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미쉐린(미슐랭)’의 계절이 돌아왔다.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가 만드는, 그보다 더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식당 평가서 〈미쉐린 가이드〉 말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판(서울)이 나온 데 이어 오는 11월8일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8〉이 발간된다. 올해는 또 어떤 후폭풍을 불러올지 미식계는 예의주시한다.

지난해에도 논란은 있었다. 상업회사의 식당 평가서에 불과한 책이라는 비판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식가들로부터 한국의 외식 문화를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라는 옹호가 부딪쳤다.

ⓒ시사IN 양한모

기자도 한몫 거들었다. 〈미쉐린 가이드〉 발간에 정부기관(한식재단, 한국관광공사)이 광고비를 집행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시사IN〉 제480호 ‘〈미쉐린 가이드〉에 나랏돈 4억원 썼다’). 당시 한식재단과 한국관광공사는 한국 정부기관임에도 외국 기업인 미쉐린과 비밀유지 계약을 우선하면서 돈 문제를 밝힐 수 없다고 버텼다.

‘2018 버전’ 발간을 앞두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풀이됐다. 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한식재단이 여전히 해당 광고비 액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질책했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은 가이드에 소개된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폐점했고, 또 다른 레스토랑은 테라스가 없음에도 있다고 소개되는 등 총 34군데에서 오류를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암행평가’를 생명으로 하는 미쉐린 측 심사위원들이 실제로 ‘앉아서’ 평가서를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인다. 영어로 ‘blue crab’인 꽃게를 ‘flower carb’으로 표기한 오류 정도는 애교다. 〈미쉐린 가이드〉의 권위를 믿고 예산을 투입했다는 정부기관 측 해명이 무색하다.

이쯤 되면 “정부기관이 한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돈 좀 쓴 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라는 ‘미쉐린 지지자’들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이런 ‘졸작’을 만들기 위해 나랏돈이 비밀리에 쓰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남는 의문.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8〉 발간 과정에는 정부 예산이 투입되지 않았을까. 기자의 예감은 불길하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