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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 한국이 청해도 미국이 못한다

2017년 09월 18일(월) 제523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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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며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미국의 재배치 가능성은 낮다.

북한의 6차 핵실험 파장이 크다. 당장 국내에서는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여론이 커진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비롯한 국제 체제 때문에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일이 어렵다면 미국의 전술핵이라도 재배치해야 한다는 논리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군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로 ‘공포의 균형’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에 응답자의 68%가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야당은 아예 이를 당론으로 정하고 워싱턴을 설득하겠다며 대규모 방미단까지 보냈다(아래 사진).

정부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는 알려진 바와 같다. 첫째, 지금까지 고수해온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위배된다. 둘째, 북한 핵의 완전하고도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폐기(CVID)라는 우리 정부의 주장이 명분을 잃어 북한 핵무장을 정당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마지막으로 미군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가 중국과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촉발시켜 동북아를 핵무기 경쟁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다.

그러나 이 사안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의 입장이 아니다. 전술핵 재배치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이 가능성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운을 떼자 희망을 거는 이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핵 문제에 정통한 미국 측 전문가들은 거의 대부분 그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말한다. 다섯 가지 이유에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쟁점은 미국의 공약에 대한 신뢰성 문제다. 미국은 확장 억제 전략하에 한국에 대한 핵우산 공여를 약속했고 그에 따라 한·미 간에 긴밀한 협의를 이어왔다. 괌 공군기지에 전진 배치된 전략폭격기나 일본 요코스카에 본부를 둔 7함대 항공모함과 핵추진 잠수함 등이 모두 한국과 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구실을 맡고 있다. 전술핵 배치는 이러한 그간의 핵우산 공여 약속이 부실하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 된다. 부실하지 않다면 굳이 전술핵을 재배치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또 다른 핵심 변수는 북한의 위협 인식이다. 이미 확장 억제 전략에 따라 미국이 전술핵과 전략핵을 가리지 않고 핵우산을 펼치고 있는데, B-61 자유낙하폭탄 같은 체계를 한국에 재배치한다고 북한이 더 강한 위협을 느끼게 될까. 쉽게 말해 이로 인해 우리가 기대하는 추가 핵억제 효과를 얻기 힘들다.

전술핵 재배치로 인해 미국의 우려가 더 커지는 측면도 있다. 핵 억제 이론에 따르면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할 경우 북한의 선제타격 욕구를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게 서방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보자. 미국이 괌에 배치된 전략 폭격기로 북한에 핵공격을 가한다면 최소한 폭격기가 날아가는 동안에는 평양과 최종 담판 혹은 의사소통을 할 시간을 벌 수 있다. 한국에 전술핵을 전진 배치한다면 이러한 마지막 기회는 사라지고 북한은 이전보다 한층 강한 ‘시간의 압박’을 느끼게 된다. 북한으로서는 오히려 더 빨리 선제 핵공격에 나설 수 있다. 최전방에 배치된 전술 핵무기가 상황의 안정성을 해치고 상대의 선제타격을 촉발할 수 있다는 역설은 냉전 기간 내내 미국의 핵 억제 이론가들을 괴롭힌 이슈였다.

시야를 한반도 밖으로 넓혀보자. 미국이 사드에 이어 전술핵까지 배치한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전례 없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각각 자체 핵전력 증강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유사시를 대비해 미군 전술핵이 배치될 군산 공군기지나 서울 인근의 지휘통제 시설을 타격 대상으로 삼는 작전계획을 채택할 개연성도 충분하다. 특히 북한과 우발적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한층 커진다. 과연 워싱턴이 이러한 전략적 리스크를 무시할 수 있을까.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한국당 북핵위기대응특위 이철우 특위 위원장(오른쪽 두번째) 등 방미단 일행이 9월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전술핵무기 재배치 당론 전달 등 방미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전술핵 배치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민감하게 반응할 것


다음으로 비용 문제와 법적 논쟁이 있다. 미군 전술핵을 재배치하려면 상당한 수의 핵무기 전문 관리 인력과 경비 병력을 배치해야 한다. 전술핵 운반을 위한 미사일이나 폭격기도 확보해야 하고, 북한의 핵 및 화생무기 공격으로부터 전략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벙커도 건설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엄청난 예산을 우리가 전부 부담하지 않는 한 미국 의회나 미국 사회가 이를 수락할 리 없어 보인다. 반면 한국이 모든 비용을 부담할 경우 우리로서는 실질적인 공유를 주장해야 하지만, 핵무기와 관련된 정보의 공유는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의거해 별도의 군사협력 협정을 체결해야 하는 사안이다. 미국 의회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미국 측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1991년 워싱턴이 한반도 전술핵의 철수를 결정했던 배경에 북한의 군사공격이나 특수전 부대에 의한 탈취 위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주한미군 주둔 자체나 전술핵 배치에 반대하는 한국 내 ‘과격 세력’에 의해 전술핵 통제권이 상실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한몫했다. 사실 이는 전술핵이 배치돼 있는 유럽의 미군기지와 관련해서도 늘 제기되어온 문제다. 사드 배치 하나에도 저항이 거센 한국인들이 전술핵 재배치에 어떻게 반응할지 우려하는 미국 측이 재반입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다시 정리하자. 전술핵은 우리가 요구한다고 간단히 이뤄질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한·미 동맹의 틀 안에서 미국의 확장 억제와 핵우산을 믿고 재래식 억제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길을 도모하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전술핵 이슈로 정치 논란만 불러일으키고 동북아의 전략적 안정을 해치는 일은 명민한 선택일 수 없다. 핵을 아는 이들이 대부분 고개를 가로젓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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