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몹시 불던 날이었어. 평범한 양 루이는 언덕 위에서 풀을 뜯고 있었지. 이게 웬일이야? 어디선가 파란 왕관이 날아와서 루이의 머리 앞에 떨어진 거야. 루이는 잠시 눈치를 보다가 얼른 왕관을 머리에 썼어. 앞발을 들고, 어깨에 힘을 빡 주고, 뒷발을 모으고 직립보행을 시작했지. 평범한 양 루이는 이제 양들의 왕 루이가 된 거야!

〈양들의 왕 루이 1세〉 올리비에 탈레크 지음, 이순영 옮김, 북극곰 펴냄

왕이 된 루이는 제일 먼저 근사한 지휘봉을 구해오라고 했어. 뭐랄까, 지휘봉은 왕의 패션을 완성시켜주는 느낌이랄까! 두 번째로는 대대손손 물려줄 왕의 의자, 그러니까 왕좌를 구해오라고 했어. 원래 왕위는 세습하는 거고, 정의는 왕이 만드는 거니까. 세 번째로는 다들 볼 수 있는 곳에 멋진 침대를 놓으라고 했어. 루이 왕이 잠든 동안 다른 양들에게는 왕을 지키라고 했지. 양들의 왕 루이는 계속 ‘좋은’ 생각을 했어. 양들에게 계속 새로운 명령을 내렸지.

이제 양들의 왕 루이 덕분에 평범한 양들은 더욱 행복해졌을까요? 과연 평범한 양 루이는 양들의 왕 루이로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요? 평범한 양 루이의 아주 위험천만한 왕좌의 게임이 지금 시작됩니다.

〈양들의 왕 루이 1세〉는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태양왕 루이 14세를 연상시킵니다. 실제로 그림책의 속표지는 루이 14세의 초상화를 패러디한 그림으로 얼굴만 양들의 왕 루이 1세로 바꿔놓았습니다. 물론 작가인 올리비에 탈레크는 프랑스 사람입니다.

양들의 왕 루이 1세는 이름만 루이 14세에게 빌렸을 뿐 세상의 모든 부패한 권력자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대변합니다. 이 바보들은 권력이 왕관이나 왕좌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왕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왕좌에 오르는 순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릅니다.

함부로 부려도 되는 권력은 없다

작가 올리비에 탈레크가 21세기에 17세기의 루이 14세를 이야기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권력과 욕망의 문제가 왕정시대의 권력층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시대를 초월해서 계속 반복되는 모든 인간의 문제입니다. 탈레크는 평범한 인간이 자신의 욕망 말고는 아무 생각 없이 권력을 가졌을 때 어떤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지를 아주 은근한 코미디로 아주 신랄하게 묘사합니다.

루이 1세는 모든 양들을 들판에 모아놓습니다. 그는 높은 연단에 올라가 레드카펫처럼 기나긴 연설문을 읽습니다. 양들은 꾸벅꾸벅 잠이 듭니다(저는 이런 사람을 수십 년 동안 여러 명 보았습니다). 연설이 없는 날에 루이 1세는 사자 사냥을 즐깁니다. 물론 양들의 나라에는 사자가 없기에 사자를 수입해옵니다. 양한테 쫓기는 사자라니! 사자한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루이 1세는 온갖 사치와 부귀영화를 누립니다. 이제 루이 1세는 부귀영화에만 만족하지 못합니다. 루이 1세는 원래 친구였던 양들을 노예로 삼기에 이릅니다. 말 한마디로 양들 사이에 편을 가릅니다. 말 한마디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양들을 추방해버립니다. 탐욕스러운 루이 14세가 괴물 히틀러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누군가를 함부로 부려도 되는 권력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 권력을 우리는 폭력이고 범죄라고 부릅니다. 우리에게 누군가를 위한 힘이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보호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부패한 권력을 조롱하는 그림책, 〈양들의 왕 루이 1세〉입니다.

기자명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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