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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2017년 09월 22일(금) 제522호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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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사생활
김정욱 지음, 글항아리 펴냄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갖는 목표는 환자가 어느 선을 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퇴근이 거의 없는 신경외과 전공의가 틈틈이 환자를 마주하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기록했다. 그 노트를 바탕 삼아 드로잉 노트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의사의 그림일기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건 환자와 병, 그리고 보호자다. 저자는 자주 질문을 받았다. “이 망할 놈의 병이 왜 생겼고, 앞으로 환자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의사라고 해도 명쾌하게 답해줄 수 없다. 멀쩡히 걸어 들어온 환자가 누워서 나갔고, 퇴원한다며 들떠 있던 환자는 저녁에 갑자기 심장이 멈췄다. 다시는 환자를 못 만나게 될 때마다 처진 마음을 부여잡고 편의점에 들러 초콜릿을 샀다. 하나는 먹고 하나는 주고 하나는 병에 담았다. 큰 병 두 개가 가득 찰 무렵 인턴 생활을 마쳤다.



이탈리아 사람들이라서
존 후퍼 지음, 노시내 옮김, 마티 펴냄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비교적 수수한 대가만 제시해도 거짓 증언해줄 사람을 구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 <가디언>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남유럽에서 오래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탈리아인의 문화와 의식구조를 파헤친다. 여전히 부모와 생활하는 자녀 세대, 만연한 가족주의와 관료제, 젠더 불평등 등 이탈리아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저자가 꼬집는 이탈리아 문화의 그늘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이 떠오른다. 다양한 사례로 냉철하게 현실을 진단하지만, 따뜻한 시선도 눈에 띈다. 인생을 충분히 즐기겠다는 태도,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은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다. 로마와 르네상스, 명품과 아름다운 해변으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대신, 강대국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반도인의 삶과 문화를 풍부하게 접하기 좋은 책이다.



일리아스
호메로스 지음, 진형준 옮김, 살림 펴냄

“이 술주정뱅이에 짐승의 눈과 심장을 가진 자!”


사실은 아무도 읽지 않는, 그래서 ‘죽어 있는’ 세계문학 고전을 청소년들에게 읽히겠다는 야심만만한 기획의 소산물이다. 감히 세계문학 전집을 ‘축약본의 정본(正本)’으로 출간하겠다는 저자와 출판사의 대담성이 섬뜩할 만큼 통쾌하다.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 컬렉션’ 1권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로 선택했다. 수년간 휴지기를 거친 트로이 공성전이, 그리스의 맹장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그리스군 총사령관)과의 갈등을 해소하고 헥토르(트로이군 총사령관)를 살해하면서 다시 치열한 공방전으로 전환되는 대목이다. 지금도 글로벌 주류 세력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서구 문명을 이해하는 데 필수 자료인 <일리아스>를, 청소년은 물론 성인도 간편하지만 풍부하게 읽을 수 있는 기회다.



공감의 시대
프란스 드 발 지음, 최재천 옮김, 김영사 펴냄

“탐욕의 시대는 가고 공감의 시대가 왔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의 책이다. 원숭이와 침팬지 등 영장류는 물론 고양이, 늑대, 돌고래, 새, 코끼리 등 수많은 동물도 공감 능력이 있다. 공감은 생존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진화의 거름막을 통과했다. 어떤 맥락에서는, 착함이 생존에도 유리했다!
오랫동안 인류는 ‘사악한 인간 본성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공동선을 이룰 것인가를 물었다. 드 발은 이제 질문을 바꾸자고 주장한다. 공감 본능을 깊이 이해할 때 우리 본성에 더 걸맞은 사회를 디자인할 수 있다. 우리 본성에는 약육강식과 사익 추구뿐만 아니라 협동과 이타성과 공정성도 들어 있다. 스타 저술가 제러미 리프킨의 책이 같은 제목으로 나와 있지만, 전문성과 섬세함과 지적 겸손함에서 차이가 눈에 띈다.


스키엔티아
도다 세이지 지음, 조은하 옮김, 애니북스 펴냄

“행복해지려면 결국은 어느 순간이든 노력을 해야 해. 모두가 노력을 해서 행복해지는 거야.”

도다 세이지라는 이름은 몰라도 <몇 번이라도 좋다 이 지독한 삶이여, 다시>라는 데뷔작의 제목은 눈과 귀에 익을 터. 절판됐던 책이 <이 삶을 다시 한번>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나왔다. <스키엔티아>와 함께. 2008년부터 쇼가쿠칸의 만화 잡지 <빅 코믹 스피릿>에 연재된 단편을 묶었다.
책 제목이기도 한 ‘스키엔티아(Scientia)’는 지식·과학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과학(science)의 어원이다.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가상세계의 중심에 ‘스키엔티아’라는 이름의 고층 빌딩이 서 있다. 이 첨단 문명의 상징 아래, 과학의 힘으로 인생을 바꾸고자 하는 일곱 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단하고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이야기가 의외로 따뜻하다.




나는 내 나라가 낯설다
쉬즈위안 지음, 김태성 옮김, 이봄 펴냄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중국 역사의 유구한 연속성을 과시하지만 주변에는 온통 새로운 것투성이다.”

외피는 여행기인데, 읽다 보면 무엇으로 분류해야 할지 헷갈린다. 중국의 비판 지식인 쉬즈위안이 내놓은 중국 대륙과 타이완 여정이다. 중국에서 나고 자란 저자가 ‘낯선 내 나라’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 계기는 미국 작가 폴 서루의 <중국 기행>이었다. 외부로 향하던 자신의 시선을 성찰하게 됐다.
유적지나 절경보다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움직였다. 문화대혁명 당시 지식 청년, 빈민굴 노동자 등을 만났다. 성공하지 못한 다수가 대부분이었다. 다니면서 저자가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망각이었다. 중국인은 과거에 일어난 일과 그 대가를 기억하지 못한다며 비판했다. 그러한 중국인에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는 곤혹감 또한 가감 없이 드러내는 미덕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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