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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러 특검, 미국판 ‘박영수 특검’ 될까

2017년 10월 10일(화) 제525호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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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게이트를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트럼프 선대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의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백악관 인사들에 대한 면담 조사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 게이트를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 게이트는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측 인사들과 내통했다는 의혹이다. 뮬러 특검은 조사 대상자들에게 소환장을 다수 발부하는가 하면 백악관 인사들에 대한 면담 조사도 조만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해임’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해고’ 등 러시아 게이트와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의 ‘특이 행동’을 들여다보기 위해 다양한 문건을 무더기로 백악관에 요청하기도 했다.

ⓒAP Photo
러시아 게이트를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FBI 국장 출신에 정통 수사로 명성을 쌓아왔다.

현재 특검팀은 러시아 게이트에 연루된 트럼프 선거대책본부 인사들의 금융 내역까지 수사 중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코미 당시 FBI 국장을 전격 해임한 것과 관련해 사법 방해 행위를 했는지도 파헤치고 있다. 사법 방해가 확인되면 의회의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된다. 코미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에서 ‘마이클 플린에 대한 FBI의 수사를 종결하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뮬러 특검팀의 광범위한 수사 성격을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진단했다.

뮬러 특검팀은 출범 후 한동안 정중동(靜中動) 상태에 머물러 ‘도대체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뮬러 특검팀의 본격적인 수사 움직임은 지난 7월 트럼프 선대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감지됐다. 뮬러 특검팀이 공격적인 수사로 전환하면서 늑장 수사 의혹은 일단 가신 상태다. 특검 전문가인 캐시 해리거 교수(웨이크 포리스트 대학)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뮬러 특검이 수사를 끌면 끌수록 표적 수사라는 주장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라며 수사 장기화에 따른 위험성을 경고했다. 실제로 1994년 빌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 부인 힐러리와 함께 설립한 부동산 회사 사기 의혹인 ‘화이트워터 사건’을 맡은 케네스 스타 특검은 5년에 걸쳐 수사를 벌였다. 그럼에도 ‘부동산 사기’보다 ‘클린턴-르윈스키’ 불륜 의혹을 파헤치는 데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 들어 뮬러 특검팀이 부쩍 수사를 서두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의회 차원의 별도 조사보다 빨리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뮬러 특검팀뿐 아니라 상·하원에서 특별조사위원회 3개가 러시아 게이트를 조사 중이다. 만일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의회 조사와 뮬러 특검팀의 수사가 겹치면 차질을 빚게 된다. 의회 측 조사관들에게 부과된 ‘면책특권 발급 권한’도 뮬러 특검팀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유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의회 조사관들이 면책특권을 남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만일 핵심 증언자들이 의회 조사관들로부터 면책특권을 부여받은 대가로 증언에 나선다면, 형사소추를 목적으로 수사 중인 특검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난 4월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상원 정보위 조사관들에게 자신의 증언을 대가로 면책특권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다.

2019년 11월에 뮬러 특검팀이 결과 내놓나

특검팀에는 금융 사기와 돈세탁, 조직폭력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3명의 베테랑 검사와 수십 명의 수사관이 포진해 있다. FBI 국장 출신으로 정통 수사 관료로 명성을 쌓아 올린 뮬러는 미적거리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다. 뮬러 특검은 수사 단서가 잡히면 곧바로 수사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에 불리한 정보를 넘겨받기 위해 러시아 측 로비스트를 만난 사실을 폭로했다. 특검팀은 이 보도 직후 거명된 러시아 로비스트를 소환했다.

특검팀이 백악관에 무더기로 요청한 문건 내용에서도 수사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 이후 자신의 러시아 스캔들 혐의를 벗기 위해 취한 ‘특이 행동’과 관련한 자료를 대부분 요청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특검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13개 항목에 걸친 질의서를 보냈다. 그중 4개 항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플린 전 안보보좌관을 해임하기로 결정한 정황에 대한 질문이다. 플린 전 보좌관은 지난해 12월 하순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미국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 해제’를 주제로 통화했다. 이를 감춘 사실이 드러나 지난 2월 해임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정황을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가 중요한 이슈다. 특검팀의 질의서엔 ‘코미 전 FBI 국장의 해임’과 관련한 항목도 3개나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를 해임하기 하루 전, 부통령과 백악관 비서실장·법률고문 등을 집무실로 불러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를 해임한 다음 날(5월10일)에는 백악관으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 등을 불러 접견했다.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측에 “코미를 해임한 뒤 큰 압박감에서 벗어났다”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특검팀은 러시아 인사들과 만난 배경과 내용에 대해 관련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AP Photo
트럼프 대통령(가운데)이 코미 FBI 국장을 해임한 다음 날인 5월10일, 러시아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측의 외교 부문 자문단 관련 자료도 모두 넘겨받을 계획이다. 자문단 가운데 중동문제 전문가인 왈리드 파레스는 트럼프의 외교 보좌역으로 거론돼왔는데, 그는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한·미 동맹 등에 관해 언급하면서 한국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뮬러 특검팀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이나 가족의 금융거래 내역 및 사업에 대해서는 조사를 망설이는 듯하다. 일단 해당 내용이 특검 측의 질의서와 요청 자료에서 빠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 특검에게 “나(트럼프) 또는 가족의 금융거래까지 수사하면 월권행위로 간주해 대응하겠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러시아 게이트 수사를 ‘마녀사냥’이라며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내왔다. 전문가들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기질을 감안할 때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오를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전직 연방검사 출신인 해리 리트먼 교수(캘리포니아 대학 법학)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어느 시점에 이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을 해임하려 시도할 것이 분명하다”라고 단언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1973년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2003년까지 모두 16번의 특검이 구성되었는데 평균 수사 기간은 1154일이었다. 그 가운데 클린턴 행정부 당시 헨리 시스네로스 주택도시개발장관의 위증에 대해 4000일 이상 진행된 특검 기간을 빼면, 평균 수사 기간은 911일로 줄어든다. 평균 수사 기간을 고려하면 뮬러 특검팀의 종료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3년차 막바지인 2019년 11월 하순이 될 전망이다. 물론 그 전에라도 언제든 위법 사실이 밝혀진 인사들은 형사소추를 당할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는 위법 사례가 드러나도 특검 기소보다 의회의 탄핵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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