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머소닉 페스티벌을 다녀왔다. 한국에서도 많은 음악 팬이 즐겨 찾는 페스티벌이니,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려고 언급한 건 아니다. 대략 10개가 넘는 무대를 경험한 것 같은데, 그중 최고는 록밴드 푸 파이터스의 무대였다. 뭐랄까. 그들은 순도 100%의 라이브 밴드였다. 앨범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파괴적 에너지로 관객을 뒤흔들고,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또 다른 인상적인 무대의 주인공은 캘빈 해리스였다. 그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DJ이자 송라이터이다. 그가 만든 노래 중 빌보드와 영국 차트 상위권에 오른 것만 20곡이 넘는다. 이런 이유로 그의 무대는 최신 히트곡 메들리를 듣는 것 같았다. 문제가 있었다. EDM과 디제잉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 보니, “지금 저 친구가 혹시 USB만 꽂고 라이브인 척하는 건 아닌지” 알 길이 없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라이브는 베비메탈의 무대다. 혹시 베비메탈을 처음 들어보는가. 그렇다면 먼저 유튜브에 ‘Babymetal’을 치고 영상을 감상해보라. 깜짝 놀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베비메탈은 이름 그대로 메탈 밴드다. 특이한 점이 있다. 여성 보컬 3명이 멤버의 전부인데, 이들이 연주는 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기묘한 동작과 다채로운 표정, 뿌리를 알 수 없는 댄스를 선보이며 노래를 부른다. ‘아스트랄하다’는 표현이 저절로 떠오를 ‘Gimme Chocolate’ 영상이 대표적이다. 참고로 ‘초콜릿 주세요’가 가사의 거의 전부인 이 곡의 유튜브 조회수는 7500만 클릭이 훌쩍 넘는다. 

ⓒTaku Fuji올해 서머소닉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일본 3인조 여성 그룹 ‘베비메탈’의 공연 모습.

연주는 백 밴드가 도맡아서 한다. 이게 키포인트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일본에서도 특A급 연주자라고 한다. 그래서 베비메탈의 음악에서는 어지간한 메탈 밴드보다 더 탁월한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장르로 보자면, 스래시 메탈(Thrash Metal)과 데스 메탈(Death Metal)의 중간쯤에 해당되는 연주다.  

라이브 퍼포먼스의 저변을 확대하는 세대

지금까지 세 가지 사례를 들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익히 인지하고 있는 전통적인 라이브에 해당된다. 녹음된 곡을 무대 위에서 실시간으로 재현하고, 때로 즉흥 연주도 섞어가며 들려주는 형태다. 두 번째는 녹음된 곡들을 재배합하는 방법론을 골자로 한다. 비트 매칭으로 개별 곡을 하나처럼 이어나가고, 이를 통해 곡들의 모음, 즉 ‘세트(set)’를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무대다. 비트 매칭이란 두 곡의 비트를 동일하게 설정한 뒤 자연스럽게 잇는 테크닉을 뜻한다. 세 번째는 멤버들의 연주력이 그 어떤 요소보다 핵심인 메탈이라는 장르에서 ‘연주를 하지 않는’ 쪽을 택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게 중요하다. 

과거에는 첫 번째 사례만이 라이브로 인정을 받았다면, 지금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사례도 모두 라이브 퍼포먼스로 통용되고 있다. 묻고 싶다. 당신은 저 세 경우 중 어떤 것을 라이브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확언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점점 더 두 번째와 세 번째까지도 라이브로 인식하는 세대가 많아질 거라는 점이다. 

시대가 변하는 와중에 어떤 단어의 의미가 통째로 뒤흔들리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테다. 앞으로도 우리의 후대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큐레이팅하고, 엮어보고, 이렇게 엮은 걸 다시 풀어보면서 마음껏 즐길 것이다. 그들만의 방식에 굳이 딴지 걸 필요는 없다는 점을, 이번 서머소닉 페스티벌을 통해 절감하고 돌아왔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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