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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가스관’ 오역은 왜 튀어나왔을까

2017년 10월 11일(수) 제525호
남문희 기자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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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양한모

미국에 살더라도 체류 기간이 짧으면 알 수 없는 생활 영어가 꽤 있다. 그렇더라도 국가 기간통신사의 워싱턴 특파원이 낸 오역 사건은 이해하기 힘들다. 미심쩍으면 주변에 확인이라도 했을 텐데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쓴 ‘Long gas lines forming in North Korea’는 ‘북한엔 주유를 하기 위해 긴 줄이 생기고 있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특파원은 ‘긴 가스관이 북한에 형성 중이다’라고 오역했다.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을 통해 한국과 북한,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사업 구상을 밝힌 부분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라는 해석까지 달았다. 

연합뉴스 기자가 오역한 문제의 가스관 사업은, 한반도 종단철도와 가스관을 연결하고 싶다는 러시아 쪽의 오랜 소망을 푸틴 대통령이 다시 한번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 북핵 문제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가스관 사업은 한국과 러시아 정상이 진지하게 논의할 사안이 아니었다. 미국 대통령이 거론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gas lines’에서 가스관 사업을 연상했을까? 한국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미국이 늘 못마땅한 시선으로 보고 있을 것이라는 기자의 시각이 무의식중에 튀어나온 게 아닐까 싶다.

아베 총리가 우리 정부의 대북 인도 지원에 대놓고 시비를 거는데도 이를 비판하는 기사가 드물다. 대북 지원에 대한 찬반을 떠나 외국의 국가원수가 남의 나라 내정에 노골적으로 간섭하는 발언을 한다면 기자로서 문제 제기를 해야 하지 않나?

푸틴 대통령은 한·러 정상회담 때 “앞으로 유조선 15척이 한국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라면 MBC나 KBS, 보수 언론은 ‘대통령의 경제 외교’ ‘유조선 수주 효과 수조원’ 따위 홍보성 기사를 일주일 넘게 보도했을 것이다.

기자 생활 초기부터 미국과 일본 매체들이 자국의 이익 앞에서는 논조 차이를 막론하고 똘똘 뭉친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우리 언론도 그런 경우가 없지는 않았다. ‘몽둥이’를 휘두르는 정권 앞에서는 잘 뭉쳐왔다. ‘기레기’라는 말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곤 했다. 어느 순간 그런 거부감이 사라지고 무덤덤해진 내 모습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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