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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식민지 조선의 여성 트로이카

2017년 09월 22일(금) 제522호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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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 1·2>
조선희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조선희 전 <한겨레> 기자의 소설 <세 여자>를 읽는데 영화 <라라랜드>가 떠오르니 별일이었다. ‘꿈과 좌절’ 혹은 ‘개인과 세계 사이의 간극’이라는 모티브 때문인가? 소설 표지의 사진인 ‘백주대낮 개울가의 단발랑(斷髮娘:단발 여성)’ 3명을, 작가는 주세죽·허정숙·고명자로 추정한다.

192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여성 트로이카’로 불린 세 여자는 당시의 세계적 유행인 마르크스주의와 여성 계몽을 선도적으로 받아들인 전위 투사요, 첨단의 멋쟁이였다. 그들의 ‘봄’은, 1920년대 초반 백가쟁명의 도시인 상하이에서 학습하고 논쟁하며 박헌영, 김단야 등 젊은 공산주의자들과 ‘동지적으로 결합’하던 시기였을 터이다. 푸르른 그들이 민족해방과 계급혁명에 대한 과학적 전망(사실은 ‘과학’이 아니었다)을 기반으로 자기 인생을 불사르기로 결단하는 의지와 열정은 숭고하리만큼 아름답지만, 덧없기 짝이 없다. 우리는 그들이 곧이어 적도 아닌 동지들로부터 참혹하게 바스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주세죽을 카자흐스탄으로 유형 보낸 것은 소련공산당이고, 고명숙이 몸담은 여운형의 근로인민당을 폐기처분한 것은 조선노동당이다. 허정숙은 김일성 정권의 개국공신으로 ‘출세’했지만, 절친했던 박헌영을 ‘미 제국주의의 간첩’으로 모는 데 협력한 덕분이다. 작가는 “역사의 가장 음침한 골짜기”에서 “씩씩하게 운명에 도전”했던 세 여성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한국 공산주의 운동과 해방 정국을 다시 해석하고, 박헌영이나 김단야 등의 배우자로나 서술되던 세 여자를 성공적으로 형상화시켰다. 이 소설에서 기껏 ‘개인과 세상 간에 존재하는 살벌한 모순’을 읽어낸 것은 나의 어떤 트라우마 탓일 것이다.

<라라랜드>는 남자가 오랜만에 재회한 연인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두 사람에게 가능했을지도 모를 다른 운명을 상상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한반도와 세 여자에게도 다른 운명의 경로가 가능했을까? 덧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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