증 기준보다 엄격한 자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 인증 기준에는 암컷과 수컷의 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아이쿱은 15대1로 정하고 있다. 평사형의 경우 법령이 정한 적정 가축 수가 3.3㎡당 9마리인데 아이쿱은 7.7마리로 정하는 식이다. 2005년부터는 자체 인증센터를 두고 초란부터 시작해 사육 과정, 출하 전, 유통 중에 3단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2008년부터는 별도의 공인 검사기관을 두고 2500여 곳 생산지 농가의 제품을 대상으로 연 3500건의 농약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332종의 성분 검사가 가능하다.

‘살충제 달걀’ 파동을 겪으며 친환경 인증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인증기관의 부실 검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산란계 농가 전체 1456곳 중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곳은 절반이 넘는 780곳이다.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 기준은 경영, 축사, 가축 입식 및 번식 방법, 전환기간, 사료 및 영양 관리, 동물복지, 수송·도축·가공 과정, 분뇨 처리 등 8가지 항목으로 나뉘어 있다. 인증을 받으려는 생산자는 구비 서류를 갖추어 인증기관에 신청한다. 기관에서 서류 심사와 현장 심사를 거쳐, 인증 기준에 적합한 경우 인증서를 교부하고 사후 관리를 실시한다. 현재 있는 총 64개 인증기관은 모두 민간에서 운영한다. 농가 규모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관리를 담당하는 농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국농원)이 밝히기로는 1회 심사비가 30만~40만원 선이다.


“‘친환경’보다 ‘동물복지’ 차원 인증 필요”

친환경 농축산물 인증제도는 1999년에 처음 도입되었다. 농산물의 경우 처음에는 유기 농산물, 전환기 유기 농산물, 무농약 농산물, 저농약 농산물 등 네 가지 종류로 운영되다 전환기 유기 농산물이 유기 농산물에 흡수되었다. 2010년에는 저농약 인증제까지 폐지됐다. 축산물의 경우 2001년 유기 축산물 인증이 도입됐고, 무항생제 인증은 2007년부터 시작됐다. 국농원이 단독으로 친환경 인증 업무를 하다가, 2002년부터 민간 기관이 참여했다. 국농원이 인증기관의 ‘인정’ 업무와 ‘인증’ 업무를 함께하는 게 국제 기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올해 6월부터는 민간 기관에 전면 이양했다.

인증기관의 부실 인증 문제는 계속해서 지적돼왔다. 2013년, 인증업체 직원이 자신이 키운 농산물에 직접 친환경 인증을 준 사실이 적발되는 등 대규모 부실 인증이 도마 위에 올라 민간 인증기관으로의 이양 시기가 늦춰졌다. 지난해 4월 특별점검에서는 농산물 재배가 불가능한 집터에 친환경 인증을 내준 민간 인증기관 1개와 지정 기준을 위반한 기관 1개, 인증 기준을 위반한 272개 농가가 적발됐다.

민간 인증기관의 자격은 한 번 받으면 5년간 유지된다. 국농원은 인증 농가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매년 1회, 3자 기관을 통해 인증기관이 제대로 인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평가해서 등급을 매긴다. 이런 관리 기준에도 ‘살충제 달걀’ 파동이 일어났고 국농원 출신들이 대거 인증 업체를 운영하는 것으로 밝혀져 커넥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저렴한 인증심사 비용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이쿱생협 인증센터 장정주 인증농산물검증1팀장은 “지금 산란계 같은 경우 일반 농가보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데가 더 많다. 인증심사 비용이 너무 저렴하기 때문이다. 심사비가 비싸지면 인증기관도 인증을 남발하지 않고,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품질을 높이려는 생산자만 지원할 수 있다. 제대로 하고 있는 농가와 무늬만 친환경인 곳의 구분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한양계협회는 최근 회원 농가들의 친환경 인증을 자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진 대한양계협회 국장은 “친환경 인증제의 취지가 퇴색되었다. 인증을 반납하고 제도가 제대로 정착된 다음 정확하게 다시 인증을 받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친환경 인증 기준 자체를 손볼 필요는 없을까? 국농원 관계자는 “한국 기준이 어느 나라보다 까다롭고 요구 사항도 많은 편이다. 인증제를 없애고 최종 산물에 대한 유해 물질 검출 여부로 판단하자는 의견도 있다”라고 말했다. 축산물의 경우 인증 잣대를 농산물과 달리 적용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안전한 먹을거리의 차별성 있는 인증 기준으로서 무항생제는 이제 적합하지 않다. 친환경 인증 농가가 아니더라도 항생제를 사용하는 축사가 많이 줄었다. 무항생제 이외에, 사육 방식에 대한 조건이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축산물의 경우 농산물과 달리 ‘친환경’보다 ‘동물복지’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맞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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