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MB 블랙리스트였다. 2010년 가을에 방한하려다가 11월에 열릴 ‘G20을 방해하려는 외국 단체나 개인들의 입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입국이 금지되어 일본으로 다시 돌아갔다. 어이없는 한편, 그 촘촘한 정보망에 놀랐다. 마쓰모토 하지메(松本哉)를 어떻게 알았을까? ‘냄새 테러’ ‘찌개 집회’가 그렇게 위협적으로 보였나?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되어 따지는 걸 관뒀다.

〈가난뱅이 자립 대작전〉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장주원 옮김, 메멘토 펴냄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보편화한 때가 2007년. 〈가난뱅이의 역습〉이 나온 때가 2009년. 청년 세대에게 더 암울하고 갑갑해지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30년 상환 조건으로 집을 사서 매일 죽어라 일만 하라고 종용하는 사회를 향해 ‘노숙, 먹튀의 기술을 가르쳐주마’ ‘공짜로 살아갈 테다’ 하는 어느 가난뱅이의 선언은 ‘뚫어뻥’ 이상의 통쾌함을 선사했다. 한바탕 웃고 말 사람이라면 여기서 끝. 그런데 실천이 궁금한 사람들은 신간 〈가난뱅이 자립 대작전〉을 보시길.

전작에서 보여준 서바이벌 기술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이번에는 20년간 갈고닦아온 공간 만들기 노하우를 전수한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자립할 길을 모색한다. 2000년대 초부터 노점·포장마차 등으로 장사를 시작한 그는 현재 재활용품 가게, 게스트하우스, 음식점까지 운영하는 자영업계의 문어발이자 영업의 달인이다. 무점포 영업 기술, 동료 만들기, 경비 조달하기, 민원인 상대하기, 망하지 않는 공간 운영법까지 현실적인 조언으로 이번 책을 빼곡히 채웠다.

가난뱅이라는 단어가 낯설다는 말을 들었다. 가난뱅이가 흙수저가 되기까지 8년이 흘렀다. ‘가난뱅이’ 콘셉트를 버리고 나니 이 책은 온전히 ‘작고 소박한 우리의 자립 공간 만들기’에 관한 내용이더라.

기자명 박숙희 (메멘토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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