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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묻어나는 아현포차 레시피

2017년 11월 01일(수) 제528호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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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수상하다. ‘3. 전분이 생선살에 충분히 스며들면 콩나물, 마늘, 간장, 고춧가루, 육수를 함께 넣고 중불에 끓인다’ 같은 레시피를 따라 한들 ‘구수한 콩나물아귀찜’이 완성될 것 같지 않다. 아니 좀 더 상세한 레시피가 주어진다고 해도 그 맛을 낼 수는 없을 거다. 이 요리책에 실린 음식의 비결은 손맛이기 때문이다.

<아현포차 요리책>은 서울 아현동에서 노점상을 하던 ‘작은 거인 이모’ 조용분씨(73)와 ‘강타 이모’의 삶과 음식 이야기를 담았다. ‘작은 거인’은 조용분씨가 장사하던 가게 이름이다. 아현포차는 서울시 마포구 아현초등학교 옆 노점상을 통칭하는 말로, 지난해 8월 마포구청이 단행한 행정대집행으로 16개 포장마차가 모두 철거되었다. 재개발을 마치고 2014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인근 브랜드 아파트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1991년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던 상인들이 쫓겨났다. 조용분씨도 그날 오랜 삶의 터전에서 밀려났다. 가게에 있던 “갈피에 봉헌금을 끼워둔” 성경책 3권도 챙기지 못했다.

ⓒ김홍구

‘작은 거인 이모’로 불린 약 30년 세월 동안 충북 괴산 양반집 막내딸은 욕쟁이 할머니가 되었다. 열아홉에 경기도 안성이 고향인 남자를 만나 서울로 왔다. 1979년부터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해장국 집을 했다. 의처증으로 아내를 힘들게 하던 남편은 마흔넷에 세상을 떴다. 그때 조씨 나이 마흔이었다. 이후 아현동으로 자리를 옮긴 조씨는 리어카에서 시작해 포장마차 장사를 하며 3남매를 키웠다.

<아현포차 요리책>은 아현동 포장마차 강제 철거 1주년을 맞아 출간되었다. 당시 힘을 보탰던 아현포차 지킴이들이 책을 엮었다. 단골들의 추억도 실렸다. 요리 레시피에도 사람 냄새가 묻어난다. ‘시원한 조기매운탕’ 만드는 법을 설명하다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야채 장사 부부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기를 업고 온 젊은 부부가 딱해서 거래를 했는데 그때 그 아기가 벌써 스물다섯 살이 됐다는 식이다.

아현포차가 철거된 뒤 작은 거인 이모와 강타 이모는 현재 서울 마포구 염리동 경의선 공유지에 위치한 시민장터 ‘늘장’에서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상호도 동일하다. ‘작은 거인’ 포차의 추천 메뉴는 전통 순두부찌개이다. 천일염 왕소금을 써서 “엄청 순하고도 술이 다 깨는 맛이 난다”라는 게 작은 거인 이모의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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