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과 톈진 구간에서 처음 고속철도 운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중국은 세계 고속철 사업의 후발 주자였다. 10년도 지나지 않아 중국은 세계 고속철 사업의 선두주자로 우뚝 섰다. 규모와 속도 면에서 성장세가 눈부시다. 현재 중국의 고속철 노선 총거리는 2만2000㎞이다. 이는 전 세계 고속철 거리의 약 65%를 차지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노선을 가진 나라도 중국이다. 평균 운행속도, 최고 운행속도(486㎞/h)도 중국이 그 기록을 갈아치웠다.

중국 철로총공사는 9월21일부터 베이징과 상하이 구간에서 평균 시속 350㎞, 최고 시속 400㎞에 달하는 고속철도 ‘푸싱(復興)호’를 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푸싱호 내부 부품의 84%를 중국이 자체 개발했다고 한다. 사실상 독자 기술력이 응축된 2세대 자국산 고속철이다. 안정성과 경제성, 에너지 절약에서 기존 고속철에 비해 업그레이드되었다. 과거 1세대 고속철 ‘허셰(和諧)호’보다 평균 시속은 50㎞가량 빠르고 좌석도 더 넓어졌다.  

ⓒXinhua2017년 8월21일 푸싱호 고속철이 톈진 시 구간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푸싱호는 한국말로 ‘부흥(復興)’을 의미한다. 시진핑 주석이 집권 후 내세우고 있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핵심 슬로건을 그대로 인용했다. 1세대 고속철 허셰호는 당시 후진타오 정부의 핵심 슬로건인 ‘화해(和諧·화합)’를 이름에 담았다.

중국은 푸싱호 운행을 통해 북부와 남부를 대표하는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를 일일 생활권으로 묶을 계획이다. 푸싱호를 이용하면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 4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베이징과 상하이를 잇는 지역에서는 도시 일체화 현상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경제권역이 생성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시민들이 좀 더 저렴한 주택을 찾아 도시 외곽지역으로 이주할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의 인구 밀집도가 낮아지면서 환경오염 문제도 완화되리라 기대한다. 중국 정부는 징진지(京津冀:베이징-톈진-허베이)와 연계한 종합 교통망 구축을 가속화하기 위해 푸싱호의 운행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중국 고속철의 급격한 성장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과감한 투자 효과가 있었다. 중국은 선발 주자였던 일본의 신칸센, 독일의 이체에(ICE), 프랑스 테제베(TGV)로부터 차례로 기술을 이전받았다. 2011년 원저우에서 고속철 사고로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고속철 두 대가 추돌하면서 40여 명이 사망했고 200여 명이 부상당했다. 이때도 운행 속도를 낮출지언정 정부의 투자는 계속되었다. 나아가 시진핑 정부는 고속철 사업을 ‘일대일로 프로젝트(육·해상 실크로드 경제벨트)’의 핵심으로 삼았다. 시진핑 정부의 자존심이 걸린 사업이자 상징이 된 것이다.

중국 국무원은 2015년 고속철의 설비산업을 해외 진출을 위한 국가 성장 동력으로 지정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철도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2014년 분할되어 있었던 중국남차와 중국북차(철도 제조업체)를 합병해 중국중차를 탄생시켰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과 영업에 더 집중해 철도산업의 국제화 속도를 높이려 했다.

중국의 광활한 영토도 중국 고속철 발전에 큰 몫을 했다. 2009년에 우한과 광저우를 잇는 우광 고속철, 2010년에는 중국의 중부(정저우)와 서부(시안)를 잇는 정시 고속철, 2012년에는 베이징과 광저우를 잇는 2298㎞ 구간에 달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긴 구간의 고속철도가 개통했다. 전문가들은 광활한 영토로부터 얻을 수 있는 고속철 건설의 경험을 통해 노하우가 빠르게 축적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기차 여행객, 전년 대비 113% 상승

이런 중국 철도산업의 성장을 반영하듯 기차 여행객의 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 투뉴(途牛) 여행사의 ‘2017 철도여행 소비보고’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기차 여행을 선택한 사람의 수가 전년 대비 113% 상승했다. 최근에는 중국과 다른 나라를 연결하는 기차 노선의 개통 소식도 들린다. 최근 중국 정저우와 독일 뮌헨 노선, 중국 칭하이와 러시아 페름 노선 등이 개통되었다.

중국은 현재 ‘4종4횡’ 고속철도망에서 더 나아가 전국 현 단위까지도 거의 아우를 수 있는 ‘8종8횡’ 고속철도망을 건설 중이다. 중국 철로총공사는 “중국은 앞으로 스마트 열차, 시속 600㎞의 자기부상열차 개발과 고속철 수출을 통해 고속철 최강국이 될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국 국가철도국(NRA)은 2020년까지 철도에 최소 2조8000억 위안(약 485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는 3만㎞ 이상, 2035년까지 4만㎞ 이상의 고속철을 추가 건설할 방침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지난해 상반기에만 148억8000만 위안(약 2조5000억원)에 이르는 물량을 수주하는 등 이미 전 세계 102개 국가와 고속철 수출 계약을 맺었다. 특히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의 고속철 기술을 배우기 위한 바람이 불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라오스에 이어 타이에서도 중국의 고속철 사업이 잇달아 승인되었다. 2015년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인도네시아 고속철 사업권을 따냈다. 말레이시아와는 2014년에 이어 올해에도 고속철 사업을 재계약했다. 지난 7월에는 타이 정부와 52억 달러(약 6조원) 규모의 고속철도 1단계 사업을 계약했다. 아프리카와 중동에도 중국 고속철이 수출됐다. 2014년, 중국은 나이지리아 해안에 철도망을 건설하는 약 14조원 규모의 계약을 수주했다. 이란에서는 테헤란과 일부 도시를 잇는 18억 달러(약 2조원) 규모의 고속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철도 선진국인 유럽·미국에까지 진출했다. 2016년 중국이 유럽에 수출한 고속철 ‘마케도니아 전동차 프로젝트’가 유럽연합 규정에 따른 철도호환성 기술규범 인증(TSI)을 받았다. 중국이 사업권을 확보한 헝가리와 세르비아 간 고속철 건설사업도 탄력을 받으리라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미국 시카고, 올 1월에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로부터 지하철 차량을 수주했다. 푸싱호 고속철을 앞세워 세계 20여 개 나라에 수출을 앞두고 있다. 중국의 철도차량 세계시장 점유율은 이제 30%를 넘어섰다.

중국보다 빠른 2004년 프랑스 알스톰 사의 기술을 들여온 한국은 현재 대규모 해외 고속철도 건설사업 수주가 단 한 건도 없다.

기자명 베이징·양광모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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