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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인상률 하락하는데 미 연준 왜 돈 거두나

2017년 10월 11일(수) 제525호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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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풀었던 돈을 10월부터 거둬들인다. 미국 경제가 회복세라는 것이 연준의 판단인데, 물가상승률이 하락세여서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9년 동안 풀었던 돈을 10월부터 거둬들일 계획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열어젖힌 ‘싼 돈’의 시대가 미국을 필두로 점차 저물어갈 전망이다. 연준은 지난 9월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10월부터 자산 정상화 프로그램’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AP Photo
9월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자산’은 해당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서도 보편적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금, 외환(달러·유로·엔), 국채 등으로 구성된다. 이런 자산을 ‘물질적 근거’로 통화를 발행한다. 적어도 이론적으로 볼 때 중앙은행 보유 자산과 발행된 통화의 가치 규모는 비슷하다. 중앙은행 자산이 증가하면 통화량 또한 늘어나게 된다는 의미다. 연준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를 시작한 이후 보유 자산을 8000억 달러에서 지난 8월 말 현재 4조5000억 달러까지 확대했다. 9년여 만에 6배로 증가한 것이다. 그만큼 통화량도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닥친 불황이 공황으로 폭발하는 사태를 막고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시민들이 사업과 소비에 필요한 돈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된다. 경기가 회복되면 총수요 또한 치솟을 터인데, 자칫 물가 폭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론상 물가는 통화량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적완화 개시 직후부터 연준의 자산(=통화량)을 축소해야 한다는 요구가 미국 내에서도 끈질기게 전개돼왔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릴 때 보유 자산까지 반드시 증가하지는 않는다. 정책 금리(기준금리:federal funds rate)를 내리는 일반적 통화정책을 사용하면, 자산 증가 없이 통화량만 늘어난다. 연준의 자산과 통화량이 함께 폭증한 것은 양적완화라는 정책 수단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양적완화가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다.

양적완화의 ‘비전통성’을 이해하려면 먼저 연준이 정책 금리를 어떻게 조절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가계와 기업이 일반은행에 계정을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반은행은 중앙은행에 등록된 자행 명의의 계정에 돈을 예치한다. 은행도 중앙은행에 저축하는 것이다. 이 돈을 유보금이라 부른다. 중앙은행은 유보금에 대한 이자를 해당 은행에 지급한다.

연준의 양적완화는 ‘장기 국채’ 대량 매입

유보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하나는 지급준비금(지준)이다. 은행들은 자행에 들어온 예금 중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중앙은행 계정에 예치해야 한다. 그 비율(지급준비율)이 10%라면, 예금액 1000억원을 가진 은행은 100억원을 중앙은행에 ‘지준’으로 넣어둔다(한국의 실제 지급준비율은 11.5%). 다른 부분은 ‘초과지급준비금(초과지준)’이다. 해당 은행이 100억원이 아니라 500억원 정도를 중앙은행 계정에 유보금으로 넣어둔다면, 지준 100억원을 제외한 400억원을 초과지준이라 부른다.

중앙은행에 계정을 둔 은행들은 이 초과지준을 상호 간에 하루 단위로 빌리고 빌려준다. 이런 과정에서 은행들 간에 형성되는 ‘하루 만기 금리’를 ‘오버나이트 금리’라고 부른다. 다른 은행에 빌려줄 초과지준이 풍부하면,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오버나이트 금리는 내린다. 반대의 경우는 오른다. 오버나이트 금리는 금융 시스템의 작동에서 가장 중요한 금리다. 상환받지 못할 위험이 극히 적은 든든한 상대(다른 은행)에게 초단기로 빌려주는 돈의 이자율이다. 당연히 매우 낮은 수준으로 형성된다. 은행들이 다른 종류의 수많은 대출에 각각 금리를 설정할 때 ‘바닥’ 같은 구실을 한다. 가장 밑에 있는 오버나이트 금리가 올라가면(내려가면), 다른 대출의 금리도 인상된다(인하된다).

중앙은행이 정책 금리를 예컨대 3%로 설정한다는 것은, 은행들 간의 오버나이트 금리가 3%로 수렴하도록 조절하겠다는 의미다. 미국 연준 등 대다수 중앙은행은 자행 계정에 예치된 일반은행들의 유보금에 이자를 지급한다. 그 이자가 오르는 경우 일반은행들은 초과지준을 다른 은행에 빌려주기보다 그대로 유보금 계정에 놔두려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 간 자금시장에서 돈의 공급량이 줄어들며 오버나이트 금리가 오른다. 반대의 경우엔 내린다. 중앙은행의 자산은 변동하지 않는다.

이처럼 정책 금리로 경기를 조절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통화정책 수단이다. 정책 금리가 변동되면 일차적으로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 자금’의 금리가 움직인다. 이후 기업체 설비 확장이나 주택대출 같은 ‘장기 자금’의 금리에도 서서히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 미국의 정책 금리는 이미 사실상 0%였다. 더 내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연준은 장기 자금 시장에 직접적으로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채택하게 된다. 바로 양적완화다.

연준이 양적완화로 한 일은, 민간은행들이 보유하고 있었던 ‘장기 국채(미국 재무부 및 국책 주택금융기관이 발행한 채권으로 만기가 1년 이상)’를 매달 수백억 달러 규모로 사들인 것이었다. 새로 발행한 통화로 은행 소유 국채를 매입했다. 은행들이 보유했던 국채는 연준의 자산이 되고, 새로 발행된 통화는 해당 은행이 연준에 갖고 있는 계정(=유보금)으로 들어간다. 이 같은 연준의 국채 매입이 ‘장기 금리’를 떨어뜨리게 된다. 그 작동 원리는 대충 다음과 같다.

국채는, 국가가 민간으로부터 돈을 빌렸다는 증서다. ‘언제 얼마를 상환하겠다’라고 기입되어 있다. 정해진 날짜(만기)에 국채를 제시하면 정해진 돈(상환금)을 받을 수 있다. 만기 이전에도 자유롭게 국채를 사고팔 수 있는데, 그 가격은 수요-공급에 따라 위아래로 요동친다. 다만 ‘만기 상환금’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국채 수익률(국채 금리)’이 형성되어, 시중의 여러 장기 금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10년 뒤 120만원을 상환한다’는 국채를 100만원(국채 가격)에 샀다면, 그 국채의 수익률은 20%다(100만원을 투자해서 10년 뒤에 20만원의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 그 가격이 90만원으로 내려가면, 국채 수익률은 33.3%로 상승한다. 90만원을 투자해서 만기일에 30만원(상환금 120만원-투자금 90만원)의 수익을 얻기 때문이다. 국채의 인기가 다시 높아져서 110만원에 샀다면 국채 수익률은 9%(수익금 10만원÷투자금 110만원)로 떨어진다(아래 표 참조).

이처럼 국채의 가격과 수익률은 반비례한다. 국채 수요가 증가해서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은 떨어진다. 국채 가격이 내려가면 수익률은 올라간다. 금융 시스템에서 국채 수익률(금리)이 중요한 이유는, 그 역시 다른 시중금리들의 바닥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할 때 국가만큼 든든한 채무자가 있을까? 국가는 돈을 떼먹지 않기 때문에 국채 수익률이 10%(현실에서는 훨씬 낮다)라면, 대기업에 해당하는 대출금리는 5% 높은 15%, 중소기업은 20%라는 식으로 ‘금리의 피라미드’가 형성된다.

연준의 양적완화는, ‘장기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해서 장기 시중금리를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경기를 부양하려 했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연준이 매달 수백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면 수요 증가로 국채 가격이 상승하는 반면 수익률은 떨어진다. 장기 국채의 수익률이 떨어지면 다른 장기 금리들도 하락하게 된다.

양적완화는 은행들의 유보금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은행들이 불어난 유보금을 실물경제 부문의 기업과 가계에 대출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었다. 양적완화 자체는 연준이 자행 내에 개설된 일반은행 소유 전자 계정의 액수를 늘려 기록한 것에 불과하다. 일반은행들의 유보금만 증가한 것이다. 그대로 두면 유보금은 ‘은행 간 자금시장’ 내에서만 돌아다니게 된다. 은행들이 그 돈을 외부로 꺼내 실물경제 부문에 투자해야 경기회복이 본격화되었을 터인데, 실제로는 어땠을까? 미국 학계와 경제 전문지들은 대체로 ‘미국 경제가 나락으로 빠지는 것은 차단했으나 실물경제의 활성화엔 미진했다’ 정도로 평가한다.

<월스트리트저널>(9월20일)에 따르면, 9월 현재 미국 내 은행들이 연준에 예치한 유보금은 모두 2조3000억 달러에 이른다. 이 중 의무적으로 연준에 박아둬야 하는 지급준비금은 1000억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2조2000억 달러(초과지준)가 연준의 전자장부 내에 갇혀 바깥 구경도 못하고 있는 셈이다. 양적완화로 돈이 풀리긴 했지만, 은행에만 풀렸다.

물론 2008년 말 대비 6배로 불어난 연준 자산(=통화량)의 증가 규모를 감안하면, 유보금 가운데 상당 부분은 바깥으로 흘러나온 것이 사실이다. 다만 주식과 부동산, 중국과 브라질 등 이머징 마켓의 금융시장에 주로 투자되었다. 그 덕분에 실물경제의 부진에도 미국 금융시장의 각종 지표는 연일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이머징 마켓도 반짝 활황을 누렸다. 양적완화로 금융 거품이 부풀어 새로운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제기된다. 연준이 그동안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기로 결심한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양적완화로 인한 금융 거품 부풀어 위기

사실 미국 연준은 이미 2014년 들어 국채 매입을 중단했다. 다만 이후에도 연준의 자산 규모 자체는 4조5000억 달러로 유지되었다. 연준이 자산으로 보유한 국채에도 만기가 있다. 채무자인 미국 국가(좀 더 정확히는 미국 재무부와 주택 금융기관)는 국채 보유자인 연준에 정해진 원리금을 지급해왔다. 연준은 그 원리금으로 다시 다른 채권들을 매입(재투자)했다. 덕분에 자산(과 통화량)이 2014년 이후에도 같은 규모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오는 10월부터 연준은 만기 채권의 원리금을 받아도 재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같은 규모의 액수를 연준의 전자장부에서 지워버리면 된다. 마술처럼 창조된 달러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준의 자산 규모와 통화량은 점차 줄어들게 된다. 다만 10월부터 연말까지 3개월 동안 상환받은 원리금 가운데서는 매달 100억 달러만 지운다. 나머지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재투자한다. 연준 장부에서 지워지는 통화의 규모는 점차 늘어 내년 초엔 월 200억 달러, 연말엔 월 500억 달러에 이르게 된다. 이런 속도라면 연준 자산이 3년여 뒤엔 3조 달러대로 줄어들 것이다. 그때쯤 일종의 중간평가를 통해 적절한 자산 규모를 다시 따지겠지만, 연준 관계자들에 따르면 2008년 말의 8000억 달러까지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기자들에게 “보유 자산 축소는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실행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관건은 미국 경제의 회복세다. 연준이 ‘자산 정상화(=통화량 축소)’를 선언한 명분은 ‘미국 경제가 침체를 벗어났다’라는 자체 평가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의 2.2%에서 2.4%로 올리고 고용 상황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평가했다. 호황기가 도래하고 있다면, 풀어놨던 돈을 거둬들여 큰 폭의 물가 인상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론적으로는 통화량이 6배 증가하면 물가도 6배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금리를 수차례 올리겠다고 암시한 것도 미국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기초했다.

연준의 낙관론에 대해 회의적 반응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면 물가인상률 역시 어느 정도 상승해야 한다. 물가인상률은 연초 2%에서 지난 7월에는 오히려 1.4%까지 가라앉았다. 옐런 의장은 “떨어진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말할 뿐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통적으로 연준에 물가인상률은 현재 상황을 평가하고 미래 계획을 세우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였기 때문이다. 물가인상률과 성장(고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믿어왔다. 물가인상률이 바닥을 기고 있다면, 연준은 ‘성장 전망이 밝지 않으므로 통화량을 줄이거나 금리를 올리는 조치는 연기해야 한다’라고 판단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앨런 비티는 9월23일자 신문에서 “연준이 물가인상률 예상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동시에 연말의 금리 인상 의도를 여러 차례 밝힌 것은 이상한 일이다. 금리 인상을 정당화할 수 있는 증거들만 꿰어 내세우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만약 객관적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통화 긴축(연준 자산 축소와 금리 인상)을 밀고 나가면 자칫 경제 전반을 더 깊은 침체로 빠뜨릴 수 있다.

ⓒREUTERS
미국 연준의 자산 축소와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뉴욕 증권거래소(NYSE) 모습.

한편 유럽중앙은행(ECB) 내에서도 지난 2016년 6월부터 시행해온 양적완화(채권 매입) 규모를 축소하자는 의견이 최근 세를 불리기 시작했다. 연준의 ‘자산 정상화’ 프로그램과 겹치면서 글로벌 차원의 ‘금융 충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 각지에 투자된 선진국 자금이 고국으로 회귀하면서 이머징 마켓의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단지 ‘(양적완화 프로그램에서) 채권 매입 속도를 늦추겠다’라고 말한 직후 이머징 마켓 국가들의 통화가치와 증시가 급락하는 등 이른바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 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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