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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근혜 청와대 문건 입수 “VIP 비방 적극 차단하라”

2017년 10월 16일(월) 제527호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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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IN>이 단독 입수한 2015~2016년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문건을 보면 참모들이 국정을 고민하기보다 ‘박근혜 개인 매니저’ 노릇에 치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사IN>은 2015~2016년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문건 ‘비서실장 지시 사항 이행 및 대책(안)’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 등 9건을 단독 입수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각 수석실 캐비닛에서 뒤늦게 발견한 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한 자료다. <시사IN>이 입수한 문건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절차를 거쳐 공식 열람한 자료다.

문건에서 보여주듯 박근혜 청와대의 주 업무는 엉뚱하게도 ‘박근혜 개인 매니저’였다. 국가 최고 컨트롤타워의 주된 관심사가 박 전 대통령의 이미지와 평판 관리에 맞춰졌다. 이를 위해 필요할 경우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마저 탈법적으로 동원했다. 포털사이트 등 민간 영역에 개입하라는 지시도 서슴지 않고 나왔다.

2015년 메르스 유행 국면에서 박근혜 정부는 무기력한 대응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5월20일 첫 메르스 감염자가 나왔지만, 6월3일에야 대통령 주재 메르스 대응 민관 합동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박 전 대통령은 6월14일 서울대병원 메르스 치료 격리병동을 방문했다. 이때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의료진과 통화하는 박 전 대통령 앞쪽 벽면에 ‘살려야 한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정부의 실정(失政)에 더해 작위적인 모습에 민심의 불만은 패러디로 이어졌다. ‘살려야 한다’를 이용한 합성사진이 온라인에서 인기였다. 6월17일 <국민일보>는 ‘박근혜 살려야 한다 사진 패러디 봇물’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당시 현상을 보도했다.

ⓒ연합뉴스
2015년 6월14일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대병원 메르스 치료 격리병동을 방문해 의료진과 통화하고 있다.
벽에 ‘살려야 한다’는 문구가 보인다.

‘살려야 한다’ 사진 촬영 닷새 뒤인 6월19일, 이병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시 사항을 김성우 홍보수석과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하달한다. <시사IN>이 입수한 문건은 이렇게 기록한다. 


15.6.19 비서실장 지시 사항 이행 및 대책(안)

메르스 사태를 틈타 온라인 사이버상에서 VIP 행보를 폄훼하는 내용이나 억지 주장이 있다고 하는데 포털에 협조 요청해서 지나친 것은 제어할 필요가 있으며 만약 법 위반 사례 있을 경우 의법조치 할 것(홍보수석, 민정수석).


박 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온라인 패러디를 두고, 홍보수석은 물론 민정수석에게까지 권력기관을 동원해 형사처벌하라고 지시했다. 포털사이트 ‘제어’까지 거론했다. 메르스 사태 해결에는 무능하면서도 대통령 개인 평판 문제에는 기민하게 대응했다. 실제로 같은 날 대다수 일간지 1면에 정부의 메르스 광고가 실렸는데 <국민일보>만 빠졌다. 패러디 사진 기사를 내보내 청와대에 미운털이 박힌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메르스 보도를 광고로 길들이겠다는 청와대’라는 비판 성명을 냈다.

당시 혼란은 정부의 무능이 결정적 구실을 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확진 번복 등 무능한 대처나 메르스가 발병한 병원 이름의 오류 같은 부정확한 정보 제공이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청와대의 대응은 달랐다. 이병기 당시 비서실장은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다음과 같은 지시를 한다.


15.6.5 비서실장 지시 사항 이행 및 대책(안)

최근 SNS상의 유언비어나 괴담이 심각하고 또 이로 인해 국민들이 많이 불안해하는 만큼 민정수석은 법무부로 하여금 사이버상의 괴담/유언비어 유포자를 철저히 색출, 반드시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밝히도록 할 것(민정수석).

법무부가 민정수석 산하 조직이 아닌데도 ‘철저히’ ‘반드시’와 같은 부사를 동원해 구체적인 지시까지 엄명했다. 같은 날 법무부 김주현 차관은 긴급 브리핑에 나서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이나 괴담 유포는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사회 혼란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질병관리를 어렵게 해 효과적인 대처를 방해한다”라고 밝혔다.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병원 이름 공개에 미적대던 정부 태도와 대비되는 속도였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전날인 6월4일 기자회견에서 35번 환자의 증상이 나타난 시기를 잘못 말해 사회 혼란을 유발했다는 이유다. 한 단체가 6월5일 박 시장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자, 검찰은 바로 사건을 배당했다.

ⓒ시사IN 이명익
2015년 2월26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2주년이 하루 지난 이날 서울 강남대로의 한 건물 옥상에서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들’이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전단을 뿌렸다.

행위예술가 박성수씨(일명 둥글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비판 퍼포먼스를 여럿 기획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정유라씨 특혜 의혹과 정윤회 문건 등이 연이어 터졌다. 박성수씨는 2014년 12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전국으로 보내거나 직접 뿌렸다.

‘정윤회 염문을 덮으려고 공안정국 조성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7시간 동안 뭐 했는지 밝히면 될 것인데 의혹을 제기하는 외국 언론(일본 <산케이 신문>)을 고발해서 세계적인 망신” “문화체육관광부 모 과장이 청와대 실세 논란이 한창인 정모씨의 딸(정유라) 특혜 의혹을 처벌해야 한다는 보고서 올리자 박근혜가 직접 경질 지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는 박성수씨의 전단만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여러 전단이 여기저기 뿌려졌다. 주로 ‘세월호 7시간’ 관련 내용이었다. 이를 두고도 이병기 당시 비서실장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15.3.16 비서실장 지시 사항 이행 및 대책(안)

3.14일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대통령 비방 전단(약 200여 장)이 배포되었다고 하는데(현재 모든 전단 수거 상태) 조속히 범인을 색출하여 의법처리 할 것(민정수석).


15.5.18 비서실장 지시 사항 이행 및 대책(안)

최근 VIP를 비난하거나 풍자하는 전단을 살포하는 사례가 있는데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님. 민정수석은 관련자를 색출하고 수사해서 반드시 엄단토록 할 것(민정수석).

박성수씨는 해당 퍼포먼스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그해 4월부터 사전 구속된 채 재판을 받게 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해 이병기 비서실장은 청와대 수석실을 전방위로 동원했다.


15.5.8 비서실장 지시 사항 이행 및 대책(안)

사이버상에서 VIP 비난 게시물 등이 아직 나타나고 있는데, 미래위 방통위 검경 등은 명백한 범법 행위 케이스에 대한 일벌백계식 대응 등 보다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해줄 것(정무수석, 민정수석, 미래전략수석).



15.10.4 비서실장 지시 사항 이행 및 대책(안)

내일(10.5) VIP께서 참석하시는 ‘세계 한인의 날’ 행사가 열리는데, 분규 단체로 지정되어 이번 행사에 초청받지 못한 ‘미주한인회 총연합회’가 불만을 품고 행사 방해(행사장 무단진입, 집회 시위 등) 가능성도 있는바, 경찰과 긴밀 협력해서 행사 진행에 차질 없도록 철저히 현장 대응할 것(외교안보수석, 정무수석).


16.2.10 비서실장 지시 사항 이행 및 대책(안)

부산문화재단이 14. 9월 유휴 공공시설 등을 활용한 문화행사(벽화·예술품 설치)를 개최했을 당시 한 건물 옥상에 그려진 VIP 비방 벽화가 아직도 방치되고 있다는데, 철거하도록 조치할 것(교문수석, 정무수석).

심지어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행정부 부처별로 언론 홍보 등에 대해 점수를 매겨가며 실적을 독려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심기 경호’는 정부기관 평가로까지 이어지는 촌극을 낳았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각 정부 기관의 언론 대응에 일일이 점수를 매기면서까지 비판 보도를 막도록 했다. 또 사전 보도 차단 건수까지 확인하며 이를 평가 자료로 삼았다. 보도 통제 의혹까지 이는 대목이다.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2015.6.5)

홍보수석실

2 4월 기관장 언론 홍보 등 활동 평가 결과

⚬장관급 기관 22개 중에서 70점 이상이 3개로 13.6%, 차관급 기관 20개 중 70점 이상이 5개로 25%에 불과

- 전반적으로 기관장 언론 홍보 등 활동이 미흡한 것으로 판단됨

- 4월 중 비판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박 기사·기고 대응 및 해명 보도자료의 기사화는 총 6건, 조기 대응을 통한 사전 보도 차단은 총 5건에 그쳤음

⚬향후 1차 목표는 70점 이상 기관이 50%가 넘도록 추진할 예정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다음 날인 2014년 4월1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공공기관에 대응 지침을 하달했다(<시사IN> 2014년 4월30일 ‘청와대, 정부 부처에 SNS 대응 지침 내린 정황 확인’ 온라인 기사 참조). <시사IN>은 당시 산업통상자원부가 산하 공공기관에 내려보낸 SNS 대응 지침을 입수했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공식 명칭)로 전 국민이 충격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 유언비어와 악성 댓글 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BH에서는 각 부처와 공공기관 SNS 채널에 이를 자제해달라는 메시지 전파를 요청했다” 관련 내용을 올린 기관에다 해당 URL을 알려달라며 실적을 챙겼다. 당시만 해도 산자부 관계자는 “실무자 실수”라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 문건을 보면 박근혜 정부가 언론 대응을 지속적으로 챙기고 평가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문건에서 드러나듯,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서 ‘일벌백계’ ‘색출’ ‘엄단’과 같은 공안검찰식 용어를 사용하며 형사처벌을 주문했다. 청와대에서 ‘반(反)박근혜’ 정서를 때려잡겠다며 구체적인 수사 지시를 내렸다. 실제로 당시 검찰과 경찰은 박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일부 시민을 처벌하려고 시도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국가원수 모독죄’가 부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이 컨트롤타워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였음이 문건으로 공인됐다.

ⓒ연합뉴스
9월28일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소속 이재정 의원이 이명박 정부의 KBS 인사 개입 정황이 담긴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검찰청법 제8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 즉 청와대 비서실장이 검찰을 수사 지휘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문건으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오직 박 전 대통령 개인만을 위해 국가권력을 사유화했다는 것이 또다시 확인됐다. 의혹이 생기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해소하는 게 아니라 공포를 조성해 누르려 했다. 또 정부기관에 대해 점수를 매겨가면서까지 홍보기관으로 전락시켰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국민과 여론을 대하는 태도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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