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2009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다. 유엔의 장애인권리협약 제24조에는 장애인이 일반인과 통합교육을 받을 권리가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독일 각 주의 문화부 장관들이 모이는 문화부장관협의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교육을 권고했다. 연방국가인 독일은 각 주정부가  교육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이 권고안은 각 주의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행 중이다. 독일에도 일반적인 정규학교 외 진흥학교(Förderschule)라는 이름의 특수학교가 존재한다. 신체장애, 지적장애, 학습장애 등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다닌다. 9월23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독일에는 특수한 도움이 필요한 학업 연령대 인구가 약 50만명이다. 이는 전체 학업 연령대 인구 중 약 7%에 해당한다. 현재 특수한 도움이 필요한 학생 3분의 1가량이 일반학교에서 비장애 학생들과 통합수업을 받고 있으며, 그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푸르메재단 제공2014년 2월27일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 슈로벤하우젠에 위치한 베르겐 직업학교에서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통합교육을 하고 있는 모습.

독일 유네스코와 베르텔스만 재단은 독일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2009년부터 통합교육을 성공적으로 이끈 학교 세 곳과 한 개 단체에 야코프 무트 상을 수여한다. 베르텔스만 재단은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연구를 지원하는 재단이다. 2017년 상을 받은 학교 중 헤센 주에 위치한 안토니우스 폰 파다우 학교는 2014년부터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의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1908년 개교한 안토니우스 폰 파다우 학교는 원래 지적장애 학생을 교육하는 특수학교였다.

ⓒBertelsmann Stiftung 갈무리안토니우스 폰 파다우 학교는 특수학교에서 통합교육 학교로 바뀌었다.

학교는 한국 학제로 초등학교 1학년부터 4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담당하는 그룬트슐레(Grundschule)로, 한 학년 정원이 15명이다. 이 15명 중 5명이 장애 학생이다. 이 학교에는 문이 없다. 500㎡ 거대한 홀이 학교이자 전체 학생의 수업공간이다. 이 홀의 중앙에 학생들이 자유롭게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역시 문이 없는 4개 공간에서 수업이 이뤄진다. 학생들은 각자의 주간 계획에 따라 공부한다. 학생들 모두 수화를 배우고, 공통의 주제에 따라 함께 수업도 듣는다. 각 개인의 학업은 자신의 주간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각자가 교사와 함께 학업 성취 정도를 평가한다. 문이 없는 학교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학업 수준에 따라 다른 학년의 수업에 참여할 수도 있다. 각 주제에 따라 더 높은 수준에 있는 학생은 다른 학생들을 돕는다. 학생들은 필요에 따라 서로에게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준다. 물론 이 학교에도 장애 학생들을 돕기 위한 특수교육 교사가 존재한다. 안토니우스 폰 파다우 학교 교장은 “장애인 학생들에 대한 특수교육은 치료가 아니라, 각 학생의 특성에 따라 학습을 도와주는 것일 뿐이다”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교육은 일반 교사가 학생들의 학습을 돕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의 사례와 관련해 지난 7월 〈차이트〉는 한 학생의 인터뷰를 실었다. 현재 함부르크에서 12학년에 재학 중인 한나 슈바이처는 지난 5년 동안 통합수업을 하는 학급에서 생활했다. 그는 특수교육이 필요한 다른 학생 5명과 함께 생활했고, 그중 한 명은 다운증후군이 있었다. 장애가 있는 다섯 친구는 자연스럽게 학급의 일부로 받아들여졌고, 수업에도 아무 지장이 없었다. 장애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주간 계획표와 과제가 주어졌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같은 주제를 배우지만, 각각 다른 수준의 학업이 병행됐다. 칠판을 보고 함께 수업을 받는 시간은 짧았다. 개인 과제와 그룹 과제를 위한 시간이 나누어져 있었다. 교사 한 명 외에도 매시간 특수교육 교사가 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특수교육 교사는 장애 학생들이 그룹 과제에 참여하는 것을 돕거나, 과제에 대해 그들에게 차분히 다시 설명해주는 등 다양한 도움을 주었다.

2009년 독일에서 정책적으로 통합교육이 추진되기 이전에도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일부 학교와 학급은 존재했다. 통합교육은 어느 정도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냈다. 전문가들은 통합교육이 비장애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사회성과 책임감을 길러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통합교육은 장애 학생들에게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 기회도 제공한다.

통합교육 경험 많은 교사 충원이 과제

통합교육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려면, 교육 현장에서 준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통합교육에 대한 준비와 지원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점점 더 많은 장애 학생들이 일반학교로 전학을 왔지만, 통합교육에 경험이 많은 교사들이 충원되지 않았다. 특수교육 교사의 수도 부족해졌다. 한나가 다니는 학교에선 이제 특수교육 교사 한 명이 두 개 학급을 담당해야 한다. 한 교사가 대학 입학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과, 산수나 읽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을 동시에 돌보아야만 하는 경우도 생겼다.

지난 5월 여론조사 기관인 포르사 연구소는 독일 교육협의회의 의뢰를 받아 일반학교 교사 2050명을 대상으로 통합교육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교사의 절반 정도가 통합교육에 찬성했다. 그러나 응답한 교사들은 각 학교가 통합교육을 위한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20%는 일반학교가 높은 수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은 감당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전문가들은 통합교육이 성공하려면 재정, 공간, 특수교육 교사, 교육 프로그램 등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통합교육을 연구하는 훔볼트 대학의 베른트 아르베크 교수는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지 못한다면, 통합교육은 점차 독일 교육 시스템을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장애인 학생과 비장애인 학생 모두 잘 구성되지 못한 통합수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고다.

이렇게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독일 사회는 장애인 학생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교육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 학생 50만명 가운데 신체장애 학생은 3만7000명이다. 이들 중 가장 많은 수는 19만명에 달하는 학습장애 학생이다. 약 8만6000명이 정서와 사회적 발달에 문제를 겪는다. 독일 사회는 어떻게 하면 장애인 학생들을 고립시키지 않고 교육할지, 그 효과적인 방법인 ‘각론’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기자명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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