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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니 어른들이 밟힌다

2017년 10월 27일(금) 제527호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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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민음사 펴냄
내심 마거릿 애트우드를 기대하고 있었다. 실망한 건 아니다. 조금 놀라긴 했지만 가즈오 이시구로 역시 충분히 받을 만한 작가라고 생각했다. 노벨 문학상 속보 알람을 확인한 순간 ‘올해 수상자는 민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 만도 했다.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 소설 8종은 모두 국내에 번역돼 있다. 7권이 민음사를 통해 나왔다. 국내 독자 중 해외 순문학 독자는 3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많이 팔아야 3000부란 이야기다. 민음사는 안 팔릴 걸 알면서도 판권을 사오고 번역해 세상에 내놓았다. 대형 출판사가 감당할 역할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불황길’만 걷는 출판계를 돌이켜보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축하의 의미로 민음사에서 나온 가즈오 이시구로의 전작을 모두 주문했다. 이미 갖고 있는 책은 지인들에게 선물할 작정이었다. 긴 연휴 끝에 도착한 책에는 ‘2017 노벨 문학상 수상!’이라고 적힌 노란 띠지가 둘려 있었다. 새 책들은 예상대로 대부분 이번에야 ‘2쇄’를 찍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나를 보내지 마>(2009)를 꺼내 읽었다. 내가 가진 판본은 1쇄다. 배송된 책을 들춰보니 16쇄였다. 작가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책다운 판매량이라기에는 어쩐지 아쉽다. 나는 이번에도 주인공 캐시와 함께 ‘그랬다’와 ‘그랬을 수 있다’ 사이를 추처럼 오가며 앓았다. 그래도 예전처럼 단짝친구 루스가 밉지는 않았고, 이상주의자 루시 선생의 안부는 좀 더 궁금해졌다. 나이 먹고 다시 읽어보니 책 속 ‘어른들’이 더 눈에 밟혔다.

책을 덮다가 새삼스레 제목을 유심히 봤다. 도박사들과 (한림원은 노벨 문학상 후보를 따로 선정하지 않는다) 한국 언론으로부터 십수 년째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한 분이 떠올랐다. 희망고문도 이쯤이면 족하다. 선생을 이제는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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